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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측 "이재명 지침 따랐다, 그가 배임 아니면 우리도 아니다"

Jimie 2021. 11. 3. 05:04

김만배측 "이재명 지침 따랐다, 그가 배임 아니면 우리도 아니다"

10월 28일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56)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영학(53) 회계사가 성남시 대장동 사업자 공모 직전 “공사 이익은 임대주택 용지로 확정하고 건설사를 배제한 금융컨소시엄으로 공모를 제한하라”는 등 필수조항 7가지를 요구해 공모지침서에 통째로 반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1일 추가 기소한 유동규(52·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651억5000만원 배임 혐의 추가 공소장과 주요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6)씨,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 정민용(47)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다.

 

3일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김씨 측 변호인단은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고정이익으로 수익을 환수하고 건설사를 배제하며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밝히지 않았느냐”라며 “이 후보가 정책적 판단을 한 것으로써 배임이 아니면 우리도 배임 혐의를 적용하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공모지침서, 정영학 7개항 삽입 요구→정민용 통째 반영”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2015년 초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우리(공사)는 임대주택 필지(A11 블록) 하나만 주면 되고 나머지 블록은 알아서 가져가라”는 말을 듣고 정 회계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봤다. 이후 정 회계사는 정민용 전 팀장에게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필수조항 7가지의 삽입을 요청한 뒤 정 전 팀장이 전부 지침서에 반영한 것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공소장의 한 페이지를 차지한 문제의 7가지 조항은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이 신청하지 못하게 하고 금융권 컨소시엄으로 제한 ▶주요 시중은행 이외 금융사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대표사의 신용등급 평가기준은 최고등급 AAA ▶다른 컨소시엄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대표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주간사 실적 최고등급 평가기준은 7000억원 ▶다른 은행권 컨소시엄의 참여가 거의 없도록 사업비 조달 비용 최고등급 평가기준은 CD금리 수준인 2.5% 이하 ▶1공단 공원조성비를 도시개발 사업비용으로 부담하고 A11블록 임대주택 부지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추가 이익 분배 미요구 ▶택지를 민간사업자가 직접 사용해 아파트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 조항 삽입 ▶화천대유가 아파트 사업 이익을 독점할 수 있도록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을 자산관리회사로 선정 등이었다고 한다.

7개항의 핵심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관합동시행사의 지분을 50%가량 차지했는데도 개발이익은 ‘1공단 공원조성비 2561억원+임대주택용지(A11블록)’로 고정하고, 개발 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건설사를 제외한 것이다.

이 덕분에 화천대유 측은 공모지침서 내용을 미리 알고 공고 전부터 사업계획서 초안을 작성해 둘 수 있었고 공고 1주일 전인 2015년 2월 6일 화천대유를 설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업자 심사서 화천대유 만점, 메리츠·산업은행 0점 줬다”



유 전 본부장은 정민용 전 팀장을 통해 심사기준이 담긴 공모지침서를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작성하게 한 데 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정 전 팀장과 김모 개발사업1팀장을 심사위원에 참여시켰다.

이어 두 사람은 2015년 3월 27일 심사에 참가해 사업이익 배분 항목에선 1공단 공원사업비 이외 추가로 공사에 제공하는 이익이 많을수록 더 많은 점수를 받는 상대평가가 아닌 A11 블록을 제공하기만 하면 만점(70점)을 부여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해 차별성이 없게 했다. 대신 프로젝트회사 설립·운영계획(20점)과 자산관리회사 설립·운영계획(20점) 항목은 구체적 내용을 제출한 경쟁자인 메리츠증권,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0점’을 줘 결국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도록 했다고 한다.

A=만점의 100%, B=90%, C=80%로 등급 평가를 하도록 한 공모지침서 평가 기준까지 위반해 편파적으로 민간사업자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김만배 “李, 2012년 공모지침서 내용 정해…우린 따랐을 뿐”



김씨 측 변호인단은 이 같은 배임 공모 혐의를 두고 “공모지침서상 관련 내용은 2015년에 누구의 부탁으로 넣고, 빼고 한 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전 성남시장)가 2012년쯤부터 소셜미디어(SNS)나 인터뷰 등을 통해 수차례 대장동 개발 원칙으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당시 시장의 지침을 화천대유는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뜻이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례신도시 개발 때 수익을 성남시와 민간이 50 대 50으로 배당하기로 약정했다가 민간사업자들의 ‘비용 부풀리기’ 탓에 전체 수익이 예상했던 1100억원보다 훨씬 줄어든 300억원이 됐고 성남시는 절반인 150억원만 받고 말았다”라며 “그래서 대장동 사업에선 고정이익으로 환수하라는 게 첫 번째 지침이었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사업에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사가 민간사업자 지분을 갖고 있다 보니 자금조달이 안 돼 사업이 지연되고 의왕시가 보증을 서야 했다”라며 “이 때문에 대장동 사업에선 민간사업자 선정 때 재원 조달을 위해 건설사가 아닌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11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김만배 “정책 따른 우리가 배임이라면 이재명도 배임”



이를 두고 김만배씨 변호인단은 “우리가 배임을 한 거면 이재명 후보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이 후보도 배임”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거꾸로 대우(對偶) 명제로도 말했다. 김씨 측은 “이 후보가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어서 배임이 아니면 우리도 배임으로 의율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윗선’으로 꼽히는 이 후보를 배임의 공범 혐의에서 배제한 논리를 김씨 측이 언급하며 무혐의를 주장하는 발언이다.

김씨 측은 또 “만일 배임 범죄가 성립된다면 주범은 김씨가 아니라 공모지침서 필수조항들을 만들고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는 정영학 회계사”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에 자수서와 녹취 파일 등을 제공한 정 회계사의 진술만을 근거로 김씨를 주범으로 모는 건 부당하다”라고도 강조했다.

한편 검찰 수사팀은 이날 “이 후보의 배임 혐의를 피해간다거나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까지 어떤 결론을 내린 바 없다”라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앞으로도 결론을 예단하지 않고 증거관계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 후보의 배임 혐의는 앞으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종용 의혹에 대한 수사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전 사장에 대한 이 후보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밝혀낸다면, 이 후보에 대한 배임 혐의 적용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황 전 사장은 “나는 당시 이 후보 측 외압으로 사직서를 낸 뒤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돌아올 개발이익을 지분율(50%가량)에 연동하고 개발 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대형 건설사를 민간사업자에 포함하는 것으로 알고 공모지침서 안을 결재했는데 나중에 보니 확정이익으로 변경돼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민중·김수민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