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토를 걸친 노인이, 남루한 차림으로 무릎 꿇은 사내의 어깨를 어루만집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핏줄의 온기와 노인의 자애로운 두 손... 그림이 쏟아내는 은혜와 묵상의 힘이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렘브란트가 성경 이야기를 신앙의 물감으로 화폭에 옮긴 걸작 '돌아온 탕자'입니다. 방탕한 아들도 돌아와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는 순간만은 효자입니다.
사실 효자, 불효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효자 끝에 불효 나고 불효 끝에 효자 난다"는 속담처럼 말이지요.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도 있습니다.
반듯한 나무는 대들보감으로 뽑혀가고, 등 굽은 나무만 남아 타박했는데 나중에 보니 효자더라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60여년 동안 원전을 주력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동과 건설이 지연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도 "빠른 시간 내에 정상 가동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백 번 맞는 말씀입니다만 듣는 사람이 어리둥절합니다. 저부터도 몇 번이나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한 게 정말 맞냐고 되물었습니다. 탕자 취급 당하던 원전이 갑자기 전력생산의 바탕이자 주력이라고 번듯한 효자 대접을 받게 됐으니 말이지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탈핵시대로 가는 출발'을 선언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천3백여명이 숨진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습니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 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숨진 건 원전 사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차마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대통령이 원전 재난영화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했다는 얘기도 돌았지요. 어쨌든 이 정부 들어서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됐고 건설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는 취소됐습니다. 산업부 장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공론화다 뭐다 해서 신한울 1-2호기 가동과 신고리 5-6호기 완공은 계속 늦춰졌습니다.
전기 생산하는 한전 부채는 33조원이 불어났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원전산업 생태계는 앉은 자리에서 시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앞으로 60년, 원전이 우리의 주력 전원이라니요? 혹시 뒤늦게라도 청와대에 무슨 설명이라도 있겠거니 기다렸지만 오늘까지 아무 말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물어 오십니다. 대체 이게 무슨 얘기냐고? 답답해서라기 보다는 황당해서 그러시겠지요? 탈원전은 혹시 유령이 밀어붙였던 건가요.
집안 말아먹을 불효자 취급을 당하던 원전을 갑자기 효자인 양 끌어안는 이 상황에 누구보다 황당한 분들은 원전 업계 종사하시는 분들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피눈물이 날 지도 모를테지요
2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유령을 보았나'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