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99% 추미애의 일방폭행 사건이다”
조선일보 |입력2020.11.27 1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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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에, 너희가 잠잠하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칠 것이다, 라는 부분이 있다. 물론 상징적으로 하신 말씀이다. 돌들이 일어나 소리친다, 이 말은 온 세상이 떨쳐 일어나서 꼭 드러내야 할 진실을 밝힐 것이다, 그런 뜻이라고 본다. 어제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말로 돌들이 일어나 소리치는 것 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바로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명령이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일선 검사들의 외침인 것이다.
대한민국 검사들 중에 ‘추미애 사람’으로 분류돼 있는 몇몇을 뺀, 거의 모든 검사들이 마치 돌들이 일어나 외치듯 한 목소리를 냈다. 어제 오전 10시10분 “고검장들의 공통된 의견을 개진합니다”, 어제 오전 11시41분 “대검 중간 간부들은 아래와 같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낮 12시56분 “일선 검사장들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입니다”, 오후 9시34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참담함을 느낍니다”로 계속 이어졌다. 검찰총장 다음으로 높은 직급인 일선 고검장 7명 전원이 법무장관에게 반대 성명을 낸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말씀을 최근 들어 몇 번째 드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어서 “검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일선 지검장 17명도 반대 성명을 냈다. 서울북부, 서울서부, 의정부, 인천, 수원, 춘천, 대전, 청주, 대구, 부산, 울산, 창원, 광주, 전주, 제주 지검장들, 그리고 서울과 수원 고검의 차장 검사들이다. 중견 간부 이상 선배 검사들만 들고 일어선 것은 아니다. 평검사 회의도 잇달아 열렸는데, 서울중앙, 서울동부, 부산, 대전, 광주, 대구, 울산 포함 전국 14개 지검, 그리고 부산동부, 포항, 평택, 여주, 안동 포함한 전국 27개 지청에서 반대 성명이 나왔다. 아울러 일선 지청장 36명, 대검 중간 간부 27명, 전국 인권감독관, 의정부지검 차장·부장 검사 13명, 수울서부지검 부장 검사, 서울북부지검 부장·부부장 검사, 부산지검 부장 검사, 서울중앙지검 35기 부부장 검사, 일반직인 일선 검찰청 사무국장들에 이르기까지 반대 성명 대열에 동참했다.
1000명이 넘는 검사들이 자신들의 실명(實名)을 걸고 추 장관을 비판하고 있는 셈인데, 일선에 있는 한 지검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검사가 된 뒤 이런 광경은 처음 봅니다.” “전국 2100명 검사 중 절반 이상이 뜻을 모은 것 같습니다.” 한 검찰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농단’이 ‘정권 수사에 대한 부당한 보복’이라고 인식한 검사들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검란이 시작됐습니다.”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내무통신망 이프로스에 이런 글을 올렸다. “현 정권과 장관이 말하는 검찰 개혁의 진정성은 쓰레기통에 처박힌 지 이미 오래됐다.”
국민 여론도 추 장관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어제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교통방송 의뢰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조치에 대해 국민 56.%는 “잘못한 일”이라고 했고, 38.8%는 “잘한 일”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최근 조치는 여러 측면에서 비판이 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사법 절차가 완전히 거꾸로 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 받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덜컥 ‘직무정지 명령’부터 내려놓고, 이어서 ‘압수수색’을 하고, 이어서 ‘수사의뢰’를 했다. 이것은 앞뒤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맨 먼저 수사의뢰를 하고, 그 수사 방편으로서 압수수색을 한 다음, 잘못된 사실과 혐의가 충분히 드러나면 직무정지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사의뢰→압수수색→직무정지’,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추 장관은 거꾸로 ‘직무정지→압수수색→수사의뢰’를 했다. 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는 “무법천지라서 일일이 불법적 상황을 지적하는 것도 허망한 일” “일단 잡아넣고 증거 조작해 간첩 만들던 독재 시절 공안수사와 다를 게 뭔가”라고 비판했다.
또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 6명도 이날 감찰위원회를 건너뛰고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려는 추 장관의 조치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위원들은 “징계위가 열리는 다음달 2일 이전에 감찰위원회를 먼저 열어야 한다”며 회의 소집 요청서를 법무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9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감찰위는 6명 이상이 교수 등 외부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추 장관은 지난11월3일 ‘중요 사항 감찰은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라고 돼 있던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 강제 조항을,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라고 임의 조항으로 바꿨다. 참으로 부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부각시키며 윤석열 총장에 대한 공격을 이어 갔다. 그중 일부만 본다면 김태년 원내대표, 민주연구원장 홍익표 의원, 그리고 정청래 의원 등은 윤 총장을 “범죄자”로 규정하면서 “감옥에 가야 할 사람”처럼 묘사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윤 총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이 대부분이었다면, 어제부터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식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 ‘판사 사찰’이라는 문건은 윤 총장 측 변호인에 의해 9장 분량으로 공개됐는데, 공판과 관련된 판사의 세평(世評)을 모아놓은 정도였다. 가령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지만 합리적이고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을 진행’, ‘법관 임용 전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 리그에서 활약’ 이런 식의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또 추 장관은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의 재판부 판사와 관련된 내용”이라면서 “세평, 취미, 물의(物議) 야기한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됐다”고 했다. 그런데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조국 사건 판사’와 ‘물의(物議) 야기 법관’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윤건영 의원은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극한 갈등에 대해 문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을 되받아쳤다. 윤 의원은 그것을 “치열하게 일하는 문 대통령을 여의도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비열한 정치”라고 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을 정쟁의 한복판에 세워 놓고 떼로 몰려들어 대통령과 진흙탕 싸움을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최대 갈등 현안은 무시하고 대외 일정만 소화하는 게 말이 되느냐.” “추 장관도 윤 총장도 모두 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인데 이들의 갈등으로 국가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으면 당연히 문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윤건영 의원의 말처럼 지금의 갈등이 국민들 눈에 ‘진흙탕 싸움’으로 보인다면, 그 ‘진흙탕 싸움’의 원인 제공자이자 총체적 책임을 진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윤석열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장관의 ‘직무집행 정지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낸 것이다. ‘집행정지’라는 말이 반복돼 있어서 좀 복잡한 듯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추 장관의 조치가 부당한 것이어서 그에 대한 본안(本案) 소송도 제기했으니 그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로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속한 결정을 먼저 내려달라는 뜻이다. 법조계 경험 많은 인사들은 “행정법원의 어떤 판사가 맡든 법리적으로 봤을 때 윤 총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추미애 장관 측의 전략도 있을 것이다. 주말에 어떻게든 법무부 감찰위원회를 건너뛰고, 다음 주 수요일 12월2일 법무장관이 완전 장악하고 있는 징계위원회를 빨리 열어서 윤 총장에 대한 ‘해임’ 혹은 ‘정직’ 같은 징계안을 결정짓고, 그것을 바탕으로 바로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관건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먼저냐, ‘법무부의 징계위원회’가 먼저냐로 좁혀졌다. 다음 주 수요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결론이 먼저 나올 수 있을 것인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려 있다. 오늘 동아일보 이기홍 논설실장은 칼럼에서 “검란으로 번진 이 사태는 쌍피(즉, 추미애·윤석열 두 사람이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쌍방과실, 쌍방피해)가 아니라, 99% 추미애가 가해를 가한 일방폭행 사건이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조직 전체로부터 불신임 받은 추미애를 해임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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