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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끼리 군수물자 갈등까지...러軍 지휘체계 먹통, 이유 있다

Jimie 2022. 3. 22. 18:45

아군끼리 군수물자 갈등까지...러軍 지휘체계 먹통, 이유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22 15:53

업데이트 2022.03.22 16:1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행사 참석해 연설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개전 3주가 넘도록 수도 키이우와 제2도시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중인 러시아군이 전장 내 총사령관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러시아의 고전에는 군사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지휘체계의 혼선이 있다는 분석이다.

CNN은 이날 복수의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총지휘하는 사령관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총사령관의 부재로 각 전선에서 부대들은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군수물자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 국방부 전·현직 관리들은 지휘부의 부재를 러시아군이 조직적이지 못하고 군사작전에 서툰 원인으로 짚었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인 마크 허틀링은 “전쟁의 주요 원칙 중 하나는 ‘통일된 명령체계’다. 군수 물자 보급을 지시하고 공격을 조율하고, 병력을 투입하는 등 전반적인 작전을 총괄 지시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면서 “러시아가 미국이 알아차릴 수 없게 은밀히 이번 군사 작전의 최고 사령관을 임명했을지는 몰라도, 전쟁 양상을 보면 매우 서툰 사령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CNN에 “러시아 지상군이 때때로 그들의 고위 지휘관과 단절돼 있다”며 “러시아군은 이번 군사 작전에서 지휘와 통제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PA=연합뉴스

CNN은 “러시아 부대들이 중요한 군사 작전을 협력해서 수행하기보다는 각개전투를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시를 둘러싸고 무차별 폭격을 하면서도 지상군이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막혀 키이우 등 주요 도시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 호지스 전 미군 장군은 CNN에 “러시아군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연례 군사 훈련을 하지만, 미군과는 달리 다른 부대 간 ‘합동’ 훈련은 잘 실시하지 않는다. 러시아군은 수십 년간 이 정도 규모의 군사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없다”며 “현재 러시아 해군이 수행 중인 작전이 공군이나 지상군의 군사 작전과는 전혀 조율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를 포위한 채 폭격을 퍼붓고 있지만, 아직 함락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 러시아군 통신 감청하며 반격”

특히 통신 문제가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CNN은 “러시아군은 통신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군인과 지휘관들이 상업 휴대폰이나 보안이 되지 않는 채널을 통해 소통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반격의 여지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쉽게 러시아군의 통신을 감청하면서 군사 작전 목표 등을 미리 입수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지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군사 작전을 수행 중인 러시아 지상군은 일이 틀어져도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유럽 관리들은 러시아군의 통신 문제가 일부 러시아 지상군이 전차나 장갑차를 버리고 도망가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이날 “수십만 명이 징집된 러시아 군인들이 통신 장애와 규율 부재로 최전선에 명령 전달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수미 지역에서 노획한 러시아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한달도 안돼 장성급 6명 사살"

러시아군 고위 장성의 피해가 큰 것도 러시아군의 지휘체계 혼선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20일 이날까지 러시아군 장성 6명과 수십명의 고위 장교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소장급인 러시아 장성 비탈리 게라시모프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에서 교전 중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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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럽 외교관은 포린폴리시에 “서방 국가들은 적어도 5명의 러시아 장성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서방 국가들의 정보 당국은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장성급 러시아 지휘관 수를 2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이 중 약 5분의1이 사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휘관의 죽음으로 러시아군의 작전 수행 능력이 떨어졌고, 그들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례적인 러시아군 장성 피해에 대해 그는 “러시아 통신 장비의 잦은 고장으로 장성급 지휘관들이 전방에 나가 부대를 지휘해야 했고,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표적 타격에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전쟁 도중 새로운 지휘관이 부대를 통솔하는 건 어렵다. 부대의 지휘관을 잃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예비역 미 장군인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도 최근 CNN에 출연해 "전쟁 중에 장성이 사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러시아군의 지휘 통제 체계가 무너졌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군사력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