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광주 학살' 전두환의 쓸쓸한 죽음…하나회·측근만 빈소 지켜

Jimie 2021. 11. 23. 20:45

'광주 학살' 전두환의 쓸쓸한 죽음…하나회·측근만 빈소 지켜(종합3보)

  • 뉴스1
  • 입력2021.11.23 18:28최종수정2021.11.23 18:32

'친구' 노태우 사망 28일 뒤 세상 떠나…비판적 반응 이어져

"광주 비극에 회개·사죄 없이 떠났다"…여야 대선후보도 '거리'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앞 전광판에 전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이 나오고 있다. 2021.11.23/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이호승 기자,김진 기자,강수련 기자,금준혁 기자 =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친구'이자 후임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28일만이다.

시민들은 "회개나 사죄 없이 떠났다"며 그의 생전 행적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고 여야 대선후보는 "전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지 않겠다"며 거리를 두는 입장을 냈다.

 

언론은 전직 대통령 사망 시 예우 차원에서 '서거'란 표현을 쓰지만 일부 보수매체를 제외하면 그의 죽음을 서거로 표기한 매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길 찾은 '하나회'

전씨의 빈소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특실 1호실에 마련됐다.

조문 시작 25분 전인 4시35분 전두환 민정당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이영일 전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절모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느린 걸음으로 이동하던 그는 "사망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4시37분쯤 전씨의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 출신의 고명승 전 예비역 육군 대장이 빈소를 찾았다. 오후 4시58분쯤에는 10~12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경현 전 의원이 빈소로 들어갔고, 뒤를 이어 전씨 부인 이순자 여사가 도착했다.

빈소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강창희 전 국회의장,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보낸 근조 화환이 자리잡고 있었다.

◇5일장에 발인 27일

전씨 유족은 5일장을 치른 뒤 오는 27일 발인을 할 계획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전씨의 3남 재만씨는 24일 늦은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 절차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국가장이 아니라 가족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1979년 10월26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 사망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이었다.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수사하던 그는 같은 해 12월12일 군부 사조직 '하나회'를 주축으로 한 신군부 세력을 앞세워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빈소에서는 전씨가 권력의 정점에 있거나 그곳으로 향할 때 곁을 지켰던 하나회 등 측근과 가족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당시와 달 전씨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전 대통령을 '학살의 주범'이라고 칭하며 조문과 조화, 국가장 '불가'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도 당 대표와 대선후보의 조문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전두환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학살사건의 주범"이라며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전직 대통령이니까 (조문을) 가야 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으나 오후 당 대변인에게 조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백담사행 33년' 되는 날 숨져

시민 대다수도 "조문하지 않는 게 맞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에 사는 최모씨(62)는 "양당 대선후보가 조문하지 않는 것은 사필귀정이자 전씨가 뿌린 씨앗"이라며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관대해지지만 그는 광주 비극에 사과하거나 회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사는 40대 A씨는 "대선후보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조문하지 않는 게 잘한 선택"이라며 "조문이 그의 과오를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는 "과오가 큰 전씨의 죽음을 별세나 서거로 표현해선 안 된다"는 반응이 눈에 띄었다.

◇오전에 자택서 쓰러져

경찰은 23일 오전 8시55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화장실에서 전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9시12분쯤 쓰러진 사람이 전씨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그는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앓아왔다.

사망 날은 전씨가 1988년 11월 23일 대통령 재임기간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부인 이순자씨와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에 들어간 지 정확하게 33년 되는 날이다.

◇유언 따라 시신 화장할 듯

5·17 쿠데타에 항의해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유혈진압은 1950년 6·25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정치적 비극이며 전씨는 그 비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시민단체 전두환심판국민행동은 빈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씨의 죽음으로 그와 부역세력들이 저질렀던 모든 범죄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역사의 진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전씨의 시신은 유언에 따라 화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mrlee@news1.kr
뉴스1코리아(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