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CNN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이날 “이제 키예프에 러시아군은 없다. 밤사이 크고 작은 많은 충돌이 있었지만 우리가 무력화시켰다”며 러시아군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올레 시네후보우 하리코프 주지사도 “우크라이나군이 적을 쳐부수고 있다”고 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이 예상 밖의 강력한 저항에 나서면서 군수물자 지원에 차질을 빚어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둔화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직접 파병에 선을 그은 미국과 독일 등 서방은 대전차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등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섰다. 특히 미국이 2018년부터 지원해 우크라이나군이 실전 배치했고 이번에도 추가로 지원하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러시아 탱크·장갑차에 가장 위협적인 ‘탱크 킬러’로 불린다.
○ 러, 키예프 고사 노려 유류 저장고 폭격
우크라 37만명, 인접 국가로 피신 2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남부 마야키우도브네에서 국경을 넘어 몰도바로 가기 위한 탈출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유엔난민기구(UNHCR)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날까지 약 36만8000명이 우크라이나 인접 국가로 피신했다고 밝혔다. 마야키우도브네=AP 뉴시스
키예프 중심가에서는 이미 키예프에 투입된 러시아군 공작원과 우크라이나군 간 시가전이 벌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한 이른바 ‘참수 작전’이 재개된 것이다.
○ 우크라 “러 전투기·탱크 파괴”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격 재개에도 당초 키예프를 빠르게 장악해 친러시아 정부를 세워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고 미국은 판단했다. 영국 국방부 관계자는 CNN에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일시적으로 늦춰진 것은 군수 조달의 차질과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벨라루스 국경에서 160km 떨어진 키예프에 공격을 집중하는 이른바 ‘헤일 메리’ 전술을 편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것. 헤일 메리 전술은 방어군이 집중된 접경지 주요 도시를 우회해 목표 지점에 주 공격을 쏟아붓는 전술이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포위하면서도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데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복을 요구하며 줄다리기를 벌이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전열을 재정비해 군수 물자 조달과 추가 병력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독일은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다”는 오랜 원칙을 뒤집고 대전차 무기 1000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 3억5000만 달러(약 4216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고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도 미사일과 대전차 화기 등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이 2018년부터 미국에서 도입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이 러시아 탱크로부터 키예프 등 주요 도시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발사 시 포착이 어려운 재블린 미사일은 전차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