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이준석에 "거울 들여다보라…수락산서 힘드니 팔공산 서성이나"
- 연합뉴스
- 류미나
- 입력2022.09.09 06:01
"질풍노도 혈기만 느껴져…윤석열 정부의 '퀄리티스타트' 훼방·방해"
'정진석 비대위' 가처분 신청에 "李, 큰 손해 감수해야 할수도…대화 의미 없다"
李 '윤핵관 험지출마론'엔 "온실 속 아닌 풍찬노숙·산전수전 겪어온 사람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rbaek@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기자 = 국민의힘 정진석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이제는 지금의 자화상을 거울 보고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숨고르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부의장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 이 전 대표도 정치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 맏형격인 정 비대위원장은 6·1 지방선거 이후 이 전 대표와 거친 설전을 주고받은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 도중 "가시 달린 육모방망이 비슷한 것"이라며 선물로 받았다는 '불리바'라는 철퇴를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정 부의장의 과거 '육모방망이' 발언까지 소환해 직격했다.
악연 아닌 악연으로 얽힌 정 비대위원장이 '해임'된 이 전 대표를 대신해 당권을 쥐게 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앞서 기자회견에서 제기했던 윤핵관 그룹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관해 묻자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수락산에 올라가서 한번은 당선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0선'인 이 전 대표가 수락산이 위치한 서울 노원 지역구에서 연거푸 낙선했다는 점을 비꼬아 지적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락산부터 우선 초선 (당선을) 목표 달성하길 기원한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이 전 대표가 지역구인 노원) 수락산에서 힘드니까 좀 쉬운 (대구) 팔공산에서 서성인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의 최근 잇단 TK(대구·경북)행을 빗대어 꼬집은 셈이다.
특히 이 전 대표가 거론한 '윤핵관' 가운데 자신을 포함, 권성동 장제원 이철규 의원 등이 모두 한 번씩 무소속 당선된 이력이 있다고 거론하며 "온실 속에서 평탄하게 선수를 쌓아 올린 사람들이 아니다. 풍찬노숙도 하고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이만큼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초선이나 한 번 해보고 그런 소리를 하라고 해라"고 했다.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뼈있는 직격이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또다시 제기한 데 대해 "더이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라며 "법원에서 한번 가처분 신청을 인정해줬으면 본인의 애초 목적은 달성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언사와 행동들이 윤석열 정부의 '퀄리티 스타트'를 훼방 놓고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라며 "질풍노도의 혈기만 느껴지는데, 그것으로 지금 해결될 국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이라는 것은 정말 엄중한 과제이기 때문에, 또 여당이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제는 어떠한 정치대회전, 정치승부처보다는 국가 대의나 공적 사명 같은 것을 한번 좀 되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윤석열 정부를 조롱·훼방하는 행태는 본인에게도 두고두고 부담될 것이다. 나중에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와 연락을 취해볼 의사가 없는지 묻자 "전화해 볼 생각 없다"며 "더는 대화의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과유불급"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면서 "정당의 대표란 것은 임기를 보장해주어야 하는 직업공무원과는 다른 것이고, 정당의 대표는 자기가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에 대해 '원래는 친했다'며 이 전 대표가 자신을 향해 '윤핵관'도 아니고 '윤핵관 호소인'으로 공개적으로 지칭한데 대해 "그 친구는 약을 올리려고 그런 것이다"라며 '허허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원래는 내가 이 전 대표와 친했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 때 내 지역구인 공주·부여·청양에서 이 전 대표를 많이 밀었었다고"라며 "그런데 뭐,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다"라고도 덧붙였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rbaek@yna.co.kr (끝)
이야기는 둘 사이 공개 설전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이른바 '육모방망이 사건' 당시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육모방망이를 들었는데, 육모랑 비슷하지도 않고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을 흔들면서 무슨"이라며 "'어허허' 웃으면서 재미있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의 언쟁을 '다 잊었다'면서도 "내가 기분이 언짢았던 대목은 한 번 있었다.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충남 지역 비례에 자신이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던 일은 "정말 불쾌했다"며 '꼭지가 돌았었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어 "이 전 대표의 그런 태도에 대해서 유감스러운 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젊기 때문에 우리가 다 끌어안아 줬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그랬고, (윤석열 당시) 후보부터가"라고 덧붙였다.
기뻐하는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
지난해 6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당선 결정 이후 정진석 의원과 포옹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尹 열정열차' 출발
지난 2월 11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의원이 천안역에서 출발하는 윤석열대선후보 공약홍보 '열정열차'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