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낙하산 사장님의 황당한 자소서… “아는 게 거의 없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영문(57) 한국동서발전 대표이사 사장이 채용 과정에서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전력 산업 분야 경험도 전무하다”는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2일 나타났다. 에너지 산업 문외한임을 스스로 밝히고도 에너지 공기업 대표에 임명된 것이다. 검찰 출신인 김 사장은 노무현 청와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관세청장을 거쳐 총선에서 낙마한 뒤 지난해 4월 동서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문 전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24년 4월까지다.
한국동서발전이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에게 제출한 서류를 보면, 김 사장은 지난해 1월 모집 공고에 따라 이력서·자기소개서와 함께 A4 용지 6장짜리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했다. 김 사장은 “동서발전의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고 전력 산업 분야에 대한 경험도 전무한 상태”라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단편적이고 잘못된 지식에 기반한 엉터리 계획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회사 운영 방침 및 경영 혁신 계획과 관련, “전력 산업에 대한 기본 지식도 모자라는 상태에서 구체적 자료 없이 추측과 생각으로 계획을 작성해 제출한다”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 및 추진 일정은 정확한 업무 실태를 파악하고 나서야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동서발전이 현재 처한 상황’이란 항목에 대해서도 “탈탄소 문제가 심각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은 엄청난 기회이자 위기”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구 의원은 “에너지 관련 공기업은 다른 공공 기관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업무 능력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의 묻지 마 식 낙하산 인사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공공 기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체적 업무 계획, 운영 방향까지 담는 직무수행계획서는 사장 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 중 하나로 꼽힌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과 비슷한 시기 채용이 이뤄진 한국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대표들이 작성한 지원서를 보면 내부 사정에 대한 면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동서발전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에서 응모 자격으로 리더십, 조직 관리·경영 능력 등과 함께 ‘전력 산업 분야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내세웠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와 무관하게 임명됐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산업과 거리가 먼 김 사장의 채용 배경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출신인 김 사장은 문 전 대통령의 경남고 12년 후배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전 대통령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7월에는 검사 출신으로 39년 만에 관세청장(차관급)에 임명됐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울산 울주군)로 출마해 낙선한 지 1년 만에 공기업 사장에 임명된 것인데,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혔다. 임명 당시 동서발전 노조도 “친정권 비전문가 낙하산 후보가 사장에 선임되는 것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공정해야 할 공기업의 사장 선임 절차를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김 사장이 관세청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7년 하반기에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경제제재로 금수(禁輸) 조치가 발효 중인 북한산 석탄이 국내로 반입된 사건이 있었다. 세관 당국이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도 늑장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제기됐는데, 김 사장은 이와 관련, 이력서에서 “언론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으로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의 오해와 억측에 의연하게 대처했다”며 “장관이 아닌 청장이 그렇게 의연한 모습을 보인 사례가 없다는 평을 받았다. 그만큼 관세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도 세관 당국의 관리 책임을 지적한 가운데, 재직 중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것이다.
구자근 의원 측은 “김 사장 채용 당시 평가위원들의 평가 서류, 면접 심사 등에 대한 제출을 요구했지만 자료 제출을 거부당했다”고 했다. 본지는 이날 김 사장 설명을 들으려고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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