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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잘 있을 수 없다" 이준석, 부산 이어 순천 빵집서 포착

Jimie 2021. 12. 1. 19:33

"이보다 잘 있을 수 없다" 이준석, 부산 이어 순천 빵집서 포착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18:54

업데이트 2021.12.01 19:0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사무실을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준석 측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선대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은 술렁였고, 이 대표의 진의를 놓고 온갖 해석이 난무하며 ‘잠적설’까지 퍼졌다. 그랬던 이 대표는 1일 언제 그랬냐는 듯 부산과 전남 순천에서 사실상의 공개 행보를 했다. 이날 오후 근황을 묻는 중앙일보에 “이보다 더 잘 있을 수는 없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내에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종잡을 수 없는 행보로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을 압박하는 것 같다”(국민의힘 3선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부산 사상구의 장제원 의원 지역 사무실을 찾아 당직자들과 ‘인증샷’을 찍었다. 사진에는 홍보 벽보 속의 장 의원 얼굴도 또렷이 담겼다. 당 대표실은 “이 대표가 격려차 방문했고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공지했다.

 

예고에 없던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장 의원은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복수 당 인사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사무실에 잘 들렀다가 돌아간다”는 취지로 장 의원에게 말했고, 통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이준석(오른쪽) 대표가 1일 부산 사상구 사무실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사진 국민의힘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총 14명이다. 이 대표가 이중 유독 장 의원의 사무실을 찾아간 것을 두고 당내 해석이 분분한데,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반응이 많다. 앞서 후보 비서실장으로 거론됐던 장 의원은 자신의 거취가 논란이 되자 11월 23일 “윤 후보 곁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장 의원이 여전히 선대위의 ‘막후 실세’라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됐고, 장 의원은 “음해성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는 이 대표의 잠행에 대해 “후보 앞에서 영역 싸움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윤 후보 선출 뒤 청년 책임 당원들의 탈당 문제 때문에 당이 소란스러웠는데, 굳이 당 대표실이 ‘당원 증감 추이를 논의했다’고 콕 집어 공지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측근으로 자신과 관계가 껄끄러운 장 의원의 사무실을 이 대표가 일부러 찾아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는 뜻이다.

전날 부산에 도착한 이 대표는 당일 오후 7시엔 부산 해운대 인근에서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저녁 식사를 하며 지역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오후 9시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 30분가량 차담을 나눴다. 정 전 의장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대선과 당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며 “당 내분으로 비치지 않도록 후보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이 대표의 모습은 전남 순천에서 포착됐다. 동행 중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김용태 최고위원도 함께 였다. 이 대표는 지역 당협 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와 만났는데, 순천의 한 제과점에 있는 모습이 지역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두 번째 행선지로 호남을 택한 것을 두고도 당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순천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14년 보궐선거에서 예상을 뒤집고 당선됐던 곳이다. 호남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 대표 패싱 논란’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었다. 지난 7월 30일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지역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입당해 패싱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이 대표는 순천에서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하고 있었다. 윤 후보의 '기습 입당'논란을 상기시키려 순천을 찾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장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대표의 돌출 행동을 놓고 당 일각에선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부터 주변에 선대위 상황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윤 후보 측이 선대위 운영 개선 등의 액션을 취하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패싱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이 대표가 당 밖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는 해석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20·30세대의 지지가 무기인 이 대표가 잠행을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투명해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이 대표의 초강수라는 견해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3일 정 전 의장이 주관하는 토크쇼에 참석하는데, 당에선 이날을 김 전 위원장이 합류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여전히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해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나 홀로 행보가 길어질수록 당과 윤 후보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중진의원은 “후보에게 집중돼야 할 관심을 당 대표가 가로채는 형국인데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며 “이른 시일 내로 상경해야 당이 충격을 추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충남 천안을 방문한 윤 후보는 이 대표에 대해 “당에서 듣기로는 당무를 거부하는 상태가 아니다”며 “좀 리프레시(재충전)하기 위해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박 3일 충청 방문' 마지막 날인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부동 문화공원 인근 카페에서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난리 통인 사이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을 당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날 채널A-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35.5%, 윤 후보 지지율은 34.6%로 0.9%포인트 격차였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윤 후보 선출 뒤 윤 후보 지지율이 이 후보보다 낮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고)

 

손국희 기자, 부산=김기정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