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훈, 文 만난 뒤… 허위정보 주며 국방부에 ‘월북 보고’ 작성 지시
드러난 월북 조작과 여전히 남은 의문들
서훈, 피살 다음날 관계장관회의
“배에 신발 남기고 구명조끼 착용”
장관들에 잘못된 정보 직접 전달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20년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의 허위 ‘자진 월북’ 근거들을 국방부 장관 등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면 보고가 있은 직후 열린 이 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이런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서 전 실장은 이씨 피살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서 전 실장이 이날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씨의 피살 사실과 함께 그의 월북 가능성을 대면 보고한 지 한 시간 반 뒤에 열린 회의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 전 실장은 이 회의에서 국방부에 ‘이씨의 자진 월북’ 내용을 담은 종합 분석 결과를 작성·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구체적인 월북 근거들을 언급했다고 한다. 당시 이 회의에 참석했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감사원 조사에서 “안보실장이 회의에서 ‘이씨가 타 승선원들과 달리 혼자만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배 CCTV 사각(死角)지대에서 이씨의 신발이 발견됐다’는 월북 근거들을 알려줬다”며 “군 첩보 외의 내용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실장이 이 자리에서 전달한 이씨의 자진 월북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고 한다. 첫째는 이씨가 근무 중이던 어업지도선에서 혼자만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의도적으로 월북을 준비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시 해경 조사 결과 어업지도선의 구명 조끼 수량은 변함이 없었다. 이씨 발견 당시 그가 착용하고 있었던 한자(漢字) 적힌 구명조끼도 국내엔 유통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국방부와 해경은 그때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는 선박 CCTV 사각지대에서 이씨의 슬리퍼가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이씨가 수영에 방해가 되는 슬리퍼를 벗어 놓고 월북을 시도했다는 취지였지만 지금까지 이 슬리퍼가 이씨 소유라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국방부 자료엔 실종 선박에 CCTV 사각지대가 있다는 내용조차 없다. 서 전 실장이 전달한 두 가지 월북 근거 모두 거짓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국방부와 해경은 사건 브리핑을 하면서 서 전 실장이 불러준 이 내용들을 그대로 이씨의 월북 근거로 발표했다. 서 전 실장 측은 본지에 “(월북 근거 하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 정부는 이외에도 이씨의 월북 근거로 그가 북한군에 의해 발견될 때 타고 있었던 부유물이 실종 선박 안의 물건이었다는 점을 들었지만, 실제 선박 안에서 부유물로 쓰일 만한 물건이 없어진 것은 없었다.
또 이씨가 북한에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것을 유력한 월북 근거로 내세웠는데 감사원 확인 결과 이씨는 처음엔 북한에 들어온 이유를 말하지 않다가 북한군의 추궁이 계속되자 월북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감사원은 “통상적으로 긴급한 구조를 원할 때 자진 월북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감사원 안팎에선 “서 전 실장이 혼자만의 판단으로 허위 월북 근거들을 국방부 등에 하달하진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이와 관련한 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조사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전 정권 청와대가 안보실 보고서 등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놓아 보고·지시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이 2020년 9월 22일 오후 6시 36분 이 사건 관련 첫 보고를 받은 뒤 이씨가 피살되기까지 3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이번 감사에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의 3시간’ 행적은 검찰 수사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은 “관련 부처의 보고 내용 등을 확인한 결과, 문 전 대통령은 최초 보고를 받은 뒤 3시간 동안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해경은 첫 보고 당시 이미 수색을 진행 중이었고, 이씨가 살해당할 때까지 문재인 정부는 북한 당국에 연락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그해 9월 24일 국회에 출석해 이 사건을 보고하면서 “(사망 당일인 22일에는) 제가 (대통령에게) 직접 지시받은 바가 없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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