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파주 동화경모공원 영면…봉분 없는 묘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9일 경기 파주 통일동산내 동화경모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그동안 임시 안치됐던 파주의 사찰인 검단사에서 이곳으로 옮겨져 묘역 및 납골당 시설인 동화경모공원내 맨 위쪽 전망휴게실 옆 부지에 안장됐다.
이곳에서는 한강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이 맨눈으로 보인다.
납골함을 안치한 묘지는 봉분이 없는 평장묘(8.3㎡) 형태로 가로, 세로 1.8m의 둘레돌(묘지석)을 놓았다.
둘레돌에는 아무것도 새기지 않았다.
"아버지가 생전에 검소한 장례를 희망하셨고 '보통사람 노태우'에 걸맞게 가족들이 뜻을 모았다"는 게 유족측의 설명이다.
다만 둘레돌 안쪽 납골함을 넣은 안쪽 돌에는 "한반도에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날, 세계에는 확실한 평화가 올 것입니다",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참용기입니다"처럼 고인이 생전 즐겨하던 말을 새겨넣었다고 한다.
또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 보통사람 노태우"라는 글귀와 "6.29선언, 88서울올림픽, 남북기본합의서, 7·7 선언, 5·18 광주시민 명예회복 및 보상법 제정" 등 재임시 치적도 써넣었다.
안장식은 국가장 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정 국회의원, 최종환 파주시장과 가족 등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안장식은 개식,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경례, 종교의식, 추모사, 헌화 및 분향, 안장, 취토, 유족인사, 조총 및 묵념, 폐식 등 순서로 진행됐다.
아들 노재헌 씨는 "'아버지는 부족한 내가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없는 영광이고 행운이었다'는 말씀을 남기셨다"며 "아버지가 남기신 유산을 계승, 발전시키고 또 개선해 나가야 할 책임이 저희 유족들에게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임 시 실향민들을 위해 조성하신 동화경모공원에서 분단된 남북이 하나가 되고 한민족이 번영과 화합의 길로 가는 모습을 지켜보시리라 믿는다"며 "아버지의 걸어오신 길, 살아오신 길이 굴곡도 있었으나 보람 있는 길이었음을 새삼 느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하신 박남선 5·18 민주화 운동 상황실장님, 장호권 장준하 기념사업회장님 등 많은 분이 보여주신 화해와 화합의 정신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며 여러분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은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하고 비무장지대에 평화시 건설 구상을 제시했다"며 당시 이북 도민회 건의로 조성된 동화경모공원에 노 전 대통령이 돌아왔다고 전한 뒤 "편안히 쉬시길 빈다"고 추도했다.
동화경모공원은 이북 도민의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1995년 통일동산 지구 내 탄현면 법흥리에 조성된 묘역 및 납골당 시설이다. 원래는 실향민과 파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묘지 시설이지만, 파주시와 시설 운영진이 노 전 대통령 측의 안장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날 안장식을 끝으로 지난 10월 26일 세상을 떠나 화장 절차 등을 거친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모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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