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규탄 반대" 김정은도 던졌다...푸틴과 네명의 '독재자 친구들'
입력 2022.03.03 15:12
업데이트 2022.03.03 16:35
유엔 141개국 "러시아 즉각 철군" 결의…5개국만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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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25년 만에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가운데 러시아를 편들며 반대 표를 던진 나라는 181개국 중 단 5개국이었다. 주인공은 러시아와 북한ㆍ벨라루스ㆍ시리아ㆍ에리트레아. 이들 모두 과거부터 독재ㆍ인권 유린ㆍ불법 무기 개발 등으로 국제사회 지탄의 대상이 됐다는 '나쁜 공통점'이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특별긴급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회원국들이 지켜보는 모습. REUTERS/Carlo Allegri. 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사흘에 걸친 긴급특별총회 끝에 나온 러시아 규탄 결의안은 표결에 참여한 181개국 중 141개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됐다.(반대 5표, 기권 35표)
반대한 5개국 중 러시아를 제외한 네 나라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친러 독재 국가로 분류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에서 러시아의 유일한 친구"라고 표현한 이유다.
'푸틴의 꼭두각시' 벨라루스
대표적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사실상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꼭두각시처럼 굴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길을 터줬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선 러시아에 자국군을 직접 파병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데도 자국에 핵무기 배치를 허용하는 개헌안을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통과시켜 러시아가 핵을 반입할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핵 위협 고조 행위를 공공연히 거들고 있는 셈이다.
유엔서 '공생'하는 북한
러시아의 전통적인 우방인 북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반대표를 던졌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입장과 지난 1일(현지시간)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의 유엔 긴급특별총회 발언을 통해 "사태의 근원은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향해 꾸준히 '국가 주권'을 강조해온 북한이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두둔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과거부터 북ㆍ러는 유엔 무대에서 공생 관계였다. 북한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유엔 정기 총회에서 대러 규탄 결의안을 채택할 때도 반대표를 던지며 러시아를 지지했다.
러시아는 최근 6년 연속 유엔에서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 합의) 방식으로 채택되는 북한인권결의안에도 여전히 딴지를 걸고 있다. 이밖에도 북한에 불리한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어김없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고유의 거부권을 활용해 제동을 걸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침 없는 도발 뒤에도 푸틴이라는 우군이 있는 셈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특별긴급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 '반대(Against)'한 국가가 5개라고 나오는데, 러시아, 벨라루스, 북한, 시리아, 에리트레아 등이다. EPA. 연합뉴스.
내전서 도움받는 시리아
시리아와 러시아 간 특수관계도 만만치 않다. 시리아에서는 아랍의 봄 민중 궐기로 촉발된 내전이 2011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화학무기 사용도 서슴지 않으며 무참히 자국민을 짓밟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뒷배' 역할을 자처하는 게 러시아다. 러시아는 2015년부터는 아예 알아사드의 정부군 활동을 대놓고 지원하고 있다.
알아사드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푸틴과의 통화에서 "시리아는 러시아와 함께 설 것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지지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푸틴과 알아사드, 김정은은 모두 국제사회에서 정평이 난 독재자들이다. 세계 지도자들 중 매우 드물게 미국이 독자 제재 대상에 올려 '주홍글씨'를 새겨넣은 이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미국 등 자유 진영이 주도하는 이번 대러 규탄 결의안에 폭군들이 나란히 연대해 반대표를 던진 모양새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아프리카의 북한' 에리트레아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에리트레아는 1인 독재 체제 등 이유로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친러ㆍ친중ㆍ친북 국가로, 언론ㆍ종교 자유 지수 등에서 북한과 세계 최하위를 다툰다.
에리트레아 또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 이로 인한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최근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1993년부터 30년 가까이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에리트레아의 항구 도시 마사와에서 미카일 보그다노브 러시아 외무차관과 만나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일(현지시간)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채택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에 대한 회원국의 표결 결과를 지도로 표현한 그래픽.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 캡쳐.
구속력은 없지만 '역사의 기록' 의미
이날 채택된 결의는 안보리의 결의와 달라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사회의 규칙에 반하는 불법적 행위임을 공식화한 역사적 기록으로서 의미가 상당하다.
최근 "러시아의 국제기구 회원국 자격 자체를 정지해야 한다"(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지난달 25일 기자회견)거나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난 1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이날 결의가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이날 결의안을 도출한 유엔 긴급특별총회의 역사는 한반도의 비극과도 닿아 있다. 지난 1950년 6·25전쟁 당시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가 제 기능을 못 하자 유엔이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를 채택하며 유엔군이 참전하게 됐는데, 여기서 유래한 회의방식이 긴급특별총회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주유엔한국대표부 제공. 연합뉴스.
조현 주유엔 한국 대사가 지난 1일(현지시간) 긴급특별총회 연설에서 "한국은 유엔이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에 따라 도운 첫 번째 나라였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 대사는 "당시 유엔이 무고한 사람들의 울음 소리에 즉각 나서줬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에 한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먼 나라의 비극으로 보지 않고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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