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사건' 놓고 박은정과 충돌한 박하영 검사, 결국 퇴임
- 중앙일보
- 정용환
- 입력2022.02.10 15:12최종수정2022.02.10 15:27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보완 수사 여부를 놓고 박은정(50·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장과 의견차를 보인 끝에 사표를 제출한 박하영(48·31기)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10일 결국 공식 퇴임했다. 박 차장검사는 박은정 지청장이 검찰 직접수사 대신 지난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분당경찰서에 다시 보완수사를 맡긴 데 대해 "경찰이 잘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이제 막 기록 검토를 다시 시작했다.
10일 자신의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성남지청을 찾은 박 차장검사는 기자들에게 "성남지청이 경찰에 성남FC 후원금 사건 보완수사를 요구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경찰로 갔으니까 경찰에서 충분히 잘 수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남FC 후원금' 사건 수사 방향을 놓고 박은정 성남지청장과 갈등을 빚다가 사표를 낸 박하영 차장검사가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차장검사는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보완수사 여부를 놓고 박 지청장과 의견차를 보인 끝에 지난달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박 차장과 수사팀의 의견을 박 지청장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당시 박 차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 게시판에 "더 근무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 보았지만… 이리 저리 생각을 해 보고 대응도 해 보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글을 올렸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를 맡았던 2015~2017년, 기업 6곳(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에 성남FC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을 받고, 그 대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장영하 변호사 등이 2018년 6월 이 후보를 제삼자 뇌물제공(형법 130조) 혐의로 고발한 데서 시작했다.
박은정 성남지청장. 연합뉴스
경찰은 3년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지난해 9월 6일 자로 사건을 불송치(혐의없음) 결정했다. 고발인인 장영하 변호사 등이 곧장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고, 사건은 같은해 10월 성남지청에 송치돼 4개월여간 표류했다.
성남지청 수사팀과 박 차장검사 등은 경찰 수사 자료에서 성남FC 후원 기업 6곳의 일부 관계자의 후원금 지급 경위 관련 진술이 번복된 점 등을 근거로 보완수사 의견을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박 지청장에게 번번이 가로막혔다고 한다. 박 차장의 사표 제출로 내홍이 표면화하자 수원지검은 부장검사 회의를 연 뒤 성남지청에 보완수사를 지시했고, 성남지청은 지난 8일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최초 고발 3년 8개월만에 다시 재수사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어제(9일) 사건 기록을 가져와서 이제 막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보완수사 요구 관련 내용은 수사 사항이라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보완수사 끝에 송치 결정을 하거나, 혹은 불송치 결정을 하고 고발인이 재차 이의 신청서를 제출한다면 사건은 다시 검찰 손으로 넘어간다.
이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와는 별도로 수원지검은 박 지청장이 이 사건 수사를 무마려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김오수(59·20기) 검찰총장의 경위 파악 지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신성식(57·27기) 수원지검장이 최근 김 총장에게 "박 지청장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을 먼저 수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최종 보고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진상조사는 사실상 기한없이 미뤄졌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하영 차장검사가 명예퇴임식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뉴스1
이날 박 차장검사도 진상 조사를 위한 연락이 있었냐는 취재질 질문에 말을 아꼈다. 그는 "저는 그냥 절차에 따라서 진행이 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진상조사와 관련해 절차, 실체 어떤 부분 대해서도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는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박 차장검사의 퇴임은 사의표명 16일 만에 이뤄졌다. 박 차장검사는 최근 한 언론에 "야구의 희생번트는 (배트를) 대는 사람이 자기가 살려고 대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한 발짝 나갔다고 그거(사표)를 거둬들이면 희생번트를 댈 당시 다른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해 사의를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이날 이 표현에 대해서도 "사표가 수리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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