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병상 여유있다” 더니…하루 만에 긴급징발 발표한 정부

Jimie 2021. 11. 15. 03:28

“병상 여유있다” 더니…하루 만에 긴급징발 발표한 정부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2021.11.14 19:59

업데이트 2021.11.14 20:21

코로나19 중환자실 자료사진. [뉴스1]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증가속도가 가팔라진 건 지난 6일이다. 위중증은 환자의 심장·폐 기능을 대신할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 장치나 고유량 산소요법 등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당시 411명으로 집계됐는데 지난 8월 31일(409명) 이후 67일 만에 처음 400명 선을 넘었다.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작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확진자가 늘면 일정 기간이 흐른 뒤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따라 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속도가 복병이었다. 급기야 400명을 넘은 지 사흘 만에 역대 최다(460명)로 치솟았다. 수도권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병상은 빠르게 찼다. 서울·인천·경기지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평균 71% 수준으로 올랐다. 그러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병상이) 여유 있다”고 평가했다. 전국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57.2%)을 근거로 그렇게 여유를 잡았다. 하지만 수도권 71%는 여유 있게 볼 상황이 다르다.

 

이 수치가 75%에 다다르면 위드 코로나를 잠시 중단하고 방역수칙을 강화하는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령을 검토하게 돼 있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시행 2주가 됐으나 구체적인 비상계획 발령 기준, 시행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여유 있다’고 평가한 다음 날 위중증 환자는 473명으로 더 올랐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날 오전 백 브리핑에서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이런 여유가 하루도 가지 못했다. 사흘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하자 중대본은 12일 갑자기 ‘수도권 확진자 증가에 따른 긴급의료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내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곳에 준중환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려 52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브리핑 전 중대본 회의에서 긴급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준중증 병상은 지난해 12월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자 병상 활용도를 높이려 도입했다. 주로 고유량 산소요법이 필요한 위중증 환자를 치료한다. 5~7단계의 위중증도 환자 중 5단계에 해당하는 환자다. 무작정 중환자실을 늘릴 수 없다. 암 환자 등 일반 중환자 치료에 공백이 생길 수 있어서다. 준중증 병상확보 카드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정부는 앞서 지난 5일에도 상급종합병원에 병상동원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400여개의 준중환자 병상을 확보한단 계획이다. 병상은 바로 확보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시설 등을 갖춰야 해 통상 4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휴일인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Live최신 기사

와중에 현재 국내 코로나19 의료대응 여력은 살얼음판이다. 현 의료대응 체계는 위중증 환자 500명가량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위중증 환자는 14일 0시 기준 483명에 달한다. 의료기관이 병상동원 행정명령을 따르기 전 의료대응 체계가 감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5차 유행이 닥칠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런데도 계속 “여유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의료계에선 이런 잘못된 신호가 결국 일반 시민들이 위드 코로나 상황을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대비책을 촘촘히 세우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지난 9월 위드 코로나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 대전제는 중증환자 병상과 이를 운영할 의료진 확보였다. 이 무렵부터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허둥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겨울 3차 대유행 때도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곤욕을 치렀고, 정도 이상의 희생을 감당해야 했다. 이번에도 그럴 조짐이 보이는 듯해 조마조마하다.

중환자실은 대부분 민간병원에 있고, 치료도 민간 상급종합병원의 수준 높은 의료진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건강보험 재정이나 일반예산을 아끼지 말고 이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민간병원들도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