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적폐수사’에 박범계 “대단히 유감” 발끈…“또 내로남불“
- 중앙일보
- 김민중
- 입력2022.02.11 12:03최종수정2022.02.11 13:31
2월 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구지검을 방문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측근인 A 검사장을 중용해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 수사를 당연히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자 여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대단히 유감스럽다”라며 발끈했다.
법조계 등에선 “여권이 자기들도 적폐 수사를 공언하며 집권했으면서 왜 남이 하면 뭐라 하느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다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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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해할 우려…조직 동요”
박범계 장관은 11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전직 검찰총장을 하신 분이 현 정부 적폐에 대한 수사 말씀을 하셨는데 국민들 걱정은 그게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어느 때보다 안정돼 있는데, (윤석열 후보가) 특정 검사장을 거명하면서 하는 그런 발언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할 수 있고 조직의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며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해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장관으로서 어떻게 보느냐”라고 묻자 나온 답이다.
기자가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통해 불법을 많이 저질렀다는 발언도 굉장히 부적절한 것으로 보는가”라고 묻자, 박범계 장관은 “국민들 걱정은 그게 아니지 않나”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전날(10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대로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 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라면서다.
법조계에선 “여권도 적폐 청산을 공약으로 집권한 뒤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수감했으면서 전 정권 비리 범죄에 대한 적폐 청산을 똑같이 하겠다는 걸 두고 비판하는 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특히 전직 검찰 고위 인사는 “박 장관 본인이 전임자인 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친정부 검사만 골라 중용하고 조국 수사, 원전 수사 등 소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들을 좌천시켜 인사권을 정치 보복의 도구로 삼았다고 비판받는 장본인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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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재명도 “적폐청산이 보복이면 그런 정치보복 맨날 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2018년 1월 1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권력을 이용해 공동체를 파괴하고 법 질서를 어기며 사익을 취한 자들에 대한 단죄가 정치보복이라고 불린다면, 그런 정치보복은 끊임없이 초고강도로 계속돼야 한다”라고 밝힌 적 있다. 그는 “흔들림없는 적폐청산을 응원한다”라고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2017년 7월 18일엔 도둑 잡는 게 도둑에겐 보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어부지리 정권 문재인 정부가 정치보복쇼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라고 발언하자 이 후보가 반발한 것이다. 이 후보는 “홍 대표님, 제겐 보복이 아니라 정의와 상식의 구현으로 보인다”라며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라고 썼다.
2017년 6월 15일엔 자유한국당이 “4대강 감사는 한풀이 보복”이라고 반발한 데 대해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 한을 푸는 것이 정치다”라며 “왜 그런 한을 쌓이게 했는지부터 반성하시길”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후보는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를 시사했다.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라면서다. “지금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느냐”라면서다. 다만 윤 후보는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범법자가 법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은 것처럼 윤 후보가 집권하면 시스템에 따라 적폐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측근으로 꼽히는 A 검사장을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 등 자리에 중용할 거냐는 질문에 윤 후보는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 온 사람인데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중앙지검장하면 안 되는 겁니까”라며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시스템에 따라 중요한 자리에 갈 것”이라고 적폐 수사를 지휘하게 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2022년 2월 9일 중앙일보 A검사장을 총장 앉힐거냐 묻자···尹 "독립운동하듯 수사한 사람" [단독 인터뷰] 보도 참고)
그러자 청와대와 여권은 연일 윤석열 후보가 A검사장 등을 활용해 여권에 대한 보복 수사에 나설 뜻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이며 거세게 반발하는 중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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