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배임 추가 기소 근거는?... "유동규, 공모지침에 업자 요구 3가지 모두 반영"

[단독] 검찰, 배임 추가 기소 근거는?... "유동규, 공모지침에 업자 요구 3가지 모두 반영"

[김만배 등 구속영장에는 어떤 내용이?]
업자, 확정수익·건설사 배제·금융사 포함 요구
정영학이 공사 초과수익 환수조항 삭제 주도
5개 지구 분양수익 환수 내용도 아예 배제시켜
평당 100만원 포기해 공사 손해액 '최소 691억'
업자 측, 3가지 요구사항 이재명 지침과 같아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구속)씨를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한 데는 유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5)씨 등 민간사업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해 작성한 사업자 공모지침이 결정적이었다. 김씨 등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확정 수익만 받고 △시행사에 건설사를 넣지 말고 △대형 금융사를 넣을 것 등 유씨에게 전달한 '3가지' 요구 사항이 실제 공모지침에 모두 반영됐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자 요구사항에 들어맞는 건 '성남의뜰' 뿐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추가 기소한 유씨의 배임 공범으로 김씨와 남욱(48) 변호사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유씨와 이들 일당의 배임 정황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이 가운데 검찰은 유씨가 김씨 등의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반영한 '맞춤 공모지침'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배임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유씨가 공모지침 등을 만들 당시 김씨 등이 △성남도시공사는 확정 수익만 받고 △시행사에 건설사를 넣지 말고 △대형 금융사를 넣을 것 등을 요구했는데, 이를 유씨가 그대로 반영했다는 것이다. 당시 요구 내용에 딱 들어맞는 곳은 화천대유가 자산관리사로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유씨가 '화천대유 밀어주기'에 나섰다고 봐야 하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가 먼저 유씨에게 성남도시공사의 초과수익 환수 조항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는 내용도 구속영장에 포함시켰다.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는 최종적으로 사업협약서에서 없어져, 성남도시공사가 확정 수익 외에 나머지 수익을 가져올 수 없게 된 핵심 단초다. 화천대유가 수의계약으로 가져간 대장동 내 15개 지구 중 5개 지구(A1·A2·A11·A12·B1)의 분양이익을 성남도시공사가 소유 지분 비율(50%+1주)대로 환수할 수 있었지만, 유씨 등이 이를 배제하도록 했다는 점도 김씨 등의 구속영장에 명시했다.

검찰 "평당 100만 원 차액을 포기...성남도시공사끼친 손해 651억"

검찰은 유씨가 민간사업자들과의 공모로 결국 성남도시공사에 '최소 651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예상 택지개발이익이 2, 3년 뒤 3.3㎡당 최소 1,500만 원 이상을 받을 게 확실함에도 1,400만 원으로 낮추는 등' 대장동 개발사업 전체 예상 수익을 의도적으로 줄임으로써 성남도시공사가 가져갈 확정 수익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손해액 산정을 하면서 성남의뜰이 가져갈 수 있었던 3.3㎡당 100만 원(최소)의 차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를 대장동 개발사업 부지에 확대 적용, 성남도시공사 지분 50%+1주 부분을 계산한 뒤 산정한 검찰의 셈법이다. 다만 배임 혐의의 특성상 향후 법원에서 해당 손해액을 두고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 최소액을 각각 공소장과 구속영장에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사업자 요구사항, 이재명 후보 지침과 같다?

법조계에선 검찰과 유씨 등이 향후 배임 혐의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김씨 등 민간사업자 측은 이미 검찰이 배임 근거로 제시한 '민간사업자 3가지 요구사항'과 관련한 반박 논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씨 등은 이 같은 요구사항이 당시 시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사업 지침과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건설사는 불확실해 대형 금융사 위주로 (시행사를 구성) 하게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유씨가 김씨 등의 요구가 아닌 이 후보의 지침을 따랐다는 것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