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수처, 손준성 꾸짖더니 영장엔 ‘윗선’ 이름도 틀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22:22
업데이트 2021.10.28 22:4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핵심으로 지목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검사는 일반 범죄자와 그 처신이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개탄스러운 행태”라고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구속영장에는 ‘성명불상’(姓名不詳‧성과 이름을 알지 못함)이라는 단어가 총 23번 등장할 정도로 구멍이 숭숭빈데다, 손 검사의 범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작년 4월 대검 차장검사의 이름도 잘못 적어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밥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영장 ‘성명불상’만 23번…공수처 “소환 불응, 용납될 수 있었나”
2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A4 12쪽 분량의 구속영장에서 ‘성명불상’이라는 단어를 총 23번 언급했다.
우선 공수처는 손준성 전 수사정보정책관과 그 아래 성상욱 수사정보2담당관과 공모했다고 보는 웟선의 상급 검찰 간부를 ‘성명불상’으로 적시했다. 뿐만 아니라 김웅 의원에게 보낸 기사와 페이스북 캡처사진, ‘제보자X’ 지모씨에 대한 실명 판결문을 손 검사에게 보내고 손 검사 지시로 최강욱 국회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썼다는 검찰 공무원 모두를 ‘성명불상’으로 적시했다. 김웅 의원과 함께 여권 인사 고발을 공모했다고 본 당시 미래통합당 인사 역시 ‘성명불상’으로 적혔다. ‘고발 사주 의혹’의 지시자와 고발장 작성자, 공모자 모두가 ‘성명불상’인 셈이다.
이어 공수처는 “소환 통보를 한 지 한 달이 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이 그간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용납될수 있었던 것인지 묻고싶다”는 근거를 들어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었다. 그러나 손 검사는 영장이 기각되고 난 이튿날인 27일 내달 2일 소환조사를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또 이 사건 수사로 “‘정치검찰’, ‘정치적 편향성’ 등의 부조리한 관행을 근절할 수 있고 법조 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가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수사권과 기소권 등을 가진 검사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리에서다.
손 검사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던 중 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성명불상의 검찰간부와 공모해 성명불상의 검찰 공무원에게 작성하게 하고, 이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등 총 5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안팎 “대검 간부 이름 틀린 건 본질적 차이”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구속영장 내용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성명불상’으로 적힐 만큼 공수처 수사로 밝힌 혐의 사실은 적은 반면 손 검사의 범죄 사실과는 무관하고, 야권 대선 유력주자가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내용들이 구속영장에 하나하나 열거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공수처는 특히 ‘사건의 배경’을 서술하며 윤 전 총장과 관련된 내용에 5000자 이상을 할애했다. 공수처는 당시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본인 및 가족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였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사건 등 청와대 여권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고 적었다.
또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윤석열 장모 대응 문건 작성’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윤석열 징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 그동안 여권이 윤 전 총장을 공격할 때 활용했던 내용을 6가지 항목으로 나눠 자세히 기술했다.
더군다나 작년 4월 대검 차장검사 이름을 조남관으로 잘못 적기도 했다. 당시 대검 차장검사는 구본선 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다. 조남관 현 법무연수원장은 그의 후임으로 6월 부임했다. 이를 놓고 한 검찰 간부는 “당시 대검 차장이 누구인지는 윤 전 총장으로 가는 보고 라인을 구성하는 본질”이라며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을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20일 손 검사가 출두를 여러 차례 미뤘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다.
손준성 검
사 변호인 측은 “수사받는 입장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절차적 권리와 인권 보장 측면에서 평가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현직 차장검사도 “출범 후 최초인데다 공수처 2인자인 차장이 주임검사를 맡은 구속영장이 이토록 허술한 것이냐”라며 “인권 침해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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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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