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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좌천.. '칼잡이' 한동훈, 윤석열 시대 '칼' 잡을까

Jimie 2022. 3. 13. 20:47

숱한 좌천.. '칼잡이' 한동훈, 윤석열 시대 '칼' 잡을까

이경원

입력 2022. 03. 13. 16:57

 

법조계 한 검사장 행보 관측 분분
윤 당선인과 20년 중수부 인연
요직 배치 관측에 우려 목소리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2020년 2월 부산고등·지방 검찰을 찾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있던 한동훈 검사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선 이후 법조계의 화제는 단연 좌천을 거듭했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다시 칼을 얻겠느냐 하는 것이다. 한 검사장은 윤석열 당선인과 평검사 때부터 여러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 왔고 수사 능력 측면에서는 검찰 안팎의 인정을 받는 인물이다. 검찰 인사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를 거론하는 관측이 벌써부터 분분하다. 그가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으로도 유력하다는 관측, 대통령의 측근 검사에게 핵심 직책은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뒤섞인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법연수원 4기수 차이인 윤 당선인과 한 검사장의 인연은 지금은 간판을 내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초임 검사 때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투입됐고 이른바 ‘차떼기’ 진술을 받아냈다.

 

이 사건이 2004년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의 단초가 되면서 중요 진술을 얻은 한 검사장이 자연스레 중수부에 합류했다. 중수부에는 한 검사장 등이 기업들을 수사하면 그를 토대로 정치인들을 조사하는 다른 팀이 있었다. 이 정치인 조사 팀에 윤 당선인이 있었고 여러 중수부 검사들이 한 검사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둘의 중수부 인연은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때에도 이어졌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한 검사장이 중수부에 다시 합류한 것인데, 사정을 아는 이들은 당시 윤 당선인 등 중수부 주축들이 한 검사장의 기업 수사 능력을 높이 산 결과의 발탁이라 본다. 한 검사장은 회계에도 관심이 많았고 1주일에 2번 정도만 귀가하는, 일만 아는 검사로 소문났다고 한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한 검사장이 ‘사냥개 같은 검찰’을 비판했던 것처럼, 그가 칼을 얻는다 해도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윗선과 불화한 소신 검사로 알려져 있지만 한 검사장도 ‘말 잘 듣는 검사’가 아닌 여러 일화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수사 당시 중수부에서는 신속 압수수색 착수 방침이 섰는데 한 검사장이 “준비할 시간이 1개월은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때 한 검사장과 윗선 사이에서 윤 당선인이 일종의 조율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타협을 거쳐 수사 실무선에 20일가량의 준비 시간이 주어졌다.

 

한 검사장이 부산지검에서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을 수사할 때에는 평검사였던 그가 총장실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사표를 내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서청원 전 한나라당 의원을 수사할 때에는 국회에서 석방이 결의되자 홀로 담당 의사를 찾아가 정확한 건강 상태를 진술받은 뒤 회기 이후 재구속했다.

 

이런 때마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 검사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불만이 상당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과 한 검사장을 아는 이들은 “둘의 생활은 안 닮았지만 강수를 두고 ‘치받는’ 모습은 닮았다”고 평하기도 한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한 검사장은 중요한 사건 수사에는 ‘명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고 그의 후배들이 전했다. 그는 후배 검사들이 수사를 건의하면 “세 줄로 설명해 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단순히 죄가 되는지의 여부를 넘어 세 줄로 간명히 설명될 만큼의 명분이나 공분이 없다면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는 지론이다.

반대로 세 줄이 마련되면 다른 고려 없이 수사를 펼치는데, 윤 당선인은 이런 모습을 두고 평소 “너는 무슨 독립운동하듯 수사를 하느냐”고 말했다 한다. 윤 당선인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 검사장을 ‘거의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비유했던 건, 오히려 한 검사장의 앞뒤 안 따지는 태도를 힐난한 데 좀더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결국 한 검사장이 중용될 것인지 아닌지는 윤 당선인의 ‘검찰 독립’ 공약, 검찰 수사권 축소 속 특별수사의 역할 등까지 아우르는 복잡한 문제로 평가된다. 대통령의 측근이 중요 사건 수사권을 행사하면 정치적 독립성이 무너지며 또다른 불씨를 남긴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중견 검사는 “검찰을 앞세워 전 정권을 사정하는 관행 고리는 누군가가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윤 당선인의 선택을 궁금해 한다. 윤 당선인은 2020년 한 검사장이 부산고검으로 향하게 됐을 때 “검사가 가는 자리마다 소중하지 않은 곳은 없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