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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Jimie 2022. 3. 19. 06:32

물러나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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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9,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E5O3Qs-Hr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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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파이고, 이는 파도에 내 뜻이 부서져도…"

모진 파도를 이겨내고 갯바위에 붙어사는 생명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따개비는 요지부동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천연 접착제를 분비해 달라붙은 뒤 단단한 껍데기를 덮어쓰지요. 그래서 자산어보는 "바닷물을 받아들이려고 구멍 열 때를 놓치면, 차라리 가루로 부서질지언정 떨어져나가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질기기로는 소의 힘줄, 쇠심줄만 한 것도 드뭅니다. 예로부터 활에 붙이고 화살에 묶어 명궁을 만들었지요. 그런데 요즘 도가니탕에는 대개 쇠심줄이 많이 들어갑니다. 소 연골, 도가니가 귀해서 섞는 겁니다. 오래도록 푹 고아내면 천하의 쇠심줄도 쫀득쫀득 찰진 별미가 되지요. 그러니 쇠심줄보다 질기고 따개비보다 단단히 들러붙는 존재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법원 안팎에서 사퇴 요구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명수 대법원장이 묵묵부답 지나칩니다. 그런데 어제 중앙선관위에서 비슷한 장면이 재현됐습니다.

"거취 표명에 대해서 입장 정리한 게 있을까요"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그나마 안팎에서 쏟아지는 사퇴 요구를 침묵으로 뭉개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며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더 잘하겠다"는 말에는 '그동안도 잘해왔다'는 어감이 스며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되짚어보겠습니다.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현장은 전쟁통에도 없던 아수라장이었습니다. 투표지를 쓰레기 봉지와 바구니에 담아 옮겼습니다. 선관위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은 유권자들의 항의를 '난동'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도 버티더니 아들의 선관위 이직과 승진 의혹이 드러나자 갑자기 "선거 관리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를 냈습니다.

위원장은 사전투표가 엉망이 됐는데도 휴일이라며 이틀을 쉬고 월요일에 출근했습니다. 마지 못해 뒤늦은 사과를 했습니다.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사무총장만 면직시키고 끝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더 잘하겠답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잘했다간 선관위 인들 남아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데 말입니다.

당장 걱정은 두 달여 앞으로 닥쳐온 지방 선거입니다. 국민의 신뢰는커녕 내부 신뢰부터 무너졌는데 무엇으로 이 막중한 선거 관리를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5년간 별스러운 고위 공직자들을 너무 많이 봐 와서 이골이 나긴 했습니다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지요.

3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물러나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1c0AhNt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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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유시민씨가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처음 국회에 등원했을 때 일입니다. 그가 의원 선서를 하러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는 순간, 의석이 술렁였습니다. 흰 면바지에 깃이 없는 면 티셔츠를 받쳐 입은 옷차림 때문이었습니다. 여야 가리지 않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고함이 터져 나왔고, 선서는 연기됐습니다.

그는 이튿날 다시 열린 선서식에는 정장을 하고 나와 선서를 마쳤습니다. 백바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은 그 뒤로 '예의 없음'을 상징하는 단어처럼 쓰이게 됐지요. 2005년 같은 당 김영춘 의원이 유시민씨에 대해 한 말 역시 두고두고 화제가 됐습니다.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싹수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유씨는 이 말을 듣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나를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또 어떻습니까? "제가 진보 어용 지식인이 되려고요. 진보 어용 지식인이요" 유씨가 문재인 정부 출범에 맞춰 했던 말입니다. 그는 올 들어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면서도 이 다짐을 새롭게 했습니다.

그러더니 조국 사태 이후 여러 차례 진보로도, 지식인으로도 볼 수 없는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검찰은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는 저질 악당이고, 언론은 조국을 시기하는 집단이고, 조국을 부적격자라고 하는 목소리는 다 헛소리라고 했습니다. 급기야는 조 장관 부인이 학교 컴퓨터를 가져 간 것이 "검찰이 장난칠 경우에 대비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증거 보전'을 위해 컴퓨터를 가져갔다는 궤변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 말을 두고 전문가는 물론 이고 보통의 국민들도 그저 혀를 찰 뿐입니다.

유시민씨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에서 진보의 이론가로, 장관까지 지낸 인물입니다. 말을 너무 직선적으로 하기는 했어도 그 말이 옳은 말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많았던 탓에 지금까지 왕성하게 작가, 방송활동도 해 왔습니다. 그야말로 진보의 셀럽이었습니다. 하지만 "옳은 얘기를 너무 싹수없이 한다"는 그에 대한 평가가 이제는 "터무니없는 얘기를 싹수없이 한다"로 바뀌지는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9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조국의 민낯, 유시민의 민낯'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