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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6개월 남은 文대통령, 9년짜리 장기플랜을 왜 발표했을까

Jimie 2021. 11. 2. 05:59

임기 6개월 남은 文대통령, 9년짜리 장기플랜을 왜 발표했을까

[머니투데이 글래스고(영국)=정진우 기자] [the300][COP26 정상회의]2030 국가온실가스 40% 감축 발표한 文대통령의 현실적인 고민]

[글래스고=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국 프로그램 행동과 연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02.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습니다.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 국민들은 바로 지금 행동할 때라고 결정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전세계 정상들 앞에서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감축해야할 온실가스 목표를 공식 선언하면서, 현실적인 고민도 토로했다.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10년 가까이 걸리는 장기 플랜을 공표하는 데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이 공식 선언한대로 우리나라는 탄소배출량이 정점에 달했던 2018년 배출한 7억2760만톤의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억3660만톤으로 낮춰야 한다. 2018년 대비 40%(2억9100만t)를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목표 상향은 유엔에 NDC를 제출한 지 1년여 만에 14%포인트 가량 높인 과감한 목표다. 앞으로 9년밖에 남지 않은 탓에 매년 4%포인트 이상 감축해야 40% 이상 감축하게 되는 도전적인 수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처럼 과감한 목표를 내건 이유는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받게될 불이익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 국가로 낙인 찍힐 수 있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 수준에 최대한 근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2030년까지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법제화까지 했다.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68% 감축안을 제시했고, 일본도 2013년 대비 46% 감축 목표를 내세웠다. 미국은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를 감축한다는 목표만 제시한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상향된 2030 NDC는 연평균 감축률이 선진국 수준을 뛰어넘는 야심찬 감축 계획으로, 우리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목표다"고 평가했다.

[글래스고=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국 프로그램 행동과 연대에 참석한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2021.11.02.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립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21.7TWh로 전체 전력수급의 20.8%를 차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2030년 NDC를 충족하려면 종전 계획보다 신재생 비중을 10%포인트 가까이 늘려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탄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건물 부문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청정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수송부문은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을 늘리고 농축수산 부문은 저탄소 농수산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온실가스 흡수와 제거량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산림의 지속가능성 증진과 도시 숲 등 신규 탄소흡수원 확보,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확산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뿐 아니라 암모니아 발전, 양수 발전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암모니아 발전의 경우 R&D(연구개발)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신규설비 구축과 암모니아 확보가 쉽지 않다. 호주에서 대규모로 암모니아를 수입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에너지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양수발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30년 NDC 상향안을 발표하며 양수발전 비중을 1%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밝힌 0.7%보다 0.3%포인트 높다.

산업계에선 결국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자력발전 확대 말곤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들은 원전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배치된다.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논의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하는데, 이를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탄소중립 정책은 국가의 중장기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며 "과도한 NDC 상향은 결국 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감산, 해외 이전으로 인한 연계 산업 위축,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기업들의 어려움을 안다. 그래서 이 같은 목표를 발표할때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NDC 상향 목표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산업계와 노동계의 걱정이 많을 텐데, 정부는 기업들에만 그 부담을 넘기지 않고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글래스고(영국)=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