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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與 재집권 위한 정치수사… 보는 눈 많은 이런 사건은 진실 완전히 가릴 수 없다”

Jimie 2021. 11. 8. 04:02

[박국희가 만난 사람] “현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與 재집권 위한 정치수사… 보는 눈 많은 이런 사건은 진실 완전히 가릴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대검 검찰개혁위원 출신 김종민 변호사

 

지난 5일 김종민 변호사가 서울 반포동 개인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운명’과 ‘검찰을 생각한다’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책에서 밝힌 ‘검찰 개혁’ 내용은 굉장히 타당한 지적이었지만, 현직 검찰총장을 쫓아낸 현 정권 상황에서 돌아보면 완전히 코미디 같은 내용”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문재인 정부 첫해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현 정권의 검찰 개혁은 ‘허구’”라는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가 작년 말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에 대해 ‘정권 수사를 막는 방탄소녀단’이라는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쓰자 그가 소속된 로펌 게시판은 여권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서버가 다운됐다. 그는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6년간 몸담은 로펌을 나와 올 초 개인 사무실을 열었지만 사건 수임이 거의 안 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김 변호사는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처음 보도한 경기 지역 인터넷 매체 기자가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고발당한 사건을 변호하고 있다.

 

대장동 수사 ‘이재명 방탄’ 논란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후보 구하기 ‘방탄 수사’, 민주당 재집권을 위한 ‘정치 수사’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수사 초기 출국 금지를 하지 않아 핵심 피의자가 미국으로 도주했고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20일 넘게 하지 않았다. 김만배·남욱 등 주요 피의자가 뒤늦게 구속됐지만 수사 본류는 당시 최종 인허가권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비정상적인 대장동 사업을 어떻게 승인했는지를 밝히는 것인데, 과연 수사팀이 ‘윗선’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결과 아니겠나.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특수부 검사들은 ‘윤석열 라인’이라고 쳐내고 그 자리를 친정부 성향 검사들로 채웠다. 지금 검찰은 수사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민간 사업자들에 대한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 김 변호사는 “부실 수사 비판을 받는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현주소”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수사팀은 뭐가 문제인가.

“전문가가 없다. 주임 부장검사인 유경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법조인 대관 프로필상으로도 해양 범죄 전문가다.(유 부장검사는 검사가 되기 전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으로 일했고 국내 최초로 해양 범죄 분야 공인 전문 검사로 인증받았다.) 팀장인 김태훈 중앙지검 4차장은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운동권 출신으로 대검 정책기획과장, 법무부 검찰과장 등을 지낸 기획통 검사다. 이런 중요 수사를 해본 적이 없다. 김영준 부부장 검사는 ‘조국 법무장관 청문회 준비단’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사위다. 수사는 객관적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외관상 공정하게 보여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

―검찰총장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중요 수사의 주임 검사는 사실상 검찰총장이다. 직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최종 수사 책임자로 지휘해야 하는데 총장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김오수 총장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광주 대동고 2년 후배다. 문재인 정권 내내 친정권 성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인데 이런 것들이 대장동 수사를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게 하는 원인 아니겠나.”

문 대통령 말한 ‘검찰 개혁’은 사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이재명 구하기’ 수사 흐름 중 하나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한 것이다. 원래 수사는 떨어져 있는 사건도 병합하는 게 원칙인데 중앙지검은 변호사비 사건을 떼서 수원지검으로 보냈다. 신성식 수원지검장은 이 후보의 중앙대 법대 후배다. 이재명 후보를 노골적으로 배려한 조치라고 본다.”

검찰 제도 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9월부터 이른바 ‘검찰 개혁’ 방안을 검찰총장에게 권고하는 독립위원회인 대검 검찰개혁위윈회 위원으로 1년간 참여했다. 민변 회장 출신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검찰개혁위원장을 맡았고 역시 민변 소속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위원회 멤버였다. 그는 “당시 회의를 하며 책상을 뒤엎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회의가 어땠기에 그런 마음이 든 건가.

“전문가들이 깊이 연구한 결과물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민변 변호사들과 청와대 주도로 엉터리 논의가 이루어졌다. 검찰 개혁 핵심은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위원회에서도 이를 주장했지만 대통령 인사권에는 손도 대지 않더라. 국민의 검찰로 돌려준다고 말은 하면서도 인사권은 건드리지 않은 채 검찰 순기능만 망가트렸다. 문재인 정권 검찰 개혁은 위선이고 대국민 사기극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 검찰 개혁을 비판하기 시작한 건가.

