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팔로우, 당신 계정 맞네”… 동명이인 페북으로 추궁한 공수처
동명이인 검색으로 손준성 ‘필라테스’ 학원 탐문 조사도 벌이더니
“윤석열, 김웅 팔로우 한 것 보니 당신 계정 맞네요.”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검찰 수사관을 조사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페이스북 계정을 팔로우한 동명이인의 계정을 들이밀며 “본인 계정이 맞지 않느냐”고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수처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 사이에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중 ‘필라테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지칭하는 암호라고 의심하고 실제 손 검사가 다녔던 필라테스 학원까지 탐문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결정적인 증거를 못찾으니까 인터넷과 SNS 등을 뒤져 관련자들의 진술로 단서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은 거의 네티즌 수사대 수준”이라는 말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0∼11월 손준성 검사가 담당관으로 있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수사관 A씨를 여러 차례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는 그에게 한 페이스북 계정 화면을 보여주며 “본인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거주지가 ‘수원’으로 적힌 계정이었다. A씨는 “페이스북 계정이 없고 수원에 산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다른 사람 계정처럼 숨기려고 일부러 수원에 거주하는 것처럼 입력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가 하면 “여기 윤석열 후보, 김웅 의원 등을 팔로우한 것 보면 당신 계정이 분명하다”며 다그쳤다고 한다. 계속 부인하자 마지막에는 “끝까지 확인하겠다”며 겁도 줬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본인 확인 차원에서 물어본 정도라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항이라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한 관계자는 “설사 A 수사관이 특정 인물을 팔로우했다고 해도 고발사주 의혹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손준성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려다보니 함께 근무한 수사관을 억지로 연결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페이스북 팔로우 한 것으로 의혹 관련자들을 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했다.
앞서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이 있던 작년 4월쯤 손 검사와 수사정보정책관실 연구관으로 있던 B검사 사이에 “필라테스 건으로 문의드린다”라는 문자가 오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공수처는 구글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뒤져 경기도의 한 필라테스 학원 원장 이름이 ‘김웅’이라는 것을 찾아냈다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과 동명이인이었다.
이를 두고 공수처는 검사들 사이에서 ‘필라테스’라는 단어가 ‘김웅’을 지칭하는 암호라고 의심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B검사는 공수처에서 “당시 손 검사가 대검 인근 필라테스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나도 다닐려고 문의한 것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 진술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손 검사가 다녔던 필라테스 학원을 찾아가 손 검사가 다닌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는 더이상 아마추어 수사로 관련자들을 괴롭히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법조인은 “범죄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입증해 나가는 것이지, 수사하는 사람들의 추정과 예단으로 끌고가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면서 “그동안 손 검사에 대한 3차례 영장 기각 등 무리한 수사로 피의자와 참고인 등을 힘들게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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