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그래도 ‘진실의 시간’은 다가온다
[朝鮮칼럼 The Column]
입력2022.03.25. 오전 3:21
수정2022.03.25. 오전 7:35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이재명 계 박홍근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덕훈 기자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검수완박’이란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줄인 말이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신설)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로 검찰 수사권을 6대 범죄로 축소했는데 그나마도 모두 뺐겠다는 것이다.
명분으로는 ‘검찰 개혁의 완수’를 내걸었다. ‘개혁’이란 표현 자체도 가당치 않은데 문재인 정권은 이미 사법제도 변경과 인사(人事)를 통해 검찰을 군사독재 시절의 정권 보위 조직처럼 만들어 놨다. 정권에 맹종하는 검사들로 요직을 채워 ‘정권 수사’를 틀어막더니 선거에 지고 나서는 ‘검찰 개혁’이 아직 덜 됐다고 한다. 그런 ‘몰염치’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임명했던 검찰총장에 의해 5년 만에 ‘치욕스러운’ 정권 교체를 당했는데 이제 한 술 더 뜬다.
청와대는 공석인 감사위원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사정(司正)의 또 다른 축인 감사원에도 방어 진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에 제동을 걸어 국민 이목이 거기에 쏠리는 사이, 청와대는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를 지명했다.
감사원 감사위원은 현재 두 자리가 공석이다. 최소 한 자리를 현 청와대가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7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문재인 정권과 가까운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감사원의 감사 계획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도 감사원 감사가 출발점이었다. 그 당시 감사원장이 최재형이 아니었다면 월성 1호기 감사보고서는 햇빛을 못 볼 뻔했다.
탈원전, 태양광, 청와대 특활비, 4대강 보 철거, 대북 교류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아이템을 꼽으면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40일 남짓 남은 문재인 정권이 4년짜리 감사위원을 굳이 임명해 훼방을 놓으려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란 말이 많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묶어 놓으려는 목적에, “여기서 밀리면 다 죽는다”는 생존 본능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이재명계와 이낙연계가 이 문제만큼은 접점을 이루는 것도 흥미롭다. 여권이 ‘20년 집권론’ ‘50년 집권론’으로 기세등등할 때, 또 야권이 뚜렷한 대권 주자 없이 지리멸렬할 때 “설마 5년 만에 정권을 내놓겠느냐”는 생각에 곳곳에서 해 먹다가 인제 와서 “아차”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힌 것도 순수해 보이진 않는다. 대선에 이긴 쪽이 ‘점령군’인 양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김 총장이 과연 ‘법과 원칙’에 따라 처신을 해 왔는지도 의문이다. 공수처 폐지론 대두에 책임이 있는 김진욱 공수처장은 묻지도 않았는데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임기 완주 의사를 밝혔다. 주변에 “윤석열이 당선됐으니 그만두겠다”고 했던 현직 고검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마치 스크럼을 짠 듯하다.
윤석열 정부의 사정(司正)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굳이 새로 쥐어짜 낼 필요없이 검찰이 수사할 대상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 대장동, 성남 FC 후원금, 이재명 전 경기지사 부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은 일찌감치 수면 위로 떠오른 대표 사례다. 검찰 내부에선 “‘정치 보복’ 프레임을 의식해 그냥 묻고 간다면 직무유기다.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라임 펀드 사기 사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처럼 여권 인사 연루설이 무성했다가 용두사미로 끝난 것도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월성 원전 사건, 이스타항공 사건은 청와대 상층부로 향하다가 막힌 상태다. 정권 교체의 영향으로 이 사건들 수사가 새롭게 뚫릴 개연성은 충분하다.
법조인들은 “민주당이 만들려는 ‘검수 완박’ 법안은 대낮에 범죄자를 탈출시키는 ‘탈옥 법안’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지금 청와대와 민주당의 모습은 그런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며 결과적으로 ‘진실의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인가.
조선일보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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