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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국민투표서 기사회생... 野가 제기한 4개 안건 모두 부결

Jimie 2021. 12. 20. 04:36

차이잉원 국민투표서 기사회생... 野가 제기한 4개 안건 모두 부결

美돼지고기 수입 금지, 국민투표서 부결
“中 의존에서 벗어나자” 호소에 여론 뒤집혀

입력 2021.12.19 22:39

 

 
 

차이잉원(가운데) 대만 총통이 18일 국민투표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료 첨가제를 먹인 미국산(産) 돼지고기를 계속 수입할지를 놓고 지난 18일 치러진 대만 국민투표에서 대만인들이 수입 필요성을 주장해온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실시된 대만 여론조사에서는 수입 금지 의견이 많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 미국과 추진해온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9일 대만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대만 국민투표에서 락토파민(성장 촉진용 첨가제) 사료를 먹인 돼지고기의 수입을 금지할지를 묻는 안건이 찬성 393만6554표, 반대 413만1203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결정한 차이잉원 정권의 정책은 유지되게 됐다. 차이 총통은 18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이번 투표 결과는 대만인이 세계로 나가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국민투표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차이 총통에게 불리했다. 대만 정부는 “무역 협상을 위해 축산 시장 개방이 필요하고, 101국이 락토파민 돼지고기를 수입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야당인 국민당은 먹을거리 안전을 내세워 공세를 폈다. 이달 초 대만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락토파민이 포함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수입하자는 사람보다 최대 20%포인트 높았다.

 

그랬던 여론이 바뀐 데 대해 대만 자유시보는 19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미·중이 대만 문제를 놓고 충돌했고, 투표 직전 중국 정부가 대만인들이 민감해하는 ‘민주’ 문제에 공세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위기감이 커지자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해온 차이잉원 정권 지지 여론이 커졌다는 것이다. 차이 총통은 투표 전날인 17일 유세에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식품 안전 문제가 아니라 대만이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와 관련된 경제·통상 문제”라고 했다. 자유시보는 “이번 국민투표의 양대 패배자는 국민당과 중국”이라고 했다.

 

이번 국민투표에선 차이잉원 정부에 제동을 걸려했던 다른 안건들도 모두 부결됐다. 국민당이 찬성해온 대만 북부 신베이(新北)시 ‘제4 원전’ 공사 재개 안건은 찬성 380만4755표, 반대 426만2451표로 부결됐다. 제4 원전이 있는 신베이시는 국민당 시장이 있는 국민당 우세 지역이지만 원전 공사 재개에 대해선 반대표가 많이 나왔다. 국민당이 지지했던 타오위안(桃園) 해역의 천연가스 시설 이전, 국민투표를 대선일과 연계하는 안건도 부결됐다. 다만 모든 안건에서 찬성⋅반대 차이는 유권자의 1%~2%포인트 수준이었다.

이번 대만 국민투표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41%가 참여해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졌던 2018년 국민투표(55% 내외)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대만 국민투표는 유권자 중 25%(약 495만6000명)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이 반대보다 많으면 안건이 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