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검사들 “윤석열 징계청구 위법… 침묵하면 국민 앞에 죄 짓는 것”
동아일보 |입력2020.11.26 03:00
[윤석열 직무배제]26일 전국 10여곳서 평검사회의
대검 연구관 성명서 신호탄으로 전국서 평검사회의 결정 잇따라
“검찰개혁 반대로 보일까 참았는데 이제는 잘못됐다는 걸 알려야”
조국 재임때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검찰 역사에 조종… 우울하고 참담”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그동안 참아왔다. 이제는 잘못됐다는 걸 알려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국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25일 오후 수도권의 한 검찰청. 각 부 평검사 중 선임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검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일선 검사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에 대해 “위법 부당한 결정”이라는 의견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리에 모인 다른 검사들도 동의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헌정 사상 초유의 조치를 두고 일선 검사들의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전국 10여 곳의 일선 검찰청 검사들은 25일에 이어 26일에도 ‘평검사 회의’를 열고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한 공동 입장을 내기로 했다. 검사들이 ‘평검사 회의’를 소집한 건 2013년 혼외자 의혹이 불거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재임 이후 7년 만이다. 당시에는 평검사 회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았지만 추 장관의 처분에 관한 평검사 회의는 광범위하게 번질 가능성이 있다.
묵묵부답 秋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동부지검과 수원지검, 대전지검, 대구지검, 부산지검, 울산지검, 광주지검, 춘천지검 등 10여 곳 검찰청의 검사들이 26일 ‘평검사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앞서 25일 회의를 연 대검과 부산동부지청을 포함하면 추 장관의 조치 하루 만에 전국 10여 곳 검찰청의 검사들이 단체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검사들은 회의를 마친 뒤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추 장관과 대검 고위 간부들에게 알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검찰청에서는 평검사 회의 개최에 부정적인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전국 60개 지방검찰청과 지청이 일제히 평검사 회의를 열어 추 장관을 상대로 결정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대검 검사 30여 명이 공동성명을 낸 것을 신호탄으로 전국 검찰청에선 평검사 회의 소집이 이어졌다. 대검 소속 검찰 연구관 30여 명은 오후 5시 검찰 내부망에 ‘검찰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 집행 정지에 대한 대검 연구관 입장’이란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게시했다. “장관의 처분은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대검 검사들은 “이제는 침묵해선 안 된다”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뒤이어 부산동부지청 평검사들도 검찰 내부망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배제를 명한 건 위법부당하다”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검찰 내부망의 공동 입장문에 다른 검찰청의 검사들이 지지 댓글을 달고 있다.
검사들은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검찰 내부망을 통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김창진 부산동부지청 형사1부장은 이날 글을 올려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권 행사를 좌시하지 않는 것이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라며 “후배 검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검사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청문회 준비를 도왔던 김수현 제주지검 인권감독관도 “직무 배제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이유와 근거, 정당성과 명분이 있어야 할 텐데 직무 배제 사유 어디에도 그런 문구를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검찰 역사에 조종(弔鐘)이 울리는 듯해 우울하고 참담하다”고 썼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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