5.5평 원룸 크기 공간서 300명 깔려... 사망자 여기서 다 나왔다
폭 3.2m 좁은 내리막길 골목
넘어지며 수백명 6~7겹 쌓여
지난 29일 밤 10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차로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차량이 다니는 길은 왕복 2차로에 불과했다. 특별한 행사가 열리진 않았지만 핼러윈데이(31일)를 앞두고 지인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싶었던 사람들이 이태원을 가득 메웠다. 그 바람에 인도에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로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9일 하루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은 13만131명으로 전날(5만9995명)의 2배 이상이었다.
154명이 숨진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40m짜리 골목도 상황이 비슷했다. 이곳은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로부터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으로 내려가는 길목인데, 자기 의지로 한발짝도 옮길 수 없을 만큼 골목 내부는 사람으로 꽉 들어찼다. 경기 화성에서 이곳을 찾은 20대 이모씨도 “사람들에게 휩쓸려서 움직여야 할 만큼 복잡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 소방 등에 따르면 대참사를 일으킨 사고는 오후 10시 15분쯤 발생했다. 문제의 이 골목에 사람들이 뒤엉킨 상황에서 인파 중 일부가 넘어졌다. 세계음식문화거리와 골목이 맞닿은 지점 부근이었다. 삽시간에 수백명이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사람들 아래 또 다른 사람들이 깔리기 시작했다. 다수 목격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한쪽으로 쓰러지기 시작할 때에도 골목 안으로 인파가 계속 들어섰다. 그러다 보니 넘어진 사람들 위로 사람들이 또다시 넘어지면서 아래쪽에 깔린 사람들이 받는 압력이 계속 커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람들이 넘어지고 뒤엉켜 대규모 피해가 생긴 것은 이 골목 내에서도 길이 5.7m, 폭 3.2m에 달하는 약 18.24㎡(약 5.5평) 공간이었다. 약 300명이 작은 원룸 크기 정도에 불과한 이 공간에 6~7겹씩 뒤엉킨 것이다. 숨진 154명과 다친 132명 등 이번 참사의 모든 사상자가 여기서 나왔다.
이 사태로 골목 안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뒤엉킨 사람들 사이에서 “살려달라”는 외침이 잇따랐고 이들은 팔을 휘저으며 구조 요청을 했다. “사람 넘어져요, 밀지 마!”라는 외침도 잇따랐다.
20대 이모씨는 “사람들 사이에 뒤엉킨 채 모르는 사람 손을 붙잡고 ‘우리 살아 나가자’라고 말하며 30분을 버텼다”면서 “신고를 할 수도 없을 만큼 팔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계속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다”고 했다. 또 다른 이모(25)씨도 “바로 옆에서 몸집이 작고 숨 쉬기가 어렵다며 우는 20대 초반 여성을 봤고, 실신하는 외국인 여성도 있었다”고 했다.
김모(28)씨는 “나는 키가 크니까 숨을 쉴 수 있었는데 키가 작은 여성들은 가슴 부분이 끼어서 숨쉬기가 더 힘들어 보였다”면서 ”끼어 있어서 손을 못 쓰니까 숨 막혀 죽을까 봐 서로 옆 사람의 마스크를 내려주기도 했다. 숨을 쉬려면 배가 나왔다 들어갔다 해야 되는데 그럴 공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김모(27)씨도 “양옆으로 기절한 사람이 너무 많았고 밀지 말라 소리를 마구 질렀는데도 사람이 많아서 전달도 잘 안 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오후 11시쯤 인파를 뚫고 현장에 간신히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깔린 사람들을 꺼내며 구조를 시작했다. 하지만 30분 이상 사람들 아래 눌렸던 피해자들은 대부분 의식이 없거나 숨진 상태였던 경우가 많았다. 오후 11시 30분쯤부터는 이태원역 주변 길가에서 구급대원과 경찰, 시민 등 수십명이 길 위에 쓰러진 사람들을 눕혀두고 심폐소생술(CPR)을 하기 시작했다. 모포나 비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시신들이 길가에 놓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30일 오전 1시쯤 열린 소방 브리핑에서 집계된 피해자 수는 사망 2명, 부상 22명으로 총 24명이었다. 그러나 1시간쯤 뒤인 2시 15분 브리핑에서는 사망이 59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도 15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30분 뒤쯤에 열린 브리핑에서는 사망자가 120명으로 늘었고 부상이 100명에 달했다. 오전 4시엔 사망자가 146명, 부상자가 150명으로 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피해자를 구조하고 사망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고,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람 중 적지 않은 수가 사망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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