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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통령 뽑으면 안 돼” SBS 진행자 교체… 與 “정당한 항의만” VS 野 “유신정권 떠올라”

Jimie 2022. 2. 8. 06:42

“이런 대통령 뽑으면 안 돼” SBS 진행자 교체… 與 “정당한 항의만” VS 野 “유신정권 떠올라”

  • 세계일보
  • 입력2022.02.07 22:00최종수정2022.02.07 22:37

SBS “이재익 PD 공정성·객관성 원칙 훼손. 민주당 항의 때문 아냐”

SBS 홈페이지 갈무리.

 

SBS 라디오 진행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민주당 측 항의를 받고 갑자기 하차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민주당은 항의는 정당한 절차였으며 진행자 교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해온 이재익 PD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주말 사이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민주당 쪽의 항의가 들어왔다”면서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회사(SBS)의 조치를 받아 당장 내일(7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적었다.

 

이 PD는 지난 4일 해당 프로그램에서 첫 곡으로 나간 DJ DOC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막고’라는 가사를 꼬집으며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된다. 이런 사람이 넷(네 후보) 중에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았다. 여러분들 머릿속에 있겠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사람 뽑으면 되겠나. 안 되겠나. 안 될 것”이라며 “누구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 그러면 이 방송 없어진다”라며 웃었다.

해당 발언에 관해 이 PD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관한 비판이었다.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관한 비판이라는 지적에 “제 의도와 달리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이 PD의 폭로 후 SBS 노조는 “민주당 항의 한 마디에 진행자가 교체된 것은 반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일”이라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SBS는 민주당 항의로 진행자를 교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SBS 라디오센터는 7일 “SBS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면서 “이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거세게 일자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7일 브리핑을 통해 “이 PD가 방송 중 이재명 후보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 후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언급하며)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 이런 표현을 썼다”고 이 PD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방송은 공인이 하는 것인 만큼 특정 후보를 찍어라, 찍지 말라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하며 “선대위가 해당 방송국에 관련 문의와 항의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PD에 대한) 조치는 SBS가 한 것”이라며 “저희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야권은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선대본부 상황실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에서 “민주당의 언론과 방송 재갈 물리기 시도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하려 했던 이유도 더욱 분명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PD가 불과 며칠 전 국민의힘을 향해 잘못을 비난할 때는 무사했다”면서 “야당은 비난해도 되지만 여당을 비난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을 이용해 PD 한 사람을 강제 하차시킬 순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이재명 후보 부인의 황제 갑질 의혹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본 대변인도 이날 “유신정권의 금지곡 사태가 떠오를 만큼 어처구니없는 진풍경”이라며 “(해당 가사에)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김씨와 공무원 갑질·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뜨끔했나 보다”고 비꼬았다.

이어 “고작 1건의 민주당 항의로 단 하루 만에 담당 PD가 하차한 것인데 집권당의 위세가 참 대단하다”면서 “본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노래 선곡도 자유롭게 못 하는 나라가 돼버렸다”고 힐난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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