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10만 넘보는데 지원인력 철수…"이제 어떡해" 보건소 통곡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명(9만443명)에 육박한 16일 오후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최근 지방의 A보건소는 말그대로 울음바다가 됐다. 시 본부에서 지원 나온 인력 20명가량이 소속 부서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이 보건소 직원들은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설 연휴에도 제대로 못 쉬었고, 주 6일 밤 11,12시까지 일하고 있다. 지원 인력이 빠지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 뻔한데도 별 대책이 없으니 팀원들이 서러움에 북받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대책을 논의하던 팀장과 보건소장도 "이제 어떡하지"라고 탄식하며 같이 울었다. 이 보건소 B소장은 "'이제는 나아지겠지'라고 3년째 기대하며 이를 악물고 일해왔는데, 인력 지원이 끊긴다는 얘기를 들으니 설움이 북받쳤다"며 "'보건소 일이니 알아서 하라'는 건데, 자괴감이 이루 말하지 못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A시가 보건소 지원 인력을 복귀시킨 이유는 정부의 방역 체계 개편 때문이다. 확진자 역학조사를 일일이 하지 않고 자기기입식으로 바꿨고, 밀접접촉자도 일일이 가려내지 않고 동거가족 정도로 좁히면서 일이 줄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는 50명 정도에서 500명으로 증가했다.
B소장은 "확진되면 기초조사를 해서 입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입원(입소) 대상자인지, 재택치료 대상이면 집중관리군인지 일반관리군인지 분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제 때 못하면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한다. 인력 지원 중단의 영향은 바로 나타났다. 그전까지 확진 당일 전화로 기초조사해서 환자를 분류하고 대응요령을 전했는데, 며칠새 매일 100~200명 밀리더니 최근에는 절반가량 다음날로 밀렸다. B소장은 "이렇게 가면 이틀 사흘 늦어질 게 뻔하다. 어떤 보건소는 이미 사흘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1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은 1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목록(병원 명단)을 보고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에 전화 했는데 두 군데 정도가 연락이 안 돼 다른 쪽에서 처방 받았다”며 “재택치료를 처음 받는 대부분의 국민은 정보가 없다면 상당히 당황하고 혼란스럽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택치료 행정상담센터도 보건소에 큰 부담을 안긴다. 최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일선 지자체 본부의 자치행정·재난안전 전담부서에 이 센터를 두도록 지시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기도 산하 31곳 지자체 중 9곳이 보건소에 떠넘겼다. 일부는 본부에 센터를 두되 보건소 직원을 빼서 맡긴다고 한다. 행정상담센터는 병원 위치, 가족 격리 방법, 외출 가능 여부 등의 자질구레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보건소에 인력 지원을 하는둥 마는둥 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C시는 임시선별진료소를 운영한다. 대개 시가 직영하는 데가 많은데 여긴 그렇지 않다. 여기에 신속항원검사 지원 인력 5~7명을 지원해 주는 게 전부다. 직원들이 자정까지 확진자에게 전화를 돌린다. 어떤 때는 새벽 2시에 전화하기도 한다. 재택치료 행정상담센터도 보건소 몫이다. 이곳 보건소 D소장은 "확진 당일에 전화해서 기초조사를 하고 대응요령을 안내하기 위해 자정까지 전화통을 잡고 있다"며 "하루 확진자 500명까지 이런 식이 가능하지만 이를 넘어서니까 이제 더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고 한탄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은 "죄송하다. 이대로 가면 이혼 당할까 두렵다"며 휴직을 신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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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공무원 지인을 자처한 한 청원인은 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보건소 공무원도 사람입니다"라는 읍소 글을 올렸다. 그는 "지인이 자가격리 업무를 맡고 있는데, 매일 자정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고 새벽 3~4시에 집에 들어온다. 하루 15~18시간 일한다"며 "하루에 1000명 확진자가 나오는데, 혼자서 자가격리 업무를 한다. 보건소 공무원의 인권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전국보건소장협의회 시도지회장 단체카톡방에서 "보건소당 30~50명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중수본 관계자는 "지자체가 보건소 일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바라보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아무리 보건소가 지자체 내부에서 힘이 없다고 하지만 비상 시국에 지자체가 너무하는 것 같다"고 "최우선적으로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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