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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통신조회는 선량한 국민들을 겁주고 불안하게 합니다

Jimie 2022. 2. 10. 04:00

Opinion :김경율이 고발한다

"폰 확인해봐" 술자리 농담…이게 공수처 사찰 논란의 시작

중앙일보

입력 2022.02.10 00:01

이슈를 대하는 다양한 시선Re:Think
 

인정불가

김대근법무정책연구실장

공수처 이제 1년 ... 폐지 논하기엔 이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언론인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통신자료를 수집한 게 알려져 사찰 논란이 빚어졌다. 혹자는 공수처 폐지의 근거로 삼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욕물 버리다가 아이까지 함께 버리는 일이다. ‘버려야 할 목욕물’을 정확히 포착해야 한다. 버려야 할 목욕물은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자료 제공 절차다.

'법원, 검사, 수사관서의 장 등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하여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과 같은 통신자료의 제공을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미 두어 차례의 헌법소원과 국가인권위의 개선 권고, 시민사회의 수차례 공익소송이 있었다. 유엔은 2015년과 2017년, 2019년 다양한 채널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범죄수사라는 공익적 활동, 수사의 밀행성 및 신속성 때문에 꼭 필요하다. 현행법은 이용자에 대한 정보인 통신자료(전기통신사업법 제13조)와 통신의 메타데이터(내용)인 통신사실 확인자료(통신비밀보호법 제83조)를 구분한다. 수사기관이 후자를 얻으려면 법원 허가가 있어야 한다.

반면 통신자료 요청은 법원의 사전적 또는 사후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침해 소지가 있다. 또 헌법상 영장주의에 반할 수도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과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데다 대상자에게 제공 내역을 통보하는 절차도 없다. 특히 언론인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는 취재원 노출 등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 침해 소지도 있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불법 사찰을 한 것일까? 위에 언급한 것처럼 공수처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합법적 조치다. 불법이 아니더라도, 권력 남용일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021년 상반기 통신자료 제공 건수를 보자. 전화번호 수 기준으로 검찰 59만7454건, 경찰 187만7582건, 국정원 1만4617건, 공수처는 135건, 기타기관 6만9651건이다. 문서 수 기준으로는 검찰 6만7720건, 경찰 39만1775건, 국정원 1622건, 공수처는 29건, 기타기관 2만9980건이다. 공수처가 다루는 사건 건수가 다른 수사기관보다 현저히 적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위공직자 수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통신자료 등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공수처가 권력을 남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통신자료 제공 사실만으로 그러한 주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공수처 성과가 미흡하다는 걸 내세운다. 필자도 다소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설립된 지 고작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성패를 가늠하고 평가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다. 공수처가 처한 물리적·법적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정원 85명(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에 불과한 공수처가 이미 접수된 수천 건의 고소·고발·진정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 송치 등 행정 처리 등을 감당하기엔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때로 검찰 도움을 받아야만 공소유지나 집행 등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기존 형사사법기관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독자적 활동이 어렵다는 얘기다.

제도는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면서 유지되고 발전한다(path dependency). 새 제도의 성과를 기존 제도 내지 제도 이전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이 제도가 시민 합의를 통해 도출해냈다면 애초의 취지대로 작동하고 안착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지나친 낙관과 섣부른 비관 모두 경계해야 한다. 목욕물 버리면서 아이까지 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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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각

달나라금토끼(필명)현직 경찰관

통신 조회 자체가 사찰은 아닙니다

김경율 회계사는 최근 언론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과 무능으로 인해 독립수사기관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언론인이나 정치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를 하면서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짚었다. 또 시민사회단체 역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이런 행태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다는 점을 비판했다. 공수처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 같은 구시대적 수사 행태에 대한 비판에는 십분 공감한다. 수사기관이 논란을 야기한 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지 못하는 건 책임의식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수처에 대한 비판 중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통신자료 조회 자체를 사생활 침해나 민간인 사찰로 보는 건 비약이다.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조회는 수사기관이 전화번호나 인터넷 주소 등 통신 관련 고유자료만 확보한 경우 이와 관련된 가입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다. 소위 ‘고발 사주 사건’은 모 검사가 모 정치인에게 다른 정치인을 고발해줄 것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언론이 제기하면서 출발했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사주한 ‘누구’를 찾아야 하는 수사의 목적상 실마리가 되는 인물의 통화내용을 조회해 상대 신원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물론 통신자료 조회가 과연 딱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이뤄졌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통신자료 조회 제도 자체는 오랜 기간 운영해오면서 적절한 견제장치와 사후 검증 수단까지 갖추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질 때마다 가입자에게 사후 통보토록 방향으로 제도 보완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니 남용을 예방할 장치가 하나 더 갖춰질 거로 기대한다.

