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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뛴다" 들썩 "청천벽력" 한숨…'용산이전' 靑 이웃 속마음

Jimie 2022. 3. 20. 07:46

"집값뛴다" 들썩 "청천벽력" 한숨…'용산이전' 靑 이웃 속마음

중앙일보

입력 2022.03.19 18:24

업데이트 2022.03.19 23:17

https://www.youtube.com/watch?v=Qgce-KrDRsk 

 
 

수십 년간 청와대 ‘이웃’으로 살아왔던 서울 종로구 주민 사이에서도 청와대 이전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고도 제한이 풀려 개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오히려 주변 상권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감지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구 국방부 청사나 광화문 외교부 청사로 이전하고 기존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고도 제한’ 해제 기대감에 효자동 들썩

청와대 전경 [뉴스1]

청와대 이전을 반기는 주민들은 주로 부동산 호재를 이유로 꼽았다. 청와대 주변 고도제한이 풀려 재개발이 가능해질 거란 기대감이다. 19일 오전 청와대 인근 주택가에서 만난 안모(74)씨는“30년간 이 동네에 살았는데 재개발에 대한 기대도 되고 주변에서 다 좋아하는 분위기”라며 “어차피 옮길 거라면 빨리 옮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 종로구 청운효자동을 포함해 경복궁의 서쪽의 서촌 일대는 고도제한 지역으로 묶여있다. 고도제한이 있으면 재건축 시 사업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선 재건축을 꺼리게 된다.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개발 움직임도 둔화할 수밖에 없다. 종로구 통인동에서 30년간 살았다는 장모(63)씨 역시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로 주변에서 내심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씨는“물론 청와대가 있어서 치안이 좋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주말마다 집회로 소란스럽기도 하고 개발이 더디다 보니불편함도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청와대가 이전하더라도 오히려 관광객은 늘어나 주변 상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인동에서 전통문화 체험관을 운영하는 이근배(71)씨는 “청와대가 개방되면 외국인 관광객 유입 효과도 있고,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홍보 효과도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광객 늘어도 ‘청와대 상권’ 전체 타격”

서울 종로구 효자동. 신혜연 기자.

그러나 청와대가 옮겨가더라도 고도 제한 해제를 반대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17년째 효자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신모(64)씨는 “고도제한은 궁 때문이라서 풀리지 않을 것 같지만, 설령 풀린다고 하더라도 반대한다”며 “이 동네가 문화재 그 자체인데 아파트 숲으로 변할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고도 제한이 바로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5년간 통의동에서 부동산을 해온 김모(56)는 “청와대 인근의 고도제한은 경복궁 등 문화재 때문인 게 크고, 지금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도 한옥마을로 지정돼 건물 용도를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이지 고도제한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 이전으로 오히려 인근 임대업과 요식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김씨는“이 동네는 경호처 직원들이 거주하고, 소비하는 ‘청와대 상권’인데, 청와대가 빠지면 관광객은 조금 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신혜연 기자.

재개발이 되더라도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효자동에서 바를 운영하는 유모(36)씨는 “이 근방 건물들이 전부 40년 이상 된 낡은 건물들이라서 고도제한만 풀리면 대부분 재개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전에 마포구에서 장사하다가 거기도 건물주가 가게를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서 쫓겨난 건데, 재건축은 절대 안 될 것이라 생각했던 이곳마저 고도제한이 풀릴 수 있다고 하니까 청천벽력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충분히 의견 수렴해도 늦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오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종로구 주민 여부를 떠나 청와대 이전을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통인시장에서 10년 넘게 상가를 운영해온 민모(60)씨는 “나도 윤 당선인을 뽑았지만, 돈을 들여가면서 굳이 왜 집무실을 옮기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주변 상인들과 이야기해봐도 다들 돈 낭비라고 한다”고 전했다. 10년 넘게 종로구 효자동에 살고 있다는 문모(71)씨도 “더 어려운 민생 문제도 있는데 너무 급하게 결정하는 것 같다”며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한 뒤에 옮겨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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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