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공무원 ‘시신없는 장례식’… 딸은 아빠 죽음 2년만에 알았다
“잘 가라 대준아! 부디 가족과 형제, 동료를 잊지 말거라. 그간 고생 많았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고(故) 이대준(당시 47세)씨의 영결식에서 조사(弔詞)를 낭독하던 이씨의 형 이래진(57)씨가 이렇게 외쳤다. 그 말에 이씨의 아내 권영미씨와 아들(19), 딸(10) 등 유족은 북받친 듯 울음을 터뜨렸다.
고 이대준씨는 지난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근무하던 중 실종됐다. 바다에서 표류하다 다음 날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시신도 불태워졌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자진 월북”이라고 했다.
유족은 그 후 2년 가까이 고인이 월북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를 상대로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국방부는 기존 발표를 뒤집고 지난 6월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전남 목포시 효사랑장례식장에서 해양수산부장(葬)으로 그의 영결식이 열린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정식 장례 절차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비서관, 하태경·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고인의 동료 직원과 유가족·친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 뜻에 따라 일반인 조문은 제한됐다. 영결식장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힘 일부 의원, 해수부장관, 해양경찰청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소속 의원의 조화는 눈에 띄지 않았다.
조 장관은 영결사(永訣辭)에서 “고인은 2년 전 위험한 연평 해역에서 공무 수행 중 북한군에 의해 사망했다”며 “2년간 영면에 들지 못했던 고인이 이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오랜 시간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견디어 오신 유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이래진씨는 영결식에서 “사건 초기, 사실과 다른 수사와 발표를 넘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지난 정부의 비극을 우리는 경험했다. 억울한 죽음과 희생에 국가가 발 벗고 나서서 명예를 회복시켜 주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이대준씨에 대한 순직 심사가 진행 중이다. 그는 영결식 후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고발하겠다”고도 했다.
유족들은 이날 영결식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월북자’의 가족이 아닌 ‘순직자’의 가족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이씨의 아들은 군인이 돼 나라를 지키고 싶어, 최근 육군과 공군 부사관 시험에 잇따라 응시했다. 고인의 아내인 권영미씨는 “이 사건 이후 원래 군인이 되겠다던 아이가 꿈을 포기한 것 같더니 (국방부가 사과한 뒤인) 지난 7월쯤 다시 군인 꿈을 키워보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월북했다는 결론이 바뀌고 정부 장례를 치르면서 절반의 명예 회복이 됐다. 이제 완전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사과가 이뤄지면 완전한 명예 회복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열살 딸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2년 가까이 몰랐는데, 지난 6월에 알게 됐다고 한다. 이번 영결식에 모인 취재진과 조문객들을 보며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7월 직접 적은 그림 편지에서 이씨의 딸은 “같이 공원에 가고 같이 잤을 때 정말로 재밌고 행복했다.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한다”고 적었다. 권씨는 “우리 가족이 서로의 버팀목이 돼 억울했던 지난 2년을 버텨야 했다”며 “이제 나도 새로 일을 구하고, 아이들은 꿈을 이루며 일상을 회복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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