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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호주가 방어해준다는데, 정작 대만 국민의 위기감은...

Jimie 2021. 10. 26. 20:08

美·호주가 방어해준다는데, 정작 대만 국민의 위기감은...

군(軍) 복무기간은 고작 4개월 ‘낙엽 쓸기’ ‘잡초 뽑기’로 보내…여론은 “미국이 도와줄 것” “중국, 국제 평판 탓에 침공 못해”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21.10.26 15:56

 

이달 초 150대가 넘는 중국의 전투기‧폭격기가 닷새 동안 타이완의 방공식별구역(ADIZ)를 침범하면서, 이른바 ‘타이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2일 CNN 방송의 타운홀미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공격하면, 우리는 타이완을 지킬 의무(commitment)가 있다”고 말한 데 이어, 호주의 피터 더튼 국방장관은 29일 “동맹국 미국의 대응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타이완 군 병사들이 동부 화롄(花蓮)시의 한 군기지에서 돌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18년 1월30일 자료 사진/AFP 연합뉴스

 

중국의 타이완 침공에 대해선 수많은 워게임(war game)이 실시됐다. 중국군이 까다로운 타이완 섬 해안에 일시에 대거 상륙하기는 힘들어 초기엔 고전(苦戰)하리라는 분석도 있지만, 타이완과 미국 등지의 군사 전문가 중에서 타이완군이 중국군에 맞서 전선을 지켜내리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타이완 국민에게는 이런 위기감이나 “중국에 맞서 싸우겠다”는 여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계속된 위협에 따른 ‘피로감’이 만연하고, 경제적 번영으로 인해 군 복무 기피 현상이 매우 높다.

 

◇국민 절반은 “중국과 전쟁 나도, 싸우지 않겠다”

지난 7월 중순, 타이완 일간지 ET 투데이가 20세 이상 264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싸우겠다’ ‘가족의 참전을 막지 않겠다’는 응답이 40.9%에 그쳤다. 49.1%는 ‘싸우지 않겠다’였다. 그나마 중국 정부의 홍콩 민주화 탄압 이후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또 2018년 7월 ‘중국에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해야 할 희생자 수’를 묻는 질문에는 ‘5만 명’(32.2%)이 가장 많았지만, ‘0명’도 20%에 달했다. 20%는 어떠한 희생도 중국에 맞서 싸우는 것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믿었다.

지난 19일 중국 남부 푸젠성의 해안 도시인 샤먼( 廈門)을 마주보고 있는 쉬유 암초 위에서 타이완 영토임을 알리는 청천백일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 암초가 속한 진먼 섬은 중국 본토와의 거리가 1.8km에 불과하며, 1958년 중국 인민해방군은 47만 발의 포탄을 이 섬에 쏟아부었지만, 타이완(중화민국) 군에 패했다./로이터 연합뉴스

 

◇군복무 기간은 4개월…'낙엽 쓸기’ ‘잡초 뽑기’로 보내

2000년 이전까지 18세 이상의 타이완 남성은 2년간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했다. 그러나 계속 줄어서 2016년부터는 4개월간 기초 군사훈련만 하면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이 기간도 일부 사격훈련을 제외하곤, 낙엽 쓸고 예비 타이어 옮기고 잡초 뽑는 것으로 보낸다”고 보도했다. 이들 병사들은 스스로를 부모의 과(過)보호 속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쉽게 얼굴을 붉히는 ‘딸기족(草莓族)’이라고 부른다. 타이완 항공특수사령부의 한 장교는 WSJ에 “세상에 어느 전문직 일이 4개월만에 능숙해질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작년 7월 한 여론조사엔 타이완 국민의 75.2%가 군 복무기간을 늘여야 한다고 답했다.

 

독일 공영 국제방송인 DW는 지난 5월 타이완 현지 보도에서 “예비군도 70만 명 있지만, 이들이 기꺼이 싸우리라고 착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했다. 예비군은 2년마다 7일간 소집되지만, 대부분 하루 모이고 끝난다.

 

◇타이완 언론인 “타이완 군은 ‘빈껍데기’ 비판

타이완 군과 협력해 온 미군 장교들은 “군 장교들은 일류”라고 평한다. 하지만, 4개월 ‘훈련’하는 병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타이완 국민도 군을 신뢰하지 않는다.

 

타이완의 저널리스트인 폴 후왕은 작년 2월 미국의 외교‧안보 저널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타이완 군은 빈껍데기(hollow shell)”이라고 비판했다. 타이완 국방부에 따르면 육‧해‧공군 정원은 18만8000명인데, 실제론 15만3000명에 그쳤다(2018년 기준). 징집대상 연령층에선 ‘4개월 복무’를 면제받기 위해 어떻게 맥도날드 햄버거로 급속도로 살을 찌웠는지 정보가 돈다. 후왕은 “타이완 섬의 최전선을 지키는 기갑‧기계화 보병, 포병도 필요 병력의 60~8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 세계 가장 위험한 장소”라는 보도에 타이완 국민은 발끈

지난 5월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표지 기사에서 타이완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로 다루며 특집 보도했다. 그러자 타이완에선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이코노미스트의 이 보도를 조롱하는 사진들을 게재하는 것이 유행(meme)이었다.

지난 5월 이코노미스트가 표지에 타이완을 '지구상 가장 위험한 장소'로 보도하자, 타이완 국민은 "내가 가장 위험한 곳에 있다니"라는 고양이 사진을 비롯해 이 보도를 조롱하는 여러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츄궈쩡(邱國正) 타이완 국방장관은 최근 “2025년까지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믿는 타이완 국민은 전체의 22.3%에 불과하다. 59.8%는 ‘개연성이 없다’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도대체 왜 이들은 느긋할까. 여러 외국 언론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은 “중국이 침공하면, 전 세계가 가만히 있겠느냐” “중국이 국제적 평판이 추락하는 것을 꺼려, 침공 못 한다” “미국 같은 나라가 개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중국이 경제력으로도 타이완을 삼킬 수 있는데, 왜 굳이 무력을 쓰겠느냐”는 답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사실 타이완을 방어할 조약상의 ‘의무’가 없다. “의무가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중국 정부가 발끈하자, 미국 백악관은 “미국의 타이완 정책은 바뀐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의 타이완 정책은 ‘중국의 침공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모호성’이다. 이런 모호성 속에서, 미 육군 특수부대와 해병대가 1년 넘게 타이완 군을 훈련해왔다.

WSJ는 “오랜 기간 평화와 번영을 누리면서 군과 사회에 쌓인 내부 문제가 중국에 억지력을 행사할 타이완의 능력을 잠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이완 정부 “타이완 수호=전 세계 자유진영 수호” 주장

타이완 정부는 타이완 방어를 ‘자유세계 수호’와 동일시한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미 외교저널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11‧12월호에 “타이완은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와 독재체제 간 경쟁의 최전선에 있다”며 “타이완이 무너지면, 이 지역 평화‧민주 동맹체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기고했다. 조지프 우(吳釗燮) 타이완 외교부장관도 4일 호주 ABC방송 인터뷰에서 “타이완은 전 세계 자유진영을 위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정책 전문가들은 타이완이 이스라엘처럼 적극적인 국방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한다. 타이완 인구(2350만 명)의 절반도 안 되는 이스라엘(920만 명)에선 18세 이상 남녀 모두 각각 2년 반, 2년씩 군복무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국방예산(작년 220억 달러)도 타이완(130억 달러)보다 많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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