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 그의 거짓말이 키웠다" 한동훈의 작심 반박
정준기
입력 2021. 06. 02. 15:30 수정 2021. 06. 02. 17:07
<'조국의 시간' 내용 반박 인터뷰>
"회고록이 진실 행세할까 봐 나설 수밖에"
'사모펀드 문제 없다고 결론' 조국 주장엔
"핵심 혐의인 미공개정보이용 유죄" 반박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던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수사' 당시 한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으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수사를 진두지휘했고, 이후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조 전 장관은 1일 출간된 회고록에서 이 사건뿐 아니라 사법농단 의혹 등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도한 검찰 수사들을 싸잡아 비판했는데, 실질적 수사 책임자였던 한 검사장이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한 검사장은 2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이 사실 관계를 호도하고 있다"며 '조국의 시간'에 담긴 내용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이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에서 100여 명의 판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망신을 줬다"고 비판한 데 대해 한 검사장은 "(검찰 수사 당시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수사팀이 힘들겠다. 나중에 챙겨 줘야겠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이제 와서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선을 긋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검사장은 '조국 수사'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이 초반에 무리한 거짓말로 음모론을 키운 탓에 수사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그의 거짓말들이 다 드러났는데도 책에 그런 내용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조 전 장관이 계속된 거짓말로도 상황을 뒤집기 힘들게 되자, '쿠데타' 등 격한 표현을 쓰며 반격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음은 한 검사장과의 일문일답.
"수사 확대는 조국 거짓말 때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정식 출간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돼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조국의 시간' 책을 읽어 봤나.
"봤다. 유튜브 등에서 나왔던 여러 음모론들을 모아 놓은 것이더라. 법원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정리된 것들도 (사실인 것처럼) 썼다. 반면, 본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 등에서 무수한 거짓말을 함으로써 음모론을 키우고 여러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이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이 100여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가족 전체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나를 압박했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의 거짓말이 없었다면 수사가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개 저 정도로 (조 전 장관 아들과 딸 표창장에서 동일하게 발견된) 도장 흔적이 나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표창장) 위조 사실은 인정하고, 동기나 사정을 설명하는 식으로 나온다. 그런데 검찰이 위조했네, 언론이 어쨌네, 이런 식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면 그걸 하나하나 깨기 위한 추가 수사가 필요해진다. 수사가 넓어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압수수색도 그래서 이뤄진 것인가.
"범죄 혐의의 수가 많으니 압수수색 횟수도 많아 보일 수 있을 뿐, 따져보면 많지 않고 절차를 철저히 지킨 수사다. 절차를 조금이라도 안 지켰다면 추미애 장관이 뭐든 감찰했지 않았겠나. 그리고 (답안지 유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기소된 반면, 조민씨는 기소되지도 않았다. 일반적 경우라면 처벌받아야 했던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단호하지 못했던 점을 오히려 비판받을 순 있다고 생각한다. 웅동학원 채용비리 역시 '조 전 장관 동생 혼자 했겠나'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하지만 조 전 장관 모친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조사도 하지 않았다. 공격적이지 않은 기소를 한 것이다. 나는 압수수색 중 독직 폭행까지 당했는데도 도리어 기소된 사람을 승진시킨 분들이, 조국 수사를 과잉수사라고 호도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사모펀드 핵심 의혹 유죄 나왔다"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0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책 내용 중 '사모펀드는 조국 펀드도, 권력형 비리도 아니었으며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부분은 어떤가.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문제가 많다"고 했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판단이 틀렸다고 썼다.
"사모펀드가 문제가 없나? 사모펀드와 관련해 핵심인 미공개정보이용 혐의가 인정돼 (정 교수가)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 아닌가. 본인은 몰랐다더니, 조 전 장관 돈도 들어가지 않았나. 정경심 교수도 (투자처) 몰랐다고, 블라인드 펀드라고 (거짓말) 하지 않았나? 뇌물죄로 기소하진 않았지만, 당시 이 사람들이 받은 특혜성 투자 기회의 성격도 논란 소지가 있다. 그리고 1심에서 횡령 혐의가 무죄 나온 걸 이야기하던데, 그건 법리상 횡령죄가 안 된다는 것이지, 허위 컨설팅을 통해 돈 받은 건 인정됐다. 팩트가 틀린 것은 없다."
