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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8년 만의 정권 교체..중국이 주목하는 이 사람

Jimie 2022. 5. 25. 15:06

[특파원리포트] 호주, 8년 만의 정권 교체..중국이 주목하는 이 사람

조성원

입력 2022. 05. 25. 07:00 수정 2022. 05. 25. 09:03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4박 5일 한일 순방은 아시아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그 마지막 빅 이벤트는 쿼드(Quad) 정상회의입니다. 24일 일본 도쿄 총리 공관에서 열렸습니다. 쿼드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참여하는 안보 협의체입니다.

쿼드 정상회의가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호주 앨버니지 총리, 미국 바이든 대통령, 일본 기시다 총리, 인도 모디 총리. (사진:연합뉴스)


쿼드는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공식 출범을 알린 인도 태평양 지역 경제통상협력체, IPEF(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겨냥하는 협의체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육상과 해상에 21세기 실크로드를 건설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8개월 만에 다시 열린 이번 쿼드 정상회의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입니다. 현지 시각 21일 열린 총선을 통해 호주의 새 총리가 됐습니다. 중도 좌파인 노동당 소속입니다. 호주로서는 8년 만의 정권 교체였습니다.

 

■ '8년 만의 정권 교체' 새 호주 총리...입지전적 개인사도 화제

 

앨버니지 총리 개인으로서도 주목할만합니다. 그는 스스로 호주 정부 수립 121년 만에 처음으로 앵글로-켈틱 이름을 갖지 않은 총리 후보라 말하며 선거를 치렀습니다. 앵글로-켈틱, 그러니까 영국 또는 아일랜드식 이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탈리아계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번 호주 선거 결과를 '다문화 사회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의 개인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이 같은 혈통 때문만은 아닙니다. 개인적 역경을 이겨내고 최고 정치 지도자에 오른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앨버니지의 부모는 해외 여행 중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어머니가 임신했지만 앨버니지의 아버지가 이탈리아에 약혼녀를 둔 상태여서 결혼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후 어머니가 시드니 빈민가에서 홀로 앨버니지를 키웠습니다. 공공주택에서 연금에 의존해 살았던 앨버니지는 십대 시절 공공주택이 개발업자들에 넘어갈 위기를 겪으며 처음 정치 운동에 참가했습니다. 그는 "매일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결의를 다졌다"고 회고했습니다.

 

총선 결과 정권을 주고 받은 앨버니지 신임 총리(왼쪽)과 모리슨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그의 총리 취임은 이 같은 개인적 성공, 또는 8년 만의 정권 교체와 같은 호주 국내 정치적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제 사회는 호주의 정권 교체가 대중 정책에 변화를 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호주는 전임 중도 우파 총리 시절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정책에 적극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 호주, 정권 교체에 따른 '대중 정책' 변화 가능성 주목

 

호주는 앞서 살핀 쿼드는 물론 미국 주도의 또 다른 안보 협의체로 지난해 출범한 오커스에도 가입해있습니다. 오커스 출범 과정에서 미국은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제공을 약속했습니다. 중국의 해군력 팽창에 맞서 미국과 동맹국들(영국, 호주)이 태평양, 인도양 일대 항로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호주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때 친중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랬던 호주가 미국 주도 중국 견제 정책에 적극 가담한 데는 극도로 악화된 호주-중국 양자 관계가 배경에 있습니다. 양국 관계 악화가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호주가 자국 5G 이동통신 사업에서 중국 기업 화웨이를 배제하면서부터입니다. 특히 호주가 코로나19의 중국 기원론을 조사하자는 주장을 지지하자 중국의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020년 11월 트위터에 호주 군인이 아프간 어린이를 학살하는 풍자 만화를 올리며 중국-호주 정부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직접 사과를 요구했지만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연상시키는 전방위 무역 보복에 나섰습니다. 보리와 석탄, 쇠고기, 와인 등을 잇달아 무역 규제 대상에 올렸습니다. 예컨대 호주 와인에 대해서는 최대 218%의 고율 관세를 매겼습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국이었고 호주의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30%가 중국인이었습니다. 호주의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호주는 이에 굴하지 않고 무역선 다변화를 추구했습니다. 중국의 무역 규제는 WTO에 제소했습니다. 지난해 중국이 전력난을 겪자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해 상황이 더 악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호주와 미국의 전략적 밀착이 속도를 냈습니다.

 

■ 호주, 전임 정부 시절 중국과 첨예한 무역 갈등...미국에 전략적 밀착

 

이 같은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중국에 유화적인 노동당이 정권을 잡자 중국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1970년대 중국과 수교할 당시 호주 집권당도 노동당이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호주의 새 노동당 정부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를 총결산하고 미래를 향해 상호 존중과 상호 이익의 원칙을 가지고 양국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호주 새 정부와 미래를 향해 관계를 발전시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하지만 호주가 곧바로 대외 정책의 항로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동안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워낙 첨예했고 감정적 앙금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최근엔 호주의 코 앞인 솔로몬 제도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뻗어오며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이유도 전임 정부의 대중 정책보다는 기후 변화 대응, 생계비 등 다른 정책에 대한 실패 탓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 신임 호주 총리 "변한 것은 호주가 아니라 중국...가치 지켜야"

 

앨버니지 신임 총리도 취임 뒤 기자회견에서 "변한 것은 호주가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했습니다. "호주는 언제나 우리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라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쿼드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중국과의 관계는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경제는 물론 군사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마냥 갈등 관계를 유지하기도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 주도의 오커스, 쿼드, IPEF 모두에 가입한 호주의 정권 교체와 신임 총리의 행보는 미중 갈등이라는 국제적 세력 구도 하에서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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