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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고, 살아내려고 유령을 보았나

Jimie 2022. 3. 5. 06:01

 

살려고, 살아내려고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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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5,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6ZysUNYU4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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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은 원래 아픈 건데 김광석은 왜 사랑이 아니라고 탄식했을까요. 또 이런 노래도 있습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난 난 잊을 테요…"

상처받는 게 두려워 다가가지 못하는 사랑을 심리학에서 '고슴도치 딜레마' 라고 합니다. 고슴도치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한 데 모여 체온을 나눕니다. 하지만 가시에 찔리기 때문에 어느 선 이상은 가까이 가지 못합니다.

키에르케고르도 말했지요. "현대인은 북풍한설 동토에 버려진 한 마리 가시 돋친 고슴도치"라고…

세 해째 코로나의 광풍 속에 선 우리의 처지가 그렇습니다. 이제 봄이 오기에 더 비극적인 심사를 시인이 노래합니다.

"꽃보라 날리듯 비말 뿜는 봄의 숨결은 뜨겁기만 한데, 마스크 속에 숨은 코는 살려고 살아내려고 몸부림친다"

설상가상 우리 앞에 버티고 선 코로나의 막바지 고갯길이 하도 가파르고 험해서 정신이 아득합니다.

지난 한 주 확진자 세계 1위에, 백만 명 당 확진자는 더 압도적입니다.

어제 하루 백여든여섯 명이 숨져,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기 전 기록 백아홉 명의 두 배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루 30만명 안팎 확진자가 2~3주에서 한 달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3월 말 하루 사망자가 3백에서 5백명까지 나오고 5월까지 만5천명 넘게 숨진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의 정점이 오기도 전에 잇따라 방역 고삐를 풀고 있습니다.

사흘 전 방역패스를 해제한 데 이어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밤 열한 시로 늦췄습니다.

2주 전 밤 열 시로 늘렸던 지침을 오는 13일까지 유지한다던 일정을 열흘 가까이 앞당긴 겁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커녕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더라도 더 가까이 가라고 등을 떠미는 형국입니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이해하고는 싶습니다만 그렇다면 왜 이제서? 라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방역패스 중단만 해도 '대선을 앞둔 정치 방역'이라는 시각이 저희 여론조사에서 절반을 넘었습니다.

코로나 역병이 돌기 시작한게 벌써 2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K 방역에 달린 정치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불신이 우리를 더 힘들고 슬프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소설 '페스트' 한 대목에서 '페스트'를 '코로나'로 바꿔봅니다.

"코로나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코로나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입니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험하고… 범람하는 역병의 홍수를 헤쳐나가야할 우리 모두의 처지가 이래저래 고달플 따름입니다.

3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살려고, 살아내려고' 였습니다.

 

 

 

유령을 보았나 [신동욱 앵커의 시선]

232,592 views
Mar 1,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TVOpFmTIQ3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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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아버지가 저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망토를 걸친 노인이, 남루한 차림으로 무릎 꿇은 사내의 어깨를 어루만집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핏줄의 온기와 노인의 자애로운 두 손... 그림이 쏟아내는 은혜와 묵상의 힘이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렘브란트가 성경 이야기를 신앙의 물감으로 화폭에 옮긴 걸작 '돌아온 탕자'입니다. 방탕한 아들도 돌아와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는 순간만은 효자입니다.

사실 효자, 불효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효자 끝에 불효 나고 불효 끝에 효자 난다"는 속담처럼 말이지요.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도 있습니다.

반듯한 나무는 대들보감으로 뽑혀가고, 등 굽은 나무만 남아 타박했는데 나중에 보니 효자더라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60여년 동안 원전을 주력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동과 건설이 지연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도 "빠른 시간 내에 정상 가동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백 번 맞는 말씀입니다만 듣는 사람이 어리둥절합니다. 저부터도 몇 번이나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한 게 정말 맞냐고 되물었습니다. 탕자 취급 당하던 원전이 갑자기 전력생산의 바탕이자 주력이라고 번듯한 효자 대접을 받게 됐으니 말이지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탈핵시대로 가는 출발'을 선언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천3백여명이 숨진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습니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 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숨진 건 원전 사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차마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대통령이 원전 재난영화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했다는 얘기도 돌았지요. 어쨌든 이 정부 들어서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됐고 건설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는 취소됐습니다. 산업부 장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공론화다 뭐다 해서 신한울 1-2호기 가동과 신고리 5-6호기 완공은 계속 늦춰졌습니다.

전기 생산하는 한전 부채는 33조원이 불어났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원전산업 생태계는 앉은 자리에서 시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앞으로 60년, 원전이 우리의 주력 전원이라니요? 혹시 뒤늦게라도 청와대에 무슨 설명이라도 있겠거니 기다렸지만 오늘까지 아무 말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물어 오십니다. 대체 이게 무슨 얘기냐고? 답답해서라기 보다는 황당해서 그러시겠지요? 탈원전은 혹시 유령이 밀어붙였던 건가요.

집안 말아먹을 불효자 취급을 당하던 원전을 갑자기 효자인 양 끌어안는 이 상황에 누구보다 황당한 분들은 원전 업계 종사하시는 분들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피눈물이 날 지도 모를테지요

2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유령을 보았나'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