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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숲 뚫고 화염속으로.. 특수진화대 315명 "금강송 사수"

Jimie 2022. 3. 9. 05:33

불숲 뚫고 화염속으로.. 특수진화대 315명 "금강송 사수"

권광순 기자

입력 2022. 03. 09. 03:0

 

[동해안 산불] 산속에서 화마와 맞짱.. 진화현장 동행해보니

8일 오전 경북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에서 직선 거리로 8㎞ 떨어진 대흥리 산불 진화 현장. 산 능선을 따라 흰 연기가 치솟고 헬기가 연신 물을 뿌리고 있었다. 이곳에 투입된 산불재난특수진화대(특수진화대) 요원 6명은 금강송 군락지를 방어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산림청 소속의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광역 단위 산불 진압에 나서는 전문 요원들이다. 군대로 따지면 특수부대 요원과 같다. 소방관들이 마을로 내려오는 불을 막고 민가를 보호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산속으로 들어가 불과 맞선다.

8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대흥리의 한 야산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요원들이 나뭇가지나 낙엽 등을 제거하면서 불길을 막는 방어선을 만들고 있다. 이 주변은 불줄기에서 나오는 열기로 온도가 최대 150도까지 올라간다. /김동환 기자

이날 특수진화대원들과 함께 오솔길조차 없는 40도 경사 비탈을 100m쯤 오르자 ‘타탁, 타타탁’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시뻘건 화염이 치솟아 올랐고, 매캐한 연기가 능선을 가득 메웠다. 대원들은 먼저 화선(불줄기)을 따라 방어선 구축용 도랑을 파는 작업에 들어갔다. 경력 3년 차 김원식(54) 대원은 “방어선 구축은 갈퀴를 이용해 화선 바로 아래 1m 넓이로 흙이 보일 때까지 낙엽을 끌어내는 작업”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임용된 최혁열(28) 대원은 “금강송 군락지까지 산불이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하는 것이 저희가 맡은 임무”라며 “헬기가 접근하지 못하는 곳에서 방어선 구축 작업과 진화 작업을 진행해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진마스크를 쓰고 대원들과 함께 방어선 구축 작업에 잠시 동참했으나 10분도 지나지 않아 화선 주변에서 몰려오는 후끈한 열기를 견딜 수가 없어 3m쯤 뒤로 물러나야 했다. 동행한 경북 영주국유림관리소 이정철 팀장은 “화선 주변의 잔열은 최대 150도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방어선 구축 작업을 한 대원들의 얼굴은 땀과 그을음으로 범벅이 됐다. 방어선을 만든 뒤 소방대원들이 물을 뿜자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조금씩 사그라졌다. 대원들은 쉴 틈도 없이 곧바로 다음 화선으로 이동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울진 산불 현장에는 특수진화대원이 315명 투입됐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는 조선 시대 때부터 궁궐 건축 등에 사용했던 소나무인 금강송(金剛松)이 자라고 있다. 금강송은 ‘금강산소나무’란 뜻으로, 경북 울진·봉화와 강원도 지역에서 자라는 곧은 소나무를 지칭한다. 궁궐을 짓는 데 사용되던 전통적인 고급 목재다.

 

소광리 군락지의 금강송은 지난 2008년 국보 1호인 숭례문 화재 복원에도 사용됐을 만큼 질이 우수하고 보존 가치가 높다. 이곳 군락지는 1982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됐다. 금강송의 체계적인 관리와 후계목 육성을 위해서다. 산림청에 따르면 2274ha 면적인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는 평균 수령 200년이 넘는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있다. 수령 500년이 넘는 보호수도 3그루 있다.

 

이날 불길은 한때 금강송 군락지로부터 2~3㎞ 정도 떨어진 소광리 경계선을 넘어 들어왔다. 지난 7일까지 불길은 소광리 경계선 앞 500m에서 일진일퇴하는 상황이었지만 험한 산세와 군락지 쪽으로 부는 바람 등으로 진화 작업이 더뎌지면서 불길이 경계선을 침범한 것이다. 금강송 군락지 인근까지 불씨가 날아왔지만,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쯤 경계선을 넘어온 불길을 잡았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불길이 (경계선인) 산 능선부를 조금 넘어왔다”며 “불이 상당히 잡혀 경계선상에서 불길이 더 내려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울진= 권광순·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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