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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이론가' 최병천 "그동안 진보쪽 경제논리는 틀렸다"

Jimie 2022. 10. 12. 07:51

'진보 이론가' 최병천 "그동안 진보쪽 경제논리는 틀렸다"

  • 아시아경제
  • 허미담
  • 입력2022.10.12 06:10최종수정2022.10.12 07:18

 

"진보 쪽 경제논리는 저항이론...유능한 국정운영 위해 진보경제 2.0으로 전환해야"

"첨단기술에선 미국과 함께 가야...각자도생·합종연횡의 시대"

[대담=정재형 경제금융에디터, 정리=허미담 기자] '좋은 불평등'이라는 책이 화제다. 9월1일 출간된 이 책은 한달 여만에 3쇄를 찍었고, 약 5000권이 팔렸다. 민주진보 진영의 이론가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끌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고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중국발 불평등이었다는 점을 110개의 그래프, 표를 통해 논증했다. 이 책을 보면 한국의 경제 불평등 30년 역사, 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 세계경제와 중국경제의 변화가 한국 불평등이 미친 영향, 한국의 노동문제와 사회복지, 초고령화 문제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최 소장은 한국 민주 진보 진영의 경제논리를 ▲1960년대, 1970년대의 박현채 선생과 변형윤 교수의 학현학파 ▲1980년대 운동권의 사회주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반(反)신자유주의 등 3단계로 구분하고 "이들 진보 진영의 경제논리가 틀렸다"고 단언했다.

진보 진영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으로 실제 현실에서 행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험도 실패했고, 이는 탄탄한 고정지지층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최 소장의 주장이다.

최 소장은 최근 경제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에도 출연해 책 내용을 소개하는 등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좋은 불평등'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 인기를 실감하나.
▲아직은 평소와 크게 많이 다르지 않다.

-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는데 소득주도 성장, 급속한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등 잘못된 경제정책을 썼고 그러면서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다. 이제 진보가 유능한 국정운영 세력으로 인정받으려면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 민주당과 진보 쪽의 경제논리는 저항세력의 경제학이다. 그걸 진보 경제학 1.0으로 표현한다면, 유능한 국정운영 세력의 경제학은 진보 경제학 2.0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 진보 쪽 경제논리가 저항세력의 경제학이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논리, 경제학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데 그게 6대4 정도라고 한다면 현재 한국 진보는 민주당 포함해서 그림자인 4에 집중하면서 문제점만 계속 찾으려고 한다. 유능한 국정운영을 하려면 빛도 제대로 봐야 하고 빛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플러스 알파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 진보 쪽, 민주당도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 공은 인정하는 것 아닌가.
▲박정희 경제의 기본적인 경제논리는 수출기업과 대기업의 낙수 효과를 중시한다. 그리고 임금 억제와 노동 3권 탄압은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진보 쪽은 수출 대기업을 반대하면서 내수 중심 경제,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강조했다. 저는 기업 규모를 ①자영업 ②소기업 ③중기업 ④중견기업 ⑤대기업 ⑥글로벌 대기업 등 6개로 나눠 본다.

그러면 진보 쪽에 물어보고 싶은 게 "1, 2, 3번이 많고 4, 5, 6번이 적은 경제가 좋은 것이냐"다. 다시 말해서 대기업 중심 경제가 더 좋은 건지, 자영업과 소기업 중심 경제가 좋은 건지 물어보면 민주당 정치인이나 국회의원들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얘기한다. 이게 골목상권 보호랑 연관된다. 그것는 경제학적으로는 규모의 비(非)경제를 장려하는 정책이라고 본다.

