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옥중편지 “대장동 의혹, 특검으로 국정농단처럼 수사해야”
- 동아일보
- 배석준기자
- 입력2021.10.29 02:00
뉴시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총 징역 21년을 선고받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5·사진) 씨가 28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에 대해 “특검을 통해 국정농단 수사 때와 똑같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자신을 수사했다면 “나는 무죄가 나왔을 것이다”고도 했다. 최 씨는 충북 청주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인데 그곳에서 본보 기자 앞으로 옥중편지를 보냈다.
최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신에 대해 수사했던 박영수 전 특검의 잣대와 상반된 현재 검찰 수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최 씨는 “이번 대장동 의혹 사건 수사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녹취록을 절대적 증거로 넘겨받고도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고, 서로 각기 다른 진술에 끌려다닌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박 특검이 혐의를 정해 놓고 진행했던 수사 방법하고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이미 결정된 수순으로 가고 보여주기식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이유를 들었다.
박 전 특검 수사 당시에 벌어졌던 강도 높은 수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 씨는 “2016년 12월 24일 특검에 불려갔을 때 몇십년 전 대구 달성 선거 때 녹음 파일을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이라며 그때부터 이미 박 전 대통령과 한몸이었고 경제공동체였다”고 수사를 시작했다고 편지에 적었다. 최 씨는 “특검은 처음부터 경제공동체 논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그날 새벽쯤 부장검사는 그걸 실토하라면서 하지 않으면 삼족을 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협박을 했다”며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잔인한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처럼 “검찰의 수사는 대체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그걸 가지고 수사를 끌고가고 정황 파악을 해나가는 게 순서인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편지 앞부분에서 뒤로 가면서 박 전 특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당시 박 특검은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과 함께 이 나라의 경제계, 정치계, 박 전 대통령의 측근부터 모조리 불러 종일 수사실에서 강압적인 수사를 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무릎꿇게 했다”고 적었다. 재단에 기업이 출연한 기부금을 뇌물로 몰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최 씨는 “그런 박영수가 다른 한쪽에서 화천대유 관련 고문료를 받았다니 세상이 정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특검이 친척에게 100억 원이 간 것에 대해 합당한 돈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면서 그런 돈이 그들에겐 푼돈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경악스럽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대한 비판도 했다. 최 씨는 “대장동 의혹 사건은 주민들의 피를 빨아먹은 업자들의 돈벼락 잔치인데도 공항에서 체포했던 주요 인물은 풀어주고, 김만배 씨는 영장 기각되고, 이런 검사들이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했다면 나는 무죄가 나왔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박에 던진 휴대폰을 검찰이 찾지못하다가 경찰이 하루만에 찾은 것은 코미디다”며 “자금 흐름도 중요한 휴대폰 압수도, 성남 시장실을 뒤늦게 압수수색한 것도 너무 심하게 보여주기식으로 여론의 추이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어린 딸이 손자를 갓 낳아서 젖 물리고 있던 병실에 쳐들어가서 휴대폰을 압수수색했으면서 대장동 관계자들의 압수수색은 왜 똑같이 악랄하게 하지 않은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대장동 사건은 누가봐도 모두가 경제공동체로 이익을 나눴고, 한 사람은 대법관 사무실을 민감한 시기에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다”며 “그들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나”라고 물음을 던졌다. 최 씨는 “박 전 특검의 묵시적 청탁의 범위가 누구나 들어갈 수도 방문할 수도 없는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을 일상적인 만남으로 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며 “누가봐도 묵시적 무엇인가 있었는지를 조사해야 하고 박 전 특검이 적용했던 묵시적 청탁으로 의구심을 갖고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최 씨는 “그렇게 정의롭다던 검찰은 실종되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타짜들이 판돈을 깔고 나눠먹은 돈을 판 깐 사람이 모른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고 썼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 씨는 “이름있고 명성있는 사람들이 그냥 이름만 올리는 경우는 대개 나중에 돈을 받기로 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논의한 게 아닌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무게 있는 변호사가 1명도 아니고 3~4명이 2~3억을 가지고 수임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이름 있는 변호사들 근처에 가려면 사건당 몇억은 요구하고 사건도 골라가면서 하던데”라고 적었다. 이어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우겨대기가 정말 가관이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기소할 때 배임을 빼고 기소를 하는 것은 추가 기소를 하는 경우는 봤어도 기소할 때 주요 혐의를 빼는 것은 없었던 거 같다”고 했다. 그는 “이런 초유의 사기 행각에 검찰에 앞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며 “국민들이 일어나서 특검을 요청하고 그것도 공정하고 신의가 있는 특검이 해야 진실을 밝힐 것이다”고 썼다. 이어 “지금의 수사팀은 국정 농단 검사들이 박 전 특검과 충성했던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좌천됐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며 “정권에 충성하지 말고 자기 검사의 명예를 걸어야 할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같은 타짜 놀이의 대장동 사건에 반드시 특검을 통해 누가 해먹었는지, 그 큰 판을 깔고 나눠먹은 자들의 배후는 누군지 밝혀내야 다시는 이 나라에 이런 악덕업자들이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국정농단 수사했던 잣대와는 너무 상반된 검찰의 수사 방식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이글을 쓴다”고 편지를 맺었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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