“제일 큰 계기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형사 사법 시스템과 검찰 제도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형사 사법 제도도 일종의 국가 인프라다.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추미애·박범계 법무장관에서 적나라하게 보듯 여당 대표, 여당 의원 출신이 검찰 지휘권과 징계권을 남발하는 등 헌정 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태에 침묵할 수 없었다.”

‘조국 사태’ 이후 법치 무너져

―검찰 개혁의 결과로 공수처가 출범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상징인데 출범 10개월이 지나도록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한 사건이 단 한 건이라도 있었나.”(김 변호사는 김진욱 공수처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막강해졌는데.

“나는 5공 말기 ‘경찰국가’ 폐해를 피부로 느꼈던 85학번이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586 출신들이 5공보다 더한 경찰국가로 회귀시키는 수사권 조정을 하는 걸 보고 분노했다. 조국은 박종철이 어떻게 죽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혜광고·서울대 직속 선배인데 경찰에 힘을 몰아주는 수사권 조정을 ‘검찰 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했다. 한참 잘못됐다고 봤다.”

―그 결과 국가 차원의 부패 범죄 대응 능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상징적 사건이 흐지부지 끝난 라임·옵티머스 등 금융 사기 사건 수사였다. 고도로 전문화된 자본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찰 개혁이든 검찰 개혁이든 효과적 범죄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데 검찰, 경찰, 공수처로 찢어 놓다 보니 경찰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휴대전화를 포렌식(복원)해도 검찰과 공유가 안 되는 엇박자가 빚어지는 것이다.”

―또 검찰 개혁을 해야 하나.

“당연히 해야 한다. 차기 정부는 정부 조직 개편부터 검찰 개혁, 형사 사법 개혁을 다시 해 ‘부패와의 전쟁’을 효과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기존 검찰 개혁이 리모델링이라면 싹 다 무너트리고 재건축을 해야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대장동 수사에 침묵하는 검사들도 결국 잘못된 수사의 동조자다. 검사들의 일대 각성과 행동이 필요하다.”

김 변호사는 이 대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2011)를 들어 보였다. 2013년 부산시 법률자문검사로 파견됐을 때 지인 소개로 문 대통령과 식사를 하며 문 대통령이 직접 사인한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줄을 쳐가며 읽었다는 몇몇 대목들을 들려줬다. ‘권력기관은 임명권자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 명령에 대해서는 국민의 이름으로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정권이 권력기관을 사유화하게 되면 정권의 유지, 존속,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사용한다.’ ‘정치권력의 요구에 맞춰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공평함을 생명으로 하는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는 “현직 검찰총장을 쫓아낸 지금 상황에서 보면 완전히 코미디 같은 내용”이라고 했다.

수사는 생물, 통제 못할 상황 될 수도

―어떤 점이 그런가.

“문 대통령이 책에서 검찰 문제를 지적한 부분은 굉장히 타당한 이야기였고 그대로만 갔으면 좋은 검찰 개혁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총론에서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도 현 정권은 권력이 검찰을 망치는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

―어느 정권이나 친정권 검사들을 요직에 채웠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적정 선이라는 게 있었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유독 상상 못할 일이 많다. 검찰 인사를 6개월 단위로 하면서 그때마다 유능한 부장검사 수십 명을 옷 벗기고, 정권 비리를 수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한직으로 쫓아냈다.”

―앞으로의 대장동 수사를 어떻게 전망하나.

“수사는 생물이다. 대장동 수사는 큰 산에서 눈덩이가 구르는 형국이다. 누구도 통제하지 못할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특검을 하면 이 수사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볼 거고 그러면 책임 문제가 반드시 따를 것이기 때문에 수사팀도 부담이 된다. 이런 대규모 수사는 보는 눈이 많아서 진실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다. 이재명 후보 역시 연루됐다는 의심 정황들이 많아 수사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종민

1966년 부산 출생.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9년 31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김진욱 공수처장,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이선애 헌법재판관,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사 재직 시절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인권정책과장,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 등으로 근무하며 정책·기획통으로 꼽혔다. 2007년 프랑스 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2년간 일하면서 OECD 뇌물방지회의 정부 대표를 지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2004) ‘검찰제도론’(2011) 등의 책을 썼다. 2015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나와 지난 9월부터 KBS 이사를 맡고 있다.

[박국희 기자]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