- 일단 중소기업, 자영업자가 약자라는 인식 하에서 그걸 지원해 주겠다는 거고 그들도 당연히 대기업이 좋은 일자리니까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니요. 이론도 뒤죽박죽해서 정리가 안 돼 있는 거예요. 예전 운동권 정서가 남아 있어 기업은 (노동을 착취하는) 나쁜 놈들이고 특히나 재벌 대기업은 정말 나쁜 놈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한편으로 대기업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은 하거든요. 인식이 뒤죽박죽이죠. 대기업과 재벌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 대기업과 재벌을 구분해 봐야 한다는 의미는.
▲미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 경제거든요. 미국은 자영업 비중이 5%정도 밖에 안 됩니다. 외국에는 재벌은 없지만 대기업은 다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재벌 문제는 오너가 소수 지분을 가지고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기업 전체보다는 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을 한다는 겁니다. 재벌은 박정희 시대 경제처럼 공과 과가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개혁해야 하지만 대기업은 장려해야 합니다. 근데, 민주당이나 진보 쪽에서는 원칙적으로 대기업을 장려하는 담론은 없는 거죠.

- 대기업을 재벌로 등치하는 게 문제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재벌 개념은 지배구조와 연동된 개념이고 그것을 지원하는 일체의 어떤 제도적 문화적인 것을 재벌 체제라고 볼 수 있고, 대기업은 좀 다른 거죠. 규모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 진보 쪽 경제논리의 원류는 1960년대에 박현채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죠. 1960년대, 1970년대 그리고 길게는 1980년대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죠.

- 박정희 시대에는 정권에 참여했던 서강학파와 비판적이었던 학현학파 있었습니다.
▲같은 거예요. 학현학파는 서울대 변형윤 교수 중심으로 진보적인 학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내세웠던 것들이 내수 중심 경제, 중소기업 중심 경제였습니다. 바람직한 대안 모델로 생각하는 게 대만이었거든요. 그래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도 진보 쪽에서는 한국 경제는 대만처럼 돼야 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이 튼튼한 대만이 얼마나 잘 사는데, 대기업을 밀어주고 그러냐는 거죠. 그때 1970년대, 1980년대에 20대를 보낸 분들이 지금 만든 게 소득주도 성장입니다.

- 어쨌든 민주 진영 쪽에서 경제적으로 제기했던 문제들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성장을 통해 다 잘못된 논리였다는 게 증명이 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
▲저는 아까 전에 그걸 포괄적으로 저항세력의 경제학이라고 표현했지만 세 번의 저항세력 경제학 버전이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1970년대 한국 진보의 주류 이론은 박현채 선생님의 민족경제론이었습니다. 그리고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나온 김대중 후보의 대중경제론도 비슷한 것이구요. 그게 실은 제3세계에서 주류 경제이론이었어요. 수입 대체 공업화 또는 내포적 공업화라고 불렸던 것이고 제3세계에서 이단적 이론이 박정희의 수출 주도 성장이었어요. 그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불렸던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였고, 그 나라들이 대박을 친 거죠.

아무튼 첫 번째 버전은 민족경제론이었고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 학생 운동이 급진화되면서 반제국주의론과 반자본주의 이론이 들어왔습니다. 민족해방(NL) 진영과 민중민주(PD) 진영의 경제학은 단순하게 말하면 국유화와 계획경제였고, 그 다음에 소련이 붕괴된 1991년 이후에는 사회주의 이론이 붕괴되면서 들어온 수입 이론이 반(反)신자유주의론입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본격적인 세계화가 추진되면서 신자유주의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그에 반대하는 거죠.

- 반신자유주의가 외환위기 이후에 주를 이루게 되는 것인가.
▲그렇죠. 그래서 반신자유주의 책들도 많이 팔리게 되고 그걸 아예 정책으로 품어 안은 정당이 민주노동당이었습니다. 한국 진보의 이론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저항 이론이고 그러다가 반신자유주의론도 마찬가지죠. 정리해고 반대, 구조조정 반대, 민영화 반대 등이 그렇고 그것을 약간 포지티브하게 만든 이론이 소득주도 성장입니다. 소주성 이론에는 이 앞에 있던 세 가지 민족경제론, NL-PD 경제학, 반신자유주의, 거기에 케인즈주의와 사민주의, 복지 국가를 살짝 양념으로 넣은 거죠.

- 소주성 이론은 진보 진영 전체가 동의했다고 봐야 하나.
▲소주성 이론에는 한국 진보 경제학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좁게는 외환위기 이후 반신자유주의 이론으로 25년짜리 정책 실험인 거고, 더 길게는 비주류 경제학의 역사가 다 담겨 있는 거예요.

