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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골병 들었다

Jimie 2020. 12. 4. 15:10

[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2020년 12월 04일(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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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이미 골병 들었다

 

이도운 논설위원

文 “검찰 이기주의”로 秋 옹호
감찰위·법원은 즉각 반대 결정
靑 정세분석·의사결정 오작동

尹 징계 땐 법적·정치적 부메랑
임기·수사 보장이 충격 완충제
또 불행한 전직 대통령 막아야

 

이번 주,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가 분주히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월요일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화요일 결정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려 했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을 정리하라는 야당의 줄기찬 요구를 외면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수보회의에서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을 ‘집단 이기주의’로 비판한 것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추 장관 편을 들어줬는데도 불구하고, 감찰위와 법원 결정은 반대로 나왔다. 문 대통령은 감찰위·법원에 시그널을 주기 위해 발언을 한 것인가? 감찰위와 법원은 문 대통령을 무시한 것인가? 청와대의 정세 분석·의사 결정에는 문제가 없는가?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레임덕인가? 이 지사 캠프는 이런 관점에서 상황을 보고 있고, 다른 정치세력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이는 것은 권력 누수를 막고,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오히려 레임덕을 가속화하고, 임기 후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조미연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는 윤 총장 직무정지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문을 통해 향후 징계 취소 본안 소송과 관련된 사법부의 입장을 미리 밝혔다. 검찰의 독립·중립성을 몰각하지 않기 위해 총장의 임기 2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징계위를 강행한다고 해도 윤 총장을 해임하는 것은 법적, 정치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하고, 윤 총장이 취소와 집행정지 소송을 하게 되면 ‘추미애 대 윤석열’의 갈등 구도는 ‘문재인 대 윤석열’의 대결 구도가 되고, 결국 ‘국민 대 문재인’의 대립이 될 수 있다. 3일 37%까지 떨어진 문 대통령 지지율이 그걸 예고한다. 문 정권의 폭주는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형국이다. 권력에 눈이 멀고, 오만이 귀를 가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뿐이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 문 대통령의 선택은 법무·검찰 갈등 방치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추 장관을 경질하고, 윤 총장 임기를 보장하고, 현 정권 수사도 막지 않음으로써 법치(法治)를 되돌리는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무 기능이 작동하는지 자체도 의문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연말연시 교체가 사실상 예고된 상태고, 최재성 정무수석은 외부행사 참석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역구의 조기 축구 경기에 나갔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번 주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을 잇달아 만나며 뭔가 중재안을 마련하는가 싶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과 국정 리드 이미지를 확산하기 위한 기획 이벤트 측면이 더 강하다.

추미애·윤석열 동반 사퇴는 허무한 아이디어다. 추 장관은 정 총리가 요청한다고 물러날 마음가짐이 아니다. 추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이룰 때까지 장관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했고, 3일에도 페이스북에 ‘검찰 개혁 소임을 접을 수 없다’고 했다. 마치 본인이 인사권자인 것처럼 말한다. 문 대통령이 해임하려 해도 물러나지 않을 것 같다. 순순히 토사구팽을 감수할 추 장관이 아니다. 윤 총장을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임기 보장 약속을 전했다는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설득하는 것인데, 지금은 그 메신저도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퇴임 이후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 같다. 전직 대통령이 탄핵 뒤 구속되고, 전 전직 대통령까지 구속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월성 1호기 조기 중단 사건에는 문 대통령의 이름이 거명돼 있다. 어떻게든 수사를 막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을 해임한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킨다고 수사를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그 자체가 수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차라리 현 정권 수사를 허용함으로써 임기 후의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더 이상 불행한 전직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 스스로 그런 길로 가겠다고 한다면 무슨 수로 말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