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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여포들” 감사원 게시판 ‘간부 비판글’ 쇄도에 일시 폐쇄

Jimie 2022. 3. 25. 16:01
감사원이 최근 내부 문제를 자유롭게 얘기하라며 익명 게시판을 만들었다가 여기에 간부들을 성토하는 글들이 쇄도하자 게시판 이용을 일시 중단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감사원 내부 온라인망 익명 게시판엔 ‘심각한 인사 적체 문제를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감사원에선 이제 30년 일해도 퇴직 무렵에야 겨우 과장을 달까 말까 한데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겠느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어 “최근 출장비 (삭감) 문제 때도 그렇고 현재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승진(인사), 출장비, 유학, 솔직히 (감사...

[단독] "방구석 여포들"..감사원 익명 게시판 '간부 비판글' 쇄도하자 일시 폐쇄

조백건 기자

입력 2022. 03. 25. 12:58 수정 2022. 03. 25. 14:07

 

감사원이 최근 내부 문제를 자유롭게 얘기하라며 익명 게시판을 만들었다가 여기에 간부들을 성토하는 글들이 쇄도하자 게시판 이용을 일시 중단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감사원 내부 온라인망 익명 게시판엔 ‘심각한 인사 적체 문제를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감사원에선 이제 30년 일해도 퇴직 무렵에야 겨우 과장을 달까 말까 한데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겠느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어 “최근 출장비 (삭감) 문제 때도 그렇고 현재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승진(인사), 출장비, 유학, 솔직히 (감사)원이 주는 혜택 누릴 것 다 누렸으면서 후배들에겐 ‘세상이 바뀌었으니 감수해야 한다’라고만 한다”며 “언제까지 안방 호랑이처럼 직원들만 때려잡고 있을 건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어쩔 수 없고 모두가 감수해야 할 일이라면 간부들부터 솔선수범해서 고통 분담을 하라. 직급정년제를 도입해서 일정 기간 승진을 못하면 일선 감사관으로 내려와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시대를 잘못 타고난 죄밖에 없는 누구는 6급으로 10년, 누구(간부)는 국장으로 10년.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라고 했다. 특히 현 정권 들어 감사원은 정권과 각을 세우는 큰 감사를 거의 하지 않아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감사 리스크’에 대비해 감사원 출신을 뽑으려는 수요가 급감했다. 이로 인해 감사원에 계속 남는 간부들이 많아지면서 인사 적체도 가중됐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같은 맥락의 글이 올라온 것이다.

감사원 전경/뉴스1

 

이 글이 게시된 이후 조회 수가 늘고 공감한다는 댓글이 줄줄 달리자 감사원은 이 글들이 올라온 15일부터 20일까지 ‘시스템 개선’ 명목으로 게시판 이용을 중단했다. 하지만 21일 게시판 이용이 재개되자 댓글이 또 붙기 시작했다. 이 글은 현재 조회 수가 5000건 이상이다. 감사원 전체 인원(1000명)보다 5배 이상 많다.

 

동조 댓글은 30개가 넘는다. 한 감사관은 댓글에서 “국장님들께 묻는다. 지금 6급 10년 (근무), 5급 14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 심정을 아시느냐.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계급 낮다고 쉽게 대하지 말라”고 했다.

 

“예전엔 저희가 지적하면 ‘예, 예, 감사관님 잘못했습니다’라고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사소한 지적 하나에도 온갖 반말에, 이의 제기에, 언론 플레이가 기본” “선배들은 다 누려놓고 후배들에겐 희생만 강요한다” “이 정도면 (감사)원장님이 답해야 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또 “(삭감된) 출장비를 원래대로 못 돌린다면 출장이라도 줄여달라. 1년에 절반 이상을 내 집에서 못 자는 게 너무 힘들다” “이제 나이 먹어 눈도 안 보이고 체력도 안 돼 출장이 힘들다. 남자라고 밖에서 일만 잘하면 되는 세상도 아니지 않느냐” “안방 호랑이라는 감사원 간부들을 MZ 세대 표현대로 하면 방구석 여포”라는 내용도 있었다. 감사원 주위에선 “지금 감사원 행보에 실망을 느끼는 직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익명 게시판의 해킹 가능성을 막아 달라는 개선 요청이 있어 시스템 보완 작업을 위해 게시판 이용을 일시 중단한 것이지, 게시 글 내용으로 인해 이용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단독] 내부 게시판 글 검열하는 감사원

조백건 기자

입력 2022. 03. 11. 05:00 수정 2022. 03. 11. 07:09

 

비판 글 임의로 삭제하고 승인이 난 글만 선별 게시
"익명 게시판 뭐하러 만들었나"

                                                                감사원/조선일보 DB

 

감사원이 최근 익명 게시판을 만들었다가 ‘내부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게시판에 올라온 감사원 비판 글을 임의로 삭제하고, 직원들이 올린 글들을 일일이 검토해 ‘승인’이 난 글만 게시판에 선별 게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 안에선 “이럴 거면 익명 게시판은 뭐하러 만들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3일 내부 온라인망에 ‘함께 생각합시다’라는 익명 게시판을 신설했다. 내부 문제와 개선점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날 이 게시판엔 한 감사관이 이직에 대해 쓴 글이 올라왔다. 해당 감사관은 글에서 “저는 특채로 감사원에 들어왔고 최근 이직을 고려 중”이라며 “감사원에 있었던 동안의 경력이 시험 동기들에 비해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감사원은 변호사나 회계사를 특채로 뽑는다. 그는 “처음 감사원에 들어올 땐 이 조직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승진 적체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몸값을 상승시킬 가망이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현 정부 들어 정권에 부담이 되는 민감한 감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감사원이 주요 감사 현안을 소홀히 하면 공공기관이나 법무법인 등이 ‘감사원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감사원 출신들에 대한 외부 수요가 급감한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글을 올린 감사관은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감사원을 떠나는 직원들이 줄을 잇고 있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 글이 올라온 당일 글을 삭제했다. 내부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말하라고 게시판을 만들더니 정작 내부 문제 비판 글이 올라오자 지운 것이다. 이후 감사원은 모든 글을 사전 검토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글만 게시판에 올라가게 했다. 이에 한 감사관은 3일 “댓글을 달아도 바로 업데이트가 안 되고, 심지어 글도 바로 게시가 안 된다. 이 모든 것이 관리 부서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느냐”고 불만 글을 올렸다.

 

그러자 10개 안팎의 동조 댓글이 달렸다. “글을 올린 지 일주일이 넘은 것 같은데 아직 게시가 안 됐다” “승인이 웬 말이냐. 이래서 무슨 혁신이냐”는 댓글이 올라왔다. 한 감사관은 댓글에서 “글을 중간(사전) 검토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왜 공지도 안 했나. 이러면 익명 게시판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냥 게시판을 없애라” “조만간 이 게시판 폐지되겠다”는 댓글도 달렸다. 젊은 감사관들은 “공무원들의 글을 사전 검열하고, 마음에 안 들면 마음대로 삭제하는 정부 기관은 감사원밖에 없을 것” “30~40년은 뒤처진 조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글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아 숨김 처리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지적이 나온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