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하주차장 참사 경고였다" 마을이장도 처음 본 세 장면
업데이트 2022.09.07 11:34
지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단지 인근에 위치한 냉천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범람해 아파트단지 앞마당까지 흘러넘쳐 있다. 사진 황병건 이장
“새벽녘 아파트 옆 하천인 냉천이 넘실대는 것이 창밖으로 어렴풋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이미 냉천과 도로 경계가 사라졌다. 이곳에 수십 년 살면서 냉천이 넘치는 건 처음 봤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여파로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가 난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에 25년째 거주 중인 황병건 오천읍 구정4리 이장의 말이다. 그는 7일 오전 기준 실종자 9명 가운데 7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후 참사 당시 ‘아파트에 살며 처음 본 세 장면’을 꼽았다. 그는 "그 세 장면이 ‘참사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음’이었던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①사라진 제방…“평소엔 마른 하천이 범람했다”
그가 꼽은 세 장면 중 첫 번째는 ‘사라진 제방’이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왕복 4차로 도로 건너 냉천이 흐르고 있다. 아파트는 냉천에서 약 150m쯤 떨어져 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시작돼 동해로 유입되는 지방하천인 냉천은 평소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마른 하천이다.
황 이장은 “전날부터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지난다는 뉴스를 보고 밤새 긴장하고 있었는데 새벽녘 비가 세차가 내리기에 창밖을 보니 어렴풋이 냉천과 도로의 경계가 사라진 것이 아파트 8층에서도 보였다”며 “하천변에 있는 여러 나무가 사실상 제방 역할을 하는데 평소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나무 일부가 유실돼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단지 인근 냉천의 제방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유실됐다. 냉천은 제방을 넘어 범람해 인접한 아파트단지에 침수 피해를 일으켰다. 사진 황병건 이장
②침수된 앞마당…“25년 살면서 처음 침수됐다”
황 이장은 여기서 비가 더 쏟아지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파트 경비근무자에게 “만약 지하주차장 펌프 시설이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위험할 수 있으니 잘 지켜보라”고 일러두고 순찰에 나섰다. 이윽고 경비근무자로부터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황 이장은 안내 방송을 하기로 하고 오전 6시가 되기 전부터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옮기라”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지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완전히 침수돼 있다. 사진 황병건 이장
지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단지 앞마당이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완전히 물에 잠겨 있다. 사진 황병건 이장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2단지는 이날 오전 6시쯤부터 여러 차례 동일하게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고 있으니 긴급하게 차를 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한다. 반면 1단지에서는 처음에는 “지하주차장은 침수되지 않았다. 놀이터 쪽 지상 주차장에 세운 차는 빼야 한다”고 방송했다가, 오전 6시 30분에 나온 세 번째 방송에서는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니까 차를 옮겨야 한다”고 했다.
황 이장도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을 뺏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상에서도 차들이 뒤엉켜 이동이 원활하지 않았기에 지하주차장에서도 차량이 길게 줄을 만들게 됐다. 그렇게 지하주차장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경사로에 빗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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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폭포처럼 쏟아진 물…“차 그냥 두고 나왔다”
한 번도 침수된 적 없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 마지막 장면이다. 황 이장은 이 장면 역시 지하주차장이 완전히 침수된다는 경고음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황 이장은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경사로에 정차한 채로 앞차가 빠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오토바이를 탄 주민이 거세진 물살에 넘어지기에 도와주러 갔다 왔다. 그랬더니 이미 경사로에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고 내 뒤에 있던 차량이 물살에 휩쓸려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고 했다.
지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완전히 침수돼 있다. 사진 황병건 이장
그러면서 “차량이 어느 정도 경사로를 올라온 상태였기 때문에 ‘설마 여기까지 물이 차겠느냐’는 생각에 뒷바퀴에 보도블록을 받쳐놓고 몸만 빠져나왔다”며 “그때는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지하에 다른 주민이 있는지 살피지 않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황 이장이 차를 포기하고 지상으로 나오자 이미 냉천이 아파트 단지로 범람해 들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완전히 침수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었기에 제때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상황을 깨달았을 땐 이미 하천이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한 때였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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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6분 전
지역에서 오래 살았고 재난 경험이 많은 이장도 지하주차장이 저렇게 되리라곤 그 자리를 이탈하기 까지도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는 고백인데, 만약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이하 직원들이 민형사상 소송이 제기가 되어 법정에 서게 되면 저분을 증인으로 신청하세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답글 2좋아요5화나요2 -
miss****16분 전
ㅎㅎ..처음 경험하는 일이라..ㅎㅎㅎㅎ..사실 대부분의 일들을 우리는 처음 경험은 커녕 경험해 보 지도 못한당.ㅎ..야구선수를 해봤냐..의사를 해봤냐..배달을 해봤냐..대통령을 해봤냐.ㅎ..그저 자기가 생업으로 택한 일만 할 줄 알고 경험해 본다..ㅎㅎ..그래서 돈주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사는 것이다..ㅎㅎ..신발을 만드는 경험을 하느니 돈주고 평판 좋은 신발 메이커를 선택한다..ㅎㅎㅎㅎ..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들은 유언으로 기록으로 남겨 후세대에 교훈이 되게 한다..ㅎㅎㅎㅎ..그러니 경험해 보 지 못한일 첫 경험이라 대처를 못했다는건 변명일 뿐이다..ㅎ..누가 죽어 봤나..ㅎ..죽음은 모두 첫경험이지..ㅎㅎ..그래서 2000년간 인간의 경험이 기록된 성경이 귀중한 것이다..그후 또 2천년간 성경은 전 인류에게 읽혀져 왔다..ㅎㅎ..죽음을 경험하지 않아 천국 지옥 나는 모른다야..ㅎㅎ..해봐야 통하지 않는다..ㅎ..성경때문에..ㅎ..관리소장이 메뉴얼을 소홀히한 죄다..ㅎㅎ
답글 2좋아요4화나요20 -
reve****48분 전
차는 구입순간부터 가치가 떨어지는 소모품입니다. 침수탈출 골든타임을 놓치는 차주들 대부분은 차에 애착을 못버리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라 안타깝습니다.타이어 2/3 높이로 물차면 차는 수압땜에 문도 열리지 않는 수중감옥이라는 사실 잊지마세요.
좋아요20화나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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