다른 하나는,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 중 일부가 합리적이지 않다. 수사기관이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존재의 의미가 없다 하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경찰이 미제사건 탓에 사회적으로 비난받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찰청 폐지 내지는 경찰 수사권 박탈을 주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를 냉철하게 짚어보고 문제를 보완하는 게 맞다. 또 문제가 없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 유사한 사례가 없다거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탓에 정치적 편향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제도가 효과적일 수도 있고,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정치적 편향 논란이 적은 기관도 많기 때문이다.

김 회계사님 글에 이런 비판을 제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수사의 정치화가 우려스러워서다. 처벌 목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수사라는 과정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면 그 진행과 결과에 의문을 던지기가 쉽다. 이런 논란을 거치면서 정치인들의 손익은 엇갈리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국민으로 하여금 수사를 정치 성향을 기준으로 바라보도록 호도할 우려가 크다.

굳이 언론인과 야당에 대한 탄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수처 제도 자체의 문제점이 많다. 타 수사기관과의 관계 설정이나 관할의 범위, 독립성 문제, 견제장치의 부재 등은 출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문제들이다. 특히 이번처럼 필요최소한도를 넘어선 마구잡이식 정보 수집을 앞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일지를 논의하는 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올바른 비판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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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불가

한동훈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무차별 통신조회는 선량한 국민들을 겁주고 불안하게 합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의 측근으로 알려져 문재인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공수처가 본인을 비롯해 아내와 미성년 자녀까지 통신 조회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1월 9일, 입장문을 냈다. 기본적으로 김경율 회계사 입장과 같다. 아래는 전문.

공수처의 ‘민간동호회카페 관련자 통신조회’ 등 보도 관련 입장

수사대상이 고위공직자로 엄격히 한정된 공수처가 동호회 활동을 하는 순수 민간인들을 상대로 무차별 통신 조회를 하는 것은, 선량한 국민을 겁주고 불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제 다들 ‘혹시 나도’하고 불안해하고 ‘귀찮고 험한 일 당하지 않으려면 앞으로는 자기검열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니, 국민을 겁박해서 움츠러들게 하는 불순한 효과는 이미 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서 근거 없이 뇌피셜로 정파적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수처 수사를 요구하고, 어용단체가 그대로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언플(언론플레이)하면, 공수처가 그 ‘그림에 억지로 끼워 맞춰서’ 저인망식으로 권력의 반대자들을 언론인이든 민간인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탈탈 털고, 그러고 나서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아마추어라서 그렇다’고 황당한 소리 하면서 뭉개고 넘어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래 수사를 해 왔지만 수사기관이 이렇게 인권이나 헌법 무서운 줄 모르고 막 나가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정상적인 수사방식’이 아닙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이런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는 마음에 안 들면 마구잡이로 털고 겁주는 게 ‘정상적인 수사방식’이자 ‘뉴노멀(new normal)’이 될 겁니다.

참고로, 유시민씨, 황희석씨 등은 존재하지도 않는 계좌추적이 존재한다면서 저의 명예를 훼손했지만, 지금 공수처의 민간인, 언론인, 정치인 사찰은 (이와 달리) 분명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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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각

관련 도서 발췌

노무현과 문재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각각 본인의 저서에서 공수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책에 언급된 공수처 내용을 소개합니다.

#노무현, 『운명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문재인, 『운명』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불발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일도 그렇다.

공수처 설치는 대선 때 노무현 후보 뿐만 아니라 이회창 후보도 같은 공약을 했다. 오히려 이회창 후보 공약이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법안에 좀 더 가까울 수 있다. 이회창 후보는 당시에 공수처를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두자는 의견이었다. 노 후보는 별도의 조직으로 두자는 거였다. 나중엔 우리가 국가청렴위원회 산하에 두는 쪽으로 추진했으니, 오히려 이회창 후보 공약에 가까웠던 셈이다.
당시 국민들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말기에 나타난 대통령 아들 비리 사건과 권력형 비리를 보면서 굉장한 분노와 특단의 대안을 요구했다. 공수처 공약은 당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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