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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법 알긴 아나" 모욕적 말까지 들었다, 공수처 법정 데뷔

Jimie 2022. 4. 22. 23:00

"증거법 알긴 아나" 모욕적 말까지 들었다, 공수처 법정 데뷔

중앙일보

입력 2022.04.22 16:24

업데이트 2022.04.22 19:45

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1호'로 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사안으로, 법정에도 공수처 검사들이 직접 출석해 공소 유지를 맡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옛 검찰 동료였던 박모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이 합수단에 배당되자 사건 처리와 관련해 1093만원가량의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0월 스폰서 김모 씨로부터 금품·향응을 받은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513호 형사 법정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첫 재판 데뷔전이 치러졌다. 공수처는 검찰이 과거 무혐의 처분했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을 다시 수사해 지난 3월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출범한 지 1년 2개월 만에 직접 기소한 '1호 사건'이다. 수사 능력이 부족한 '아마추어' 취급을 받았던 공수처로선 수사와 기소 그리고 공소유지 능력을 종합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재판이어서 여기에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를 2016년 과거 검찰 동료였던 박모 변호사로부터 93만원 상당의 두 차례 향응과 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박 변호사에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함께 기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재직하던 2015년 11월 박 변호사 사건을 배당받았고, 박 변호사가 2017년 4월 최종 무혐의 처분받은 것은 뇌물에 대한 대가라는 게 공수처의 시각이다.

 

현장에서 지켜본 공수처의 재판 데뷔전은 기대 이하였다. 먼저 공수처 검사들은 재판 시작부터 피고인 측으로부터 공소 제기 자체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모욕적인 표현들까지 포함해서다.

 

김 전 부장검사의 변호인은 "공수처가 공소 제기한 사건은 이미 2016년 9월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에서 강도 높게 샅샅이 수사해 처분을 내렸던 사건에 모두 포함돼 있던 내용"이라며 "무려 6년이 지난 후에 공소사실을 입증할 아무런 추가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재탕 수사해 억지로 기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소는 증거와 법리에 따른 게 아니라 검찰개혁, 지금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정치적 이슈로 삼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라고도 꼬집었다.

 

박 변호사의 발언은 더 셌다. 그는 "저도 법조인으로 살았지만 이 사건은 정말 어처구니없다"며 직접 발언하기 시작했다. 박 변호사는 "범죄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돼야 하는데 제 카드 내역 중에 술값이 있으니까 김형준과 마신 것 아니겠냐, 그럼 뇌물이 아니겠냐는 추측에서 기소한 것"이라며 "고소한 사람이 술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의 진술과 제 카드내역만으로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진짜 아마추어 같다"며 "증거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고 하면 과거 카드내역만 가지고 기소한다는 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몰아붙였다.

 

물론 이는 방어하는 피고인 측의 발언이다. 공소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첫 재판부터 공수처 망신주기를 의도했을 순 있다. 하지만 재판장이 공수처의 공소장을 보고 기초적인 문제들을 지적하는 대목은 지켜보는 사람조차 뼈아팠다.

 

재판장은 "공소장에 뇌물의 대가가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처리의 대가로 기재돼 있는데 이때 대가성이 어디까지인가"라며 "혐의없음 종결이 대가 관계가 있다고 기재된 것인지, (김 전 부장검사의) 신속한 사건 처리 지시에 대해서만 대가를 받은 건지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뇌물의 대가가 2017년 합수단이 박 변호사를 혐의없음 처분을 한 것까지인지, 아니면 김 전 부장검사가 합수단장 재직 당시 주임 검사에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한 것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박 변호사가 혐의없음 처분 받기 전인 2016년 1월 이미 인사발령으로 합수단을 떠나 관련성이나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재판장은 "혐의없음 종결까지 대가 관계가 있다면 공소장에 있는 검사와 김 전 부장검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나중에 주임 검사가 바뀐 뒤) 다른 검사는 왜 혐의없음 처분을 했는지 조사가 됐냐"고 묻기도 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간담회가 예정된 지난달 30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던 점은 공수처 검사들의 대응이었다. 공판에 참여한 공수처 검사들은 피고인들의 모욕적인 말에도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한 검사는 공판 내내 얼굴이 새빨개져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수처 검사가 이날 한 이야기라고는 "공소장에 오기가 있어서 말씀드린다" "정리해서 의견서 제출하겠다"는 수준이었다. 재판장이 묻는 말에는 "후임 검사만 확인한 정도"라고 답했다. 법정에서 사납게 느껴질 정도로 피고인들의 발언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는 검찰의 모습을 본 것과 굳이 구체적으로 비교하진 않겠다.

이날 여야는 검찰에 그나마 남은 '6대 범죄' 수사권 중 부패·경제범죄만 남기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다. 중재안에는 남은 '2개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 역시 경찰과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 그리고 공수처가 넘겨받을 준비가 될 때 완전히 박탈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사건 재판은 이제 첫 발을 떼 현재로서는 판결을 가늠할 수는 없다. 공수처가 이 사건 피고인들의 유죄를 끌어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처분을 단죄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하지만 이날 첫 공판에서 공수처 검사들이 보여준 안이한 모습은 '검수완박' 이후 고위공직자 등 권력자들의 범죄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지 충분히 의문을 가지게 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 alfm****19분 전

    공) 공허하다. 수) 수상하다. 처) 처량하다.

    좋아요2화나요0
     
  • kind****38분 전

    좌파들이 만들어 놓은 것중에 제대로 전문성이 있었던게 있기나 했냐? 법학자라는 조국이나 경제학자라는 소주성의 김상조와 장하성이를 보면 그들의 수준을 알수 있다. 홍문기같은 놈이 경제부총리를 할 정도면 좌파에 전문가는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뭘더 기대하겠나... 나라 좀 그만 망가뜨려라.

    좋아요9화나요0
     
  • taep****1시간 전

    '월성1호기 영구가동중단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로 산통부 발칵 뒤비졌었지?그럼 처럼회 메버들이 앞장서 광분했던건 혹시 '퇴임날이 다 되가는데 그 검수완박법안은 언제 본회의 상정할 계획인가요?'가 있었던 때문은 아니었겠지?

    좋아요12화나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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