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주재 회의서 북송 결정... 文국정원 보고서에 담겼다”
靑비서실장 회의 거쳐 보고서 변조된 정황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1월 귀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국가정보원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탈북 어민 북송 방침이 결정됐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기재했던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국정원 대북전략국이 2019년 11월 4일과 11월 10일 자 보고서에서 ‘청와대가 11월 4일 오전 비서실장 주재 회의를 통해 어민 송환을 결정하고 통일부 측에 송환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고 적시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노 전 실장은 추방 결정을 내린 적도, 추방 결정 회의를 한 적도 없다”는 당시 청와대 참모진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규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노영민 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에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 통일정책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당시 국정원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직원도 “김창수 통일정책비서관이 ‘11월 4일 오전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탈북민 북송이 결정되었다’고 언급했다”고 관련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요 언론들도 ‘귀순 어민 북송과 관련한 주요 의사 결정이 당시 서훈 국정원장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함께 논의해 이뤄졌고, 노 실장 주재 대책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민주당 윤건영 의원 등 문재인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은 26일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가 없었으며 국정원의 귀순보고서를 청와대가 무단 삭제하지 않았다’는 민주당 측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어선 나포 당일인 11월 2일 ‘울릉도 동북방 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는 보고서를 국가안보실에 배포했다. 북한 선원 2명이 나포 과정에서 저항하지 않은 데다, 귀순 의사를 명백히 표명하고 나서 자필로 귀순 의사가 담긴 보호신청서를 작성한 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보고서라고 한다. 그런데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강제 북송을 결정한 이후로 보고서가 변조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게 현 정부 관계자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11월 3일 국정원으로부터 귀순 의사 확인, 강제수사 건의 등이 담긴 보고서를 보고받았으나 이튿날인 노영민 실장 주재 회의를 통해 강제 북송 방침을 결정한 후 국정원에 ‘합동조사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국정원 지휘부는 청와대 교감하에 ‘귀순 의사 표명 및 강제수사 건의’를 삭제하고, ‘대공혐의점 없음 결론’을 적시한 보고서를 통일부에 송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또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지휘부가 합동조사팀이 서울 대방동 군합신소 현장에서 작성한 합동조사 결과보고서에서 ‘귀순자’를 ‘월선자’로 변경토록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대북 송환에 평균 5.6일이 소요됐다’는 야권 주장에 대해서도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에 국한된 수치”라며 “교묘한 통계 조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귀순 사건의 통상 조사 기간은 10~14일”이라며 “이번 사건은 중앙합동조사까지 이뤄진 사안으로, 지역합동조사만 이뤄진 여타 대북 송환 사건과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통상 수 주 걸리는 귀순자 조사를 3일 만에 끝내고 서둘러 북송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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