이게 저항 세력일 때는 괜찮아요. 그냥 야당다운 야당 경제학인 거죠. 계속 비판만 하면 되거든요. 근데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더 경제를 잘 가꿀 수 있어", 그리고 경제 고관여 층들이 보기에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훨씬 낫지"라는 신뢰를 주는 이론 체계가 아니라는 거죠.

- 민주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가 있었는데 어쨌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관료들에게 경제를 상당 부분 맡겼단 말이죠.
▲좋은 포인트네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경제 정책이 다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제 관료에게 위임하는 게 꽤 있었던 거죠. 문재인 정부에서는 진보 쪽에서 경제정책적으로 해보고 싶은 걸 원 없이 한번 해본 겁니다. 그걸 상징하는 게 청와대 정책실장이에요. 청와대 정책실장의 문재인 정부가 4명이었는데 순서가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중에서 이호승만 관료(기획재정부) 출신입니다.

- 마지막에 정책실장을 관료로 시킨 건 실패를 인정한 것인가요.
▲확대 해석일 수 있고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기의 5년 중 4년을 진보 교수들로 썼다는 겁니다. 근데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는 진보 진영 경제학자 중에 그나마 낫다고 평가받는 사람이에요. 그나마 균형 감각이 있고 현실을 알 만한 사람을 뽑은 거예요. 보수 진영에서 보기에는 다 한심하게 보이겠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적 경제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진보 학자 중 절반은 될 겁니다.

 

'좋은 불평등'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 최근에는 경제 문제가 안보 문제와 직결돼 있어서 경제 기자들도 국제정치 질서를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미중 신냉전이라고도 하고, 블록화된 재세계화, 멀티제국의 시대, 각자도생의 시대라고도 한다.
▲지금은 '미-소 냉전'과 같은 '미-중 신냉전'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라는 얘기가 있다. 냉전 체제는 계급 전선이랑 연동돼 있었다. 노동자 계급의 나라를 만든 게 소련이었고, 그래서 노동자 계급이 중요하냐 자본가 계급이 중요하냐라는 담론이 있었다. 선진국 어디에도 노동자 계급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일종의 보편주의적 담론에 기반한 대립 전선이었다.

지금은 다분히 민족주의적 제국, 그러니까 아주 오래된 제국을 소환하는 대립 구도다. 터키 제국, 러시아 제국, 중화민족 등. 그래서 글로벌한 차원의 보편성이 없다. 미소 냉전은 이념적 보편성과 계급적 보편성에 기반한 대립 전선이었는데 최근에는 메이저 플레이어 국가들이 각각 힘을 쓰려고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그 다음에 인도.

인도도 지금 힌두 민족주의거든요. 인도도 힌두 민족주의에 기반해서 이슬람을 엄청 탄압하고 있다. 이슬람 인구가 약 2억명 정도, 거기가 전체 인도 인구 14억명의 18% 정도 됩니다.

- 그럼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세계화의 시대에는 안보에 신경 쓰지 않고 경제만 잘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전통 안보가 중요해졌다. 베트남 전쟁 패배로 미국 닉슨 대통령이 1969년 새로운 대(對)아시아정책인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1972년 중국을 방문했다. 이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추진하고 방위산업과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한-미 동맹이 유지되겠지만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한반도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고 다층적 안보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다층적 안보협력이라 함은?
▲미국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지만 쿼드 국가인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도 안보 협력을 해야 하고 유럽 나토(NATO), 인도와의 관계도 구축해야 한다.

- 경제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진행되겠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해 모든 기술과 경제를 봉쇄하는 것 아니다. 기술을 저기술, 중기술, 고기술, 첨단기술로 나눠보면 첨단기술이 중요하다. 군수산업과 민간기업 기술에 동시에 사용되는 것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에서는 미국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시장과 기술을 따진다면 기술이 더 중요하다. 또 중국 시장이 좁아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중국이 제조2025 추진하면서 상당수 분야에서 국산화를 이루고 있으니까. 미국과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

또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 수출 중심 국가로서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수출 주도 국가가 아니고, 세계 각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금은 외교가, 안보가 중요한 시대다. 다양한 형태의 각자도생,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교와 안보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좋은 불평등'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 고등학생 때부터 학생운동을 한 이유는.
▲고등학생 운동을 했죠. 어린 시절 가난했던 경험이 하나 있었고, 두 번째는 1987년 직후였어요. 고등학교를 대학로에 있는 동성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대학로가 데모를 많이 하는 곳이었고 학교밖 서클이 영향이 컸죠. 학교밖 서클에서 흥사단 활동을 했었고, 고등학교도 명동성당이 재단이었어요. 1987년 이후에 뭐랄까 어떤 에너지가 있었던 것 같다.

