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대응에 검찰 내부 불만 고조… “타조처럼 머리 박고 사라졌다” 비판도
“후배 총장한테 이런 말하면 안 되겠지만, 한 나라의 검찰 또는 사법체계를 이끌어가는 총수로서 소양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김오수 검찰총장이 4월 2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면담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동아DB]
“중재안 알고 있던 것 아닌가”
김 총장은 4월 22일 여야 원내대표가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사실이 발표되자 “모든 상황을 책임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자 “마지막까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입장을 낸 지 나흘 만이었다. 이날 이성윤 서울고검장(23기)과 여환섭 대전고검장(24기), 권순범 대구고검장·조재연 부산고검장·조종태 광주고검장(25기), 김관정 수원고검장(26기) 등 전국 고검장 6명 전원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23기)도 사퇴했다.
광주 대동고, 서울대 법대 출신인 김 총장은 사법시험 합격 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맡은 ‘특수통’ 검사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다. 2019년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대검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조국 수사팀’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검찰 내부에서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19년 10월 14일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뒤 직무대리를 맡아 이른바 ‘조국판 검찰개혁’ 후속 조치를 이행했다.
박상기·조국·추미애 보좌
여러 우여곡절 끝에 김 총장은 지난해 3월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중도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그해 5월 3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제청됐다. 당시 청와대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다해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일각에서는 “정권 말의 안전을 도맡을 ‘방탄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대선 국면에서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사건 등을 소극적으로 수사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의힘 권선동 원내대표는 3월 15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검찰이 대장동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고 비웃으실 때는 언제이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37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