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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불참으로 항의한 홍콩인들…뻔한 선거에 '역대 최저' 투표율

Jimie 2021. 12. 20. 09:28

투표 불참으로 항의한 홍콩인들…뻔한 선거에 '역대 최저' 투표율

  • 머니투데이
  • 정혜인기자
  • 입력2021.12.20 08:18최종수정2021.12.20 09:12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입법회 선거 민주 진영 후보 0명…투표율 30.2%,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저]

 

12월 19일 홍콩 입법회 선거 마감 후 선거 관리들이 개표를 위해 첫 번째 선거함을 열고 있다. /사진=AFP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이란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전면 개편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국 당국의 선거제 개편으로 선거 전부터 친중(親中)파의 압승이 확실시되면서 홍콩 시민들 내 선거 불참의 분위기가 확산한 여파다.

 

20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지시간 기준 전날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진행된 입법회 선거에는 전체 유권자 447만2863명 중 136만680명이 참여해 투표율이 30.2%로 집계됐다. 이는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실시된 역대 입법회 선거 중 최저 투표율이다. 이번 선거 전 최저 투표율은 2000년의 43.57%였다.

주요 외신은 이번 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선거 이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며 중국 당국의 선거제 개편으로 민주당 인사들의 후보로 등록되지 않은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를 앞두고 "승패가 아니라 투표율, 유권자들의 백지투표 저항운동 여파가 최대 관심사"라며 "홍콩 주민 다수의 불만 속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홍콩에 대한 베이징(중국)의 장악력만 더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는 중국이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거로, 전체 90석 중 직접 선거를 통해 뽑는 의석수는 20석에 불과하다. 또 입후보 자격마저도 중국 당국이 인정하는 '애국자'로 못 박았다.

사실상 중국공산당에 반대하는 민주파를 배제하는 구조다. 실제 이번 선거에 등록한 후보 154명 중 무려 140명이 친중 후보였고, 중도 성향의 후보는 10명, 야권인 민주 진영의 후보는 0명이었다.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이 입법회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홍콩당국은 선거 전부터 논란이 된 투표율을 끌어올리고자 선거 당일 버스, 지하철, 노면전차(트램)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했다. 또 코로나19(COVID-19) 격리 정책으로 투표권 행사에 제약이 있는 중국 거주 홍콩인들을 위해 처음으로 중국 접경지역에 투표소도 설치했다. 아울러 선거 첫날에는 사상 처음으로 투표 독려 단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지지할 수 있는 후보자가 없다"고 반발했고, 중국 당국의 단속을 피해 해외로 나간 민주화 운동 활동가들도 백지투표와 기권을 촉구하면서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홍콩 시민은 AFP통신에 "투표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중국 정부가 이길 것이기 때문"이라며 투표권 행사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홍콩정치분석가인 소니 로는 "낮은 투표율은 홍콩 사회가 심하게 분열돼 있다는 분명한 지표"라며 "2019년 시위로 인한 정치적 상처는 깊었고,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라고 NYT에 전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지난 2019년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홍콩 민주화 진영이 9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것에 놀라 홍콩 선거제를 대폭 개편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3월 미국과 영국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반(反)중국 인사의 출마를 막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가 골자인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승인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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