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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동원령 발표 일주일…대상 남성들, 부모·아내·자식 남기고 탈출

Jimie 2022. 9. 29. 14:20

러 동원령 발표 일주일…대상 남성들, 부모·아내·자식 남기고 탈출

  • 뉴스1
  • 이서영 기자
  • 입력2022.09.29 10:08

냉담한 지지자 혹은 조용한 반대자 특히 많이 탈출해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분 징집령을 피해 출국한 러시아 인들이 카자흐스탄 우랄의 기차역 광장에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러시아의 예비군 대상 부분 동원령 발령 뒤 러시아 남성들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 집도 가족도 돈도 버리고 해외로 도주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에 냉담한 지지자 혹은 조용한 반대자였던 많은 러시아인들이 탈출 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더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령한 이후 거의 10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에 입국했다. 또 징집을 피해 튀르키예(터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조지아, 우즈베키스탄 등 주변국으로 빠져나가는 시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일 최소 1만 명이 조지아로 건너가고 있고 이는 동원령 전, 이동 인원의 두 배인 것으로 현지 당국은 추산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지난 21~24일 나흘간 해외로 빠져나간 러시아인이 26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탈출 행렬에 동참한 42세 러시아 건설 노동자의 사연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로 징집돼 전쟁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4일간 두 나라를 건너 튀르키예로 넘어갔다. 지난 며칠간 너무 많은 돈을 항공권에 쓴 탓에 어디에 뭘 썼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는 “지금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공항 입국장에 앉아 땅콩을 집어먹으며 취재진에게 공허한 눈빛과 함께 말했다.

이렇게 42세 노동자처럼 수천명의 러시아인들이 향한 곳은 튀르키예다. 망명자들의 허브로 등극한 튀르키예로 항하는 항공편을 구하기 위해 일부는 수천 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 참여자는 “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상황을 바꾸기 위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만약 러시아 정부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반대하는 글을 쓴다면 감옥에 갇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32세 다른 남성은 아내와 1살 난 아들만 두고 러시아를 떠났다. 그는 “물론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러시아는 현재 자신의 이웃과 친구들을 모두 소집했는데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을 죽일 수 없었다”고 떠난 이유를 언급했다.

27일(현지시간)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예비군들이 작별식에서 주민들이 울먹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들 모두는 러시아에 남겨둔 자신의 부모님과 가족, 자식 등을 걱정하면서도 전쟁에 동원될 수는 없다는 단호한 태도였다.

또 다른 망명 허브인 카자흐스탄도 호텔과 임대아파트가 예약이 꽉 찼다. 현지 조사전문기자인 루크판 아흐메디아로프는 “도시에는 수천 명의 군인 연령의 러시아 청년들이 휴대폰을 손에 들고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은 모두 혼란스럽고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며 자신을 위해 매우 에상치 못한 일을 한 사람들처럼 보이고 그들은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듯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이 중앙역 근처에 환영 텐트를 치고 새로 도착한 러시아인들에게 유심카드, 식사, 물, 따뜻한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현재 밤새 문을 연 몇몇 지역 카페들은 러시아인들이 갈 곳이 없으면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쉽게 떠날 수 있던 것만은 아니다. 33세의 한 영화 제작자는 러시아 경제가 악화되고 분쟁 위협이 대두되면서 자신과 아내는 전쟁 전에 러시아를 탈출하자고 결정했다.

부부는 예술가들을 위한 탤런트 비자로 미국 여행을 신청하는 절차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러시아를 떠나지 못했다.

물론 영화 감독은 동원 예정된 사람은 아니지만 그는 “러시아는 잡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데려갈 것”이라며 “만약 러시아에서 자신의 사업이나 경력을 구하고자 한다면 사라졌다. 당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동원발표가 나던 당일 러시아를 떠난 기술자 세르게이(26)는 “우리 정부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난 동원령이 시행되지 않기를 바랐다”며 “러시아에 있는 내 친구들 중 아무도 선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seol@news1.kr

 뉴스1

 

"푸틴 '부분 동원령' 뒤 러 해외 도피자 최소 20만 명 추산"

  • SBS
  • 이강 기자(leekang@sbs.co.kr)
  • 입력2022.09.29 11:1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내린 이후 최소 20만 명의 러시아인이 자국을 떠났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러시아 인접 국가들의 통계 자료를 인용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낼 군인들을 보충하기 위해 예비역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령했으며, 이후 징집을 피하기 위한 러시아인들의 국외 탈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몽골, 카자흐스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핀란드 등의 국경검문소에 긴 줄을 선 차량들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러시아와 접경한 나라는 중국과 북한에서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 이르기까지 모두 14개국에 달합니다.

하지만 모든 러시아 접경국이 입국자 통계를 주기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아 러시아 이주민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입국자 통계 수치를 공개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정부는 지난 27일 약 일주일 동안 9만 8천 명의 러시아인이 입국했다고 밝혔습니다.

캅카스 지역의 조지아 내무부는 러시아의 동원령 발령 이후 5만 3천 명의 러시아인이 입국했고, 하루 입국자 수가 평소의 5천~6천 명에서 1만 명으로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국경 수비 업무를 담당하는 프론텍스(Frontex)는 지난 25일까지 한 주 동안 6만 6천 명의 러시아인이 EU로 들어왔으며 이는 그 전주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국외로 나간 러시아인 수가 더 많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라트비아에 편집국을 둔 러시아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 유럽'은 자체 입수한 러시아 보안당국 자료를 인용해 지난 25일까지 26만 1천 명이 러시아를 떠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육로로 조지아로 넘어온 버스 운전사 알렉산드르 올레이니코프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에 떠났다"면서 "내가 아는 많은 사람은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남부 도시 사라토프에서 조지아로 탈출한 알렉산드르 카미센체프는 "국경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고,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무서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국경을 닫길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저항 시위가 뒤따를 수 있어 사람들이 떠나도록 허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NYT는 러시아 당국이 자국민의 탈출 행렬을 단속하려는 정황도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러시아 서남단 지역으로 조지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오세티야 자치공화국 수반 세르게이 메냐일로는 텔레그램을 통해 "북오세티야로의 차량 진입을 제한하도록 명령하는 한편 지역에 경계령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영 언론 매체는 조지아 국경에서 출국을 기다리던 러시아인들이 소집 영장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NYT는 러시아인들의 대규모 탈출 움직임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많은 러시아인은 소집을 피해 출국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30만 명을 동원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이강 기자(lee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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