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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 먹자골목에 불빛 사라졌다, 자영업자들 간판 끄고 항의 시위

Jimie 2021. 12. 28. 05:23

500m 먹자골목에 불빛 사라졌다, 자영업자들 간판 끄고 항의 시위

입력 2021.12.27 21:39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 먹자골목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소등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27일 오후 6시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일대 먹자골목. 500m를 지나며 본 식당·술집 40여 곳 중 간판 불이 켜져 있는 곳은 3곳뿐이었다. 나머지 가게들은 모두 불이 꺼져 있어, 마치 이 일대는 영업이 끝난 새벽 거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게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었다. 상인들이 정부의 거리 두기 지침에 항의하기 위해 불을 끈 채 영업하는 ‘소등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들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간판을 소등하고 영업한다’ ‘자영업자의 현실을 외면하는 정치인의 출입을 금한다’ 등의 안내문을 가게 문에 붙였다. 이날 구의1동 일대 식당·술집 등 400여개 중 360여개가 간판 불을 끄고 영업했다고 한다.

 

지난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곳곳에서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적잖은 자영업자들이 이 소등 시위에 참가했다. 구의역 일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훈(36)씨는 “코로나 전엔 매장 55석이 꽉 차던 시간대인데 지금은 3명밖에 없다”며 “이런 날들이 계속되니 매출도 예전의 10%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간판 불이 꺼져 있으면 영업을 하지 않는 매장처럼 보여 손님이 더 줄 수도 있지만, 김씨는 소등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월세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원·시간 제한을 다시 둔 정부 정책에 항의하고자 주변 사장들과 협의해 불을 껐다”며 “2년 동안 정부가 하라는 대로 다 하고나니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 먹자골목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소등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중구에서 삼계탕을 파는 민병렬(69)씨도 이날 오후부터 간판 불을 끄고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민씨는 “불을 끄면 손님들이 적게 올 것이라는 걱정도 있지만, 이미 적자 상황이기에 손해를 감수하고 소등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영석(56)씨는 “직장인 회식 위주로 단체 손님을 받는 우리 같은 매장은 최악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며 “손님들의 오늘 하루 오지 않는 것은 감수하겠다고 마음 먹고 간판 불을 껐다”고 했다.

시위를 주최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의 민상헌 공동대표는 “이번 시위는 향후 진행할 휴업, 정부 정책 불복종 운동에 앞서 첫 발을 떼는 성격”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의 소등 시위는 28일까지, 오후 5시부터 9시 사이에 이뤄진다.

 

다만 서울의 모든 번화가에서 이 같은 소등 시위가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북창동 먹자골목. 식당 20곳 중 간판 불을 끈 채 영업하고 있는 곳은 3곳에 그쳤다. 서울의 한 음식거리 상인회장은 “시위 첫 날인 오늘 지역 상인들에게 사전 안내·협조가 잘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내일은 더 많이 참여하도록 독려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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