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어린이 16명 등 민간인 희생에 절규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의 한 병원 응급실. 잠옷을 입은 채 축 늘어진 6세 여자아이를 끌어안은 아버지가 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이 아버지는 딸의 피로 물든 자신의 손을 보며 울먹였다. 부인 역시 구급차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의료진은 바로 응급 수술을 했지만 포격으로 이미 치명상을 입은 아이는 결국 숨을 거뒀다. 한 의사는 현장에 동행한 AP통신 기자의 카메라를 응시한 채 소리쳤다.
“이 아이의 눈과 지금 울고 있는 의사들의 눈을 푸틴에게 보여줘라!”
고사리손 떨군 채… 러 포격에 스러진 여섯 살 아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 포격에 크게 다친 여섯 살 여자 아이가 구급차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다. 얼굴이 피투성이인 아이 아버지가 옆에서 흐느끼고 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아이를 살리려 애썼던 한 의료인은 “아이의 눈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여줘라”라고 규탄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최소 16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희생됐다. 마리우폴=AP 뉴시스
“이 아이의 눈과 지금 울고 있는 의사들의 눈을 푸틴에게 보여줘라!”
○ 유치원 포격에 ‘집속탄’ 사용 정황
유치원에서 터진 집속탄
2월 25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발사한 집속탄 여러 발이 터진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오흐티르카의 한 유치원. 이로 인해 어린이 1명을 포함한 3명이 숨졌다고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27일 밝혔다. 트위터 영상 캡처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어린이 사망 사례는 키예프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폴리나다. 당국은 폴리나가 키예프의 한 거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러시아군 측 비밀 파괴공작(사보타주) 단체의 공격을 받아 부모와 함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생존자인 두 동생 중 한 명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 오흐티르카에서는 유치원과 보육원이 러시아군의 집속탄 폭격을 받아 최소 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한 명은 8번째 생일을 석 달 앞둔 7세 소녀 알린사였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폭격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격하게 절규했다. “봐라. 전부 피범벅이다. 여기가 유치원이라는 게 정말 견딜 수가 없다. 이곳이 군사시설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국제 아동인권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역시 지난달 27일 오흐티르카 지역에서 유치원을 포함해 교육시설 7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보육원, 유치원 할 것 없이 무차별적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 구역질난다. 이건 전범 조사 대상”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 지하벙커 맨바닥에서 미숙아 치료
어린이 암환자들도 “전쟁 멈춰라”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병원 내 소아암 병동에서 투병을 위해 삭발한 어린이 환자들이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전쟁을 멈추라(Stop War)’고 쓴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치원, 학교 등 어린이가 밀집한 장소 또한 닥치는 대로 폭격하는 러시아군의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키예프=AP 뉴시스
병원 지하실에는 성인용 침대나 의자가 없어 부모들은 아기를 안고 맨바닥에 앉아 있어야 한다. 티시추크 씨는 “전쟁을 예상한 사람이 없어서 준비된 사람도 없다. 약이나 아기 침대 등 최소한의 필수품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지하실에는 암 등 중증질환 어린이 환자 수십 명도 함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