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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로 들어가야, 터널 끝이 보이지...

Jimie 2020. 12. 15. 03:43

[사설] 文 “터널 끝 보인다”더니 터널로 들어가는 한국

조선일보

입력 2020.12.14 03:26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 대응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코로나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거리 두기 3단계 격상도 검토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시간이자 실로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넘어서자 최고 강도의 사회 활동 규제를 경고하고 나왔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한 발짝씩 늦거나 현실 상황과 엇박자였던 그간 정부 조치들을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10월 12일 ‘하루 확진자 50명 미만’이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는데도 거리 두기를 1단계로 내리면서 쿠폰 발생을 재개했다. 10월 19일엔 대통령이 “최근 방역 상황이 서서히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는 문 대통령 발언 이틀 뒤인 21일 100명을 돌파하면서 이번 3차 대유행의 시발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수도권 긴급 방역대책 점검회의와 13일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관련 정부의 대책 국민에 방역대책 준수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메시지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대통령은 지난 9일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 4400만명분은 우리 국민의 집단면역에 충분한 양이고 내년 2~3월이면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말을 세 번 되풀이했다. 그러나 한국은 임상도 안 끝난 백신만 구매 계약을 맺었을 뿐 내년 하반기에도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대통령은 “터널의 끝” 발언 사흘 뒤인 12일에는 “실로 방역 비상 상황”이라며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완전히 다른 말을 했다. 2월에도 대통령이 “코로나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한 며칠 뒤 대구 신천지 사태가 터졌다. 대통령은 11월 21일에는 G20 화상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신속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로 확산을 막았다. 한국 경험이 세계 각국에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날 255명이었던 확진자는 사흘 뒤에 553명으로 뛰었다.

 

코로나 1차, 2차 확산 때엔 신천지, 광화문 집회 등 정부가 방역 실패를 뒤집어씌울 대상이라도 있었다. 이번 3차 대유행은 누구 탓으로 돌리려 할지 궁금하다. 국민은 정부의 무능(無能)으로 겪어본 일 없는 진짜 고통의 터널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데 방역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부터 “터널의 끝”에서 “절체절명”까지 우왕좌왕이니 누굴 의지해 이 터널에서 탈출해야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