- 흥사단이라고 하면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만들었던?
▲흥사단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당시 흥사단에는 좀 더 활동가적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된 게 1992년 12월 대선인데, 1987년 이후부터 1992년까지가 뭔가 우리 사회가 약간 혁명적 기운이 돌았던 시기죠. 파업도 많았고, 우리나라에서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파업한 거의 절반 이상은 1987~1992년에 벌어져요. 그래서 제 주변에는 저를 포함해서 졸업하고 공장 간 사람이 몇백 명이에요. 고운(고등학생 운동)이라고 표현하는데 구로공단, 독산동, 천안에서 한 6년 가까이 공장에서 일했죠. 그래서 제가 전기용접 자격증이 있어요.

- 공장에서 나온 건 사회주의 붕괴 후인가.
▲아니요. 한참 후죠. 사회주의가 붕괴될 쯤에 공장을 들어갔죠. 왜냐하면 스터디를 안 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붕괴가 무슨 의미인지 다 몰랐죠. 사회주의가 붕괴됐는데 왜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나한테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니까 사회주의가 좋다고는 들었지만 근데 그 이론적인 거는 전혀 모를 때니까. 아주 또 워낙 이론도 방대하고, 외환위기가 오히려 저한테 더 중요한 경험이었죠. 외환위기가 벌어졌을 때 천안에서 공장 생활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때 한겨레신문을 항상 봤었는데 당시에는 신문 전체가 경제 얘기잖아요. 구제금융, IMF, 디폴트, 모라토리엄, 자유변동환율제, 그 다음에 그때 기억나시겠지만 신탁 통치라는 표현도 있어요. IMF 신탁 통치에 들어갔다, 그러면 이게 나라가 뭔가 이렇게 을사보호조약과 비슷한 게 체결됐는데 이게 무슨 얘기인가. 운동가 마음으로 살고 있는데 일단 약간 까막눈이라고 할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니까 이제 경제를 모르면 데모를 못하겠구나. 그래서 데모를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훌륭한 운동권이 되려면 경제 공부를 해야 되겠구나 생각하고 경제학과에 갔죠.

- 대학을 1990년대 후반에 간 것인가.
▲나중에 갔죠. 경제학과 커리큘럼을 배우고 그다음에 이제 밀린 숙제, 사회주의가 왜 망했는지를 알려면 사회주의가 뭔지 알아야 한다. 실은 단답형이 아니거든요. 엄청 많이 알아야 되거든요. 그리고 분명히 선배들이 복지국가 나쁜 거라고 그랬는데, 예전 운동권에서는 제국주의가 제3세계를 수탈해가지고 하는 게 복지국가라고 했거든요. 당시에 홍세화 선생님의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같은 책이 나왔는데, 이거 보면 분명히 좋은 것 같은데 이게 왜 나쁘다는 건지, 그래서 사회주의가 왜 망했는지, 복지국가는 좋은건지 나쁜 건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는 건지, 그 다음에 자유주의도 뭔지 모르겠는데 신자유주의는 또 어떤 건지, 외환위기는 왜 터진 건지 등 그런 밀린 숙제들을 열심히 했죠.

- 책 소개와 목표를 간단하게 얘기한다면.
▲노동운동 하러 공장에 들어가던 마음으로 쓴 책이다. 이게 민주당 정치인들한테 읽히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재명 민주당의 현직 국회의원들, 보좌진들, 차기 대선 후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변화를 주도하는 집단은 못 되지만 자기가 당선되기 위해서라도 변화에는 관심이 있어요. 일단 일반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면 여러 경로를 거쳐서라도 민주당으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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