(※정경심 교수 사건 1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로부터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 투자처인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듣고 주식을 사들인 혐의, 주식 등 거래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차명 계좌를 이용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결했다. 코링크PE 회삿돈 횡령 혐의에 대해선 '허위 계약에 의한 컨설팅 수수료 지급'이라는 기본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정 교수에게 횡령 의사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이 최측근인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나 김유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분석 보고를 그대로 믿었던 것 아니겠냐'고 의심했다.
"택도 없는, 철 지난 말이다. 재판 과정에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나왔고, 판사가 그런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여름 휴가철이었고 조 전 장관이 청문회를 낙마할 거란 생각을 아무도 못 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에서 의혹들이 터져 나왔고, 나중에 조사해 보니 제기된 의혹이 팩트였던 것이다. 의혹이 제기되기 전에 조사한 건 전혀 없다. 게다가 만약 당시 그런 정보가 있어서 정밀 분석했다고 한들, 그 역시 반부패·강력부장의 정상적 업무 범위 안에 있다. 했어도 문제 없지만 안 했으니 안 했다 하는거다"
-조 전 장관은 책에서 '권력형 비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수사를 막는 과정에서 권력이 동원된 것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수사) 검사들이 좌천되고, 검찰총장이 쫓겨나고, 제도가 맞춤 형식으로 바뀌나. 고위직이나 도덕적인 사람도 범죄를 저지를 순 있다. 문제는 범죄를 저지른 뒤, 그 사람의 지위나 진영 때문에 시스템을 망가뜨리면서 처벌을 막으려 한 과정이다. 그게 최악의 권력비리 아닌가?"
"사법농단 수사, 민정수석실에서 박수 쳤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조 전 장관은 '사법농단' 수사에 대해서도 "무리한 참고인 조사로 망신주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도 명백히 박수를 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법원에서 수사에 협조하라는 취지의 말씀까지 하셨다. 청와대에서 사법농단 수사가 어떻게든 계속되게 하려고 여러 발언을 하지 않았나. 심지어 민정수석실에서 '수사팀이 법원과 척져서 (퇴직 후) 변호사도 못하겠다, 나중에 (인사를) 챙겨 줘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직접 전해 듣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사실 관계를 호도하는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시절 사법농단 수사를 이끌었다. 조 전 장관은 한 검사장의 기억과 달리, 책에서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총장에게 시켰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이 수사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썼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취임 후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해 달라고 요청해서 어이가 없었다'는 내용도 책에 있었다.
"난 지금까지 어떤 자리로 보내 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마치 내가 원했던 것처럼, 자기들이 인사로 떡을 주는 것처럼 얘기하는 듯한데, 나를 3차장으로 발탁한 것도 자신들이고, 내 수사에 환호한 것도 자신들 아닌가? 난 지금까지 실력이 부족해서 잘못 판단한 적이 있을지는 몰라도, 진영 논리에 따르거나 스스로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져서 수사한 적은 없다. 누구 부탁을 받거나, 잘 보이려 수사한 적도 없다. (현 정부 초반에) 자신들의 방향과 맞는 수사를 해서 좋아했겠지만, (그런 것을 보고) 뽑았다면 사람을 잘못 뽑은 것이지 않나? 그렇다면 자신들의 안목을 탓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이 수사한 다른 사건들도 거론하면서 '애초부터 일종의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초현실적 망상이다. 조국 일가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거짓 선동이 점점 뒤집기 어려워지고 있지 않나. 이제 선동으로 안 되고, 정치권에서도 본인과 선을 그으려 하는 듯하니 '검찰이 쿠데타를 했다'는 둥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역심' 같은 표현을 쓰는데, 누구를 향해 그랬다는 말인가.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나 현 정권 인사들이) 왕이라도 되는 것인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같은 사람 한 명이 공깃돌 갖고 놀 듯, (정권을 겨냥해 수사한 검사들을) 가지고 놀지 않았나. 그런데 누가 무슨 쿠데타를 한다는 말인가."
-현재 적극 언론 대응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조 전 장관은 이 책으로 당장 (거짓말을 계속한다는) 비웃음을 살 순 있어도, 나중엔 그런 분위기가 없어지고 책만 남아서 '진실 행세'를 할 것이다. 상식 있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그런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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