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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텃밭서 충격패…영국 총리 '내로남불' 리더십 위기

Jimie 2021. 12. 18. 04:48

200년 텃밭서 충격패…영국 총리 '내로남불' 리더십 위기(종합)

189년 중 187년 지배한 선거구 내놔…당선자 "오늘밤, 파티는 끝"

존슨 "개인적 책임"…보수당 의원 "스트라이크 1개 남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런던·서울=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이의진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텃밭'에서 열린 지역구 하원의원 보궐 선거에서 충격패를 당했다고 17일(현지시간) AFP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잉글랜드 중부 노스 슈롭셔에서 열린 지역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헬렌 모건 자유민주당 후보가 1만8천여표를 얻어 6천여표 차이로 닐 샤스트리-허스트 보수당 후보를 꺾었다.

 

2019년 2만3천여표 차이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던 보수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1만2천여표를 얻는 데 그쳤다. 투표율은 46.3%로 집계됐다.

모건 자유민주당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오늘 밤, 노스 슈롭셔 주민은 영국 시민을 대변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 파티는 끝났다'고 크고 분명하게 말한 것이다"라며 존슨 총리를 겨냥했다.

이어 "조국은 리더십을 부르짖고 있다. 존슨 씨(Mr Johnson), 당신은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1997년부터 15년간 지역구를 지킨 오언 패터슨 전 하원의원이 로비 관련 규정 위반 의혹을 받다가 사임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이 지역은 보수당이 전신이었던 토리당 시절부터 189년 중 단 2년(1904∼1906년)을 제외하고 줄곧 당선자를 낸 텃밭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강하게 지지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이번 보수당의 패배는 흔들리는 존슨 총리의 입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존슨 총리는 취임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내몰려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중이던 지난해 12월 중순에 정작 총리실에서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가 벌어졌다는 '방역 내로남불' 의혹이 퍼지면서다.

존슨 총리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은 방역 지침을 지켰다거나 파티가 없었다는 등의 반응으로 일관했지만, 지지율은 급락했다.

지난 8∼9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일간 더타임스가 공동으로 한 지지율 조사 결과 보수당은 4%포인트 차로 노동당에 밀렸다.

유고브 조사 결과로 보면 보수당 지지율은 코로나19로 전면 봉쇄 정책을 펼쳤던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대형 행사장 등에서의 백신 패스 도입을 둘러싸고는 당 내홍도 벌어졌다.

이런 규제안이 지난 14일 하원에서 찬성 369표, 반대 126표로 통과됐지만 반대표 중 96명이 보수당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산해 영국 내 일일 신규확진자도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다.

16일 신규 확진자는 8만8천여명으로, 전날 기록했던 역대 최대 7만8천여명을 약 1만명 넘어섰다.

 

'보리스 버블' 터뜨리는 자민당 보궐선거 당선인
(슈롭셔[영국] AP=연합뉴스) 영국 노스 슈롭셔 지역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헬렌 모건 자유민주당 후보가 당선 축하 행사에서 '보리스 버블'이라고 적힌 풍선을 터뜨리는 시늉을 하고있다.

 

가디언은 텃밭에서도 보수당 지지의 급락이 드러나면서 초조해하는 보수당 의원들이 나오고, 존슨 총리의 앞날에도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존슨 총리는 선거 결과에 관해 "개인적 책임을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바로 이어서 미디어 탓을 했다고 스카이뉴스와 BBC가 지적했다.

그는 "지난 몇주간 일이 잘 돌아갔지만 사람들이 들은 것은 정치와 정치인들에 관한 끝없이 장황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올리버 다우든 보수당 공동 의장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걷어차였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크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다선 보수당 의원 로저 게일 경은 이번 선거는 존슨 총리 중간 평가라고 봐야 한다면서 "스트라이크 하나 더 나오면 아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평의원 위원회에 불신임 서한을 제출했으며 다른 의원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에드 데이비 자민당 대표는 "유권자들이 보리스 존슨의 무능함과 행동에 질렸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로 의석이 13석으로 늘었다. 2000년대 중반 60석에 달했던 것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낮다.

merciel@yna.co.